나는 종종 인간을 움직이는 힘 가운데 가장 강력한 힘으로 탐욕을 꼽는다.
사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이긴 원동력은 바로 이 탐욕이다. 모두 같이 나누고 함께 벌어 함께 나누자는 숭고하고 따스한 마음을 말해보라. 앞에서야 반대하지 않지만 뒤로는 결국 남이야 어떻게되든 우선 나혼자 더 많이 벌겠다는 탐욕이 꿈틀대는 게 사람이다.


증기기관으로 촉발된 산업혁명이 현재 인류의 번영과 풍요를 만들었지만 막상 그것이 처음 시작된 영국의 모습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 기계에 대기위해 매일같이 오가는 석탄 수송선박들, 가뜩이나 안좋은 영국 하늘 위로는 늘 석탄의 매연이 덮였다. 그 아래 활기찬 공장 안에서는 스무살도 안되는 아이들이 빈인간적인 노동시간과 규칙 속에서 최소임금을 받고 일했다. 당시에는 아이들이 영국공장의 주역이었다. 임금도 싸고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어른들은? 그냥 집에서 노는 실업자가 되어 아이들이 벌어오는 돈으로 살아갔다. 올리버트위스트에 나오는 전형적인 영국 가정의 모습이 연출되었다. 한창 일할 어른들이 저임금으로 부릴 수 있는 아이들의 노동력에 밀려 실업자가 되어버린 이 현상은 자본이 얼마나 탐욕적이고 스스로 자제할 수 없는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이후 선진국에서는 많은 유혈사태와 혼란을 거친 뒤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이 확립되어 이런 광경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인한 스마트폰 혁명 가운데서도 비슷한 현상을 보게되었다. 단지 장소가 중국으로만 변경되었을 뿐이다.
프랑스 언론인 조르당 푸이가 프랑스 잡지 '라 비(La Vie)'에 올해 초 연쇄 투신자살로 세계의 이목을 모았던 중국 팍스콘 선전(深천 < 土+川 > )공장에 대한 르포기사와 사진, 동영상 등을 기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고 미 경제전문지 포춘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다음 기사를 보자. (출처)

지난 4개월 샤오 리(18)는 오전 6시에 일어난 후 선전 외곽의 이 공장에서 하루 13시간씩 일주일에 6일 또는 7일 내내 멋진 아이패드와 아이폰, PSP 등을 만들고 있다.

생산라인에서는 크리스마스 생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화는 커녕 서로 쳐다볼 수도 없다. 휴대전화는 압수됐다. 공장의 관리들은 지난 봄 연쇄 자살로 연일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옷이나 신발을 만드는 중국내의 다른 공장들과 달리 이곳 근로자들은 모두 10대이거나 20대 초반으로, 먼 타지에서 왔으며, 스스로를 '민공'(民工, 이주노동자)이라고 부른다. 부모들은 이 아이들이 돈을 부쳐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이들의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공장내 군기가 얼마나 엄격한지, 턱없이 높은 생산목표가 이들에게 얼마나 압박을 주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 팍스콘의 아이들도 부모들이 자신들이 성공한 것으로 믿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들의 유일한 관심도 자신들이라기 보다는 임금에 쏠려 있다.


팍스콘의 아이들은 한번 생산라인 앞에 앉으면 생각을 멈춰야 한다. 근로자 1명이 하루 3천개의 아이폰을 생산하고, 2만8천개의 HP카트리지 품질검사를 한다. 또 근무가 끝나면 서둘러 기숙사로 돌아와야 한다. 공장과 기숙사 간 거리가 1시간 반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면 오후 9시30분. 근로자들은 기숙사 주변의 소란스러운 환경 때문에 잠드는데 1시간이나 애를 써야하지만, 오전 6시45분이면 팍스콘의 정문 앞에서는 길에서 산 3위안(한화 520원 상당)짜리 국수를 먹으면서 출근을 서두르는 그들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로망이라고 부르는 19세기 대영제국의 모습을 생각해보자. 영국신사가 실크햇과 지팡이를 들고, 마차를 타고 걷는 모습, 집사를 거느리고 정오가 되면 홍차를 마시며 여왕을 찬양하며 무도회에 참석하는 그 시기의 낭만뒤에는 소년 노동자들의 희생 뒤에 이뤄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들고 환호하며, 잡스에게 감사하고 21세기의 스마트폰 정보혁명을 찬양하는 우리들 뒤로 이 중국 아이들의 희생이 이어지고 있다.

대체 누구 탓일까. 엄밀히 말하면 우리 모두의 탓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해서 비싸게 팔기를 원하는 다국적 기업이 첫번째요, 그 기업을 유치해서 자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돈을 벌려는 중국정부가 두번째다. 그리고 세번째로 그런 제품이라도 인기있으니 수입해서 파는 각국 업체가 있고, 마지막에는 생산과정 따위야 어찌되었든 싸게 빨리 제품을 손에 넣고 싶은 우리의 탐욕이 있다.

두번째 뉴스를 보자.



뉴욕타임스(NYT)가 "올해는 아이패드의 해"라며 아이패드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NYT는 12월 23일(현지시간) '태블릿의 해인가, 아이패드의 해인가?'(Year of the Tablet, or the Year of the iPad?)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아이패드의 성공을 인정했다.
NYT는 최근 현재의 아이패드보다 조금 더 작아지고 전후방 카메라를 장착한 아이패드2의 출시설이 돌고 있는 것에 대해 "아이패드의 유일한 경쟁자는 아이패드2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NYT는 해당 기사에서 태블릿PC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내년 미국시장에서의 태블릿PC는 약 4,200만대 가량의 판매율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이패드의 유일한 경쟁자는 아이패드2밖에 없다. 그렇다. 이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그럼 폭스폰에서 아이패드를 생산하는 저 중국 아이들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더 어린 중국 노동자? 아니면 인도나 방글라데시, 아프리카에서 기다리는 더 저임금의 어린 아이들? 대체 어디까지 가야 자본의 탐욕이 멈출것인가?



스마트폰 혁명, 그 뒤에 숨겨진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굳이 아이폰이나 애플을 욕하는 게 아니다. 산업혁명기의 아동노동을 비난한다고 산업혁명이나 증기기관을 욕하는 게 아니듯이 말이다. 내가 원하는 건 좀 더 인간의 모습을 한 스마트폰 혁명이다. 자본이 아주 약간의 탐욕만 줄이면 될 것을, 다국적 회사가 약간의 비용만 더 들여 감시하면 될 것을 말이다.

중국 Economic Daily News는 Market Intelligence & Consulting Institute(MIC)의 자료를 인용하여, 2010년 한 해 최다 출하 벤더로 노키아, 최다 매출 벤더로 삼성전자, 최대 이익 벤더로 애플인 것으로 보도하였다.

글로벌 핸드셋 수익 벤더 순위는 애플, 노키아, 삼성, RIM, HTC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애플은 전세계 핸드셋 시장의 40% 이익을 쓸어간 것으로 조사되었고, HTC는 고비용 고수익이라는 스마트폰 특성상 판매대수에 비해 많은 이익을 냈다.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LG전자는 5.7%의 점유율을 보였으며, 내년에는 8%의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많은 회사들이 증기기관 뒤의 대영제국처럼 현재, 스마트폰 혁명 뒤에서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다. 그들에게 앞장서서 이 그림자를 지우고 보다 인간적인 스마트폰 혁명을 만들어달라고 말한다면? 그건 내 지나친 욕심일까?
한번쯤 깊이 생각해보자. 정말로 내 손에서 쓰이는 스마트폰과 각종 IT제품이 누구의 어떤 희생으로 만들어졌든 당신은 아무 상관도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