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이어지는 나의 다음 분석 대상은 삼성이라고 썼지만 사실상 애플과 삼성은 취급분야부터가 너무 다르다.

애플은 명백한 목적을 가진 하나의 기업이다. 종업원이 3만명이 넘든 5만명이 넘든 애플은 운영체제와 컴퓨터, IT를 벗어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전문 기업이다. 그러나 삼성은 그룹이다. 이병철 회장 때는 제일제당과 신세계 까지 소유했지만 지금 그들이 분리된 이후의 삼성조차도 너무 거대하다. 삼성 전자 뿐만 아니라, 전관, 전기, 중공업, 생명, 에버랜드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넓은 이 기업을 전부 공부하고 분석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삼성전자에만 주된 시선을 한정시키려 한다. 나는 IT평론가이기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다른 영역에 깊이 들어가는 것은 피하겠다. 그게 훨씬 효율적일 듯 하다.

삼성전자는 그 발전과정에서 전형적인 한국 경제의 특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삼성전자는 일본에서 부품을 받아 흑백 티비를 생산하던 가전분야부터 시작해서 유행이 된 VTR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조금씩 커나갔다.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일군 윤종용은 일본제보다 15퍼센트나 부품이 더 들어갔으면서도 테이프 구동이 더 느린 국산 VTR을 뜯어서 개조해 품질을 높여나가면서 하나씩 업적을 쌓아나갔다. 그 과정에서 외국의 앞선 제품을 단기간에 따라가기 위한 노하우를 체득했다.

한편 반도체에서는 이건희가 일찍부터 가능성을 보고 작은 공장을 인수해 경영하면서 커나갔다. 공격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하고, 해외 인력을 적극 영입해서 집적도를 향상시키고 웨이퍼의 크기를 키우면서 대규모 설비투자를 반복했다. 일본이 불황으로 인해 설비 투자를 줄일 때도 위축되지 않고 투자를 계속해 마침내 일본을 넘어서 세계 1위가 되었다. 삼성은 항상 기술적 약자 위치에서 시작해 커다란 외국 기업을 따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발전했다.

장세준 교수가 쓴 책 <삼성 vs 소니>에서는 삼성의 특성을 이렇게 분석했다.



삼성은 일상재에 강하다. 여기서 일상재란 우리가 늘 접하고 쓰는 물건으로 품질이나 규격이 통일되어 혁신적 변화가 없는 물건이다. 가격 외에는 다른 차별 요소가 거의 없는 일상재 시장에서 삼성은 적절한 투자와 공정개선, 부품 관리 등으로 높은 생산성과 가격경쟁력을 가진다.

지금 애플의 아이폰이 만든 스마트폰은 한동안 통일된 규격은 물론, 개념조차 확립되지 못했다. 그럴 때 애플은 특유의 매력과 기술 진보로 인해 선두를 질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차 스마트폰은 일상재화 되고 있다. 특히 구글이 운영체제 전반을 맡아주는 안드로이드폰은 그런 현상이 심하다. 빠른 신제품 발표주기와 많은 종류의 제품들이 핵심 운영체제를 구글에 맡긴 채 껍데기와 뻔한 처리성능, 기억용량만 늘여서 나오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일상재로의 변화다.

그리고 삼성이 내놓은 갤럭시S는 이런 일상재화된 안드로이드 폰 가운데 성능과 품질에서 부쩍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애플을 빼고는 그 어떤 기업도 뚫기 힘들었던 일본의 휴대폰 시장에서 갤럭시S가 인기를 끌고 있다. (출처)



지난 10월 넷째주, 일본에서 주간 휴대폰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가 그 다음주 5위로 하락했던 삼성 갤럭시S가 11월 둘째주에 다시 주간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후지쯔 F-01C가 신규로 4위에 올랐으며, 아이폰4 32GB와 16GB는 서로 순서가 바뀌어 32GB가 2위, 16GB가 3위에 올랐다. (전주 : 16GB 1위, 32GB 2위) 소니에릭슨 엑스페리아 X10은 전주 4위에서 8위로 대폭 하락했다.

이 뿐만 아니라 갤럭시S는 나름 부족한 점도 많지만, 아이폰에 대응하는 안드로이드폰 진영의 가장 좋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컨슈머 리포트나 PC매거진의 평가도 매우 좋다.

잘 생각해보면 갤럭시S에서 안드로이드란 운영체제로 인한 문제점을 뺀 나머지는 어떤가? 하드웨어와 나머지의 완성도만 따진다면 갤럭시S는 그 짧은 개발기간에 비해 상당히 잘 나온 제품이다. 삼성이 자기보다 앞선 기업의 장점을 배우면서 쫓아가는 능력이 얼마나 우수한 지를 잘 드러낸다.



삼성이 본래 닮고자 했던 기업은 소니였다. 자유, 활달을 내세운 소니는 창의적인 제품에 목숨을 건 회사였다. 워크맨, 트리니트론 화면, 플레이스테이션 등 업계의 혁신을 주도한 제품으로 명성과 돈을 전부 얻었다. 그렇지만 소니를 넘어서고자 했던 삼성은 혁신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창의력이 적게 요구되고, 이미 표준이 존재하는 일상재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이다.

갤럭시S를 통해서 보는 삼성전자의 저력은?

삼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성공에 의해 소니를 제쳤다. 그러나 이제는 애플이란 강자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더구나 애플은 독자적이고도 폐쇄적인 소프트웨어 역량이 장점인 기업이다. 애플 제품은 차라리 안팔려 망할 지언정 결코 일상재화 되지 않는 특성을 지녔다.



결국 삼성전자는 반대편 진영인 안드로이드폰을 일상재화 시키고는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켜 내놓는 전략으로 승부하고 있다. 이것이 삼성전자의 저력이며 갤럭시S와 갤럭시탭은 그 선두에 선 제품이다. 아이폰의 물결에 대응하지 못하고 일순 무너지려던 삼성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의 장점을 철저히 어필하고 있다. 갤럭시S의 성공은 그런 면에서 삼성의 독특한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