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터치와 아이패드의 차이는 무엇일까? 다른 자잘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정적 차이는 화면크기다. 한쪽은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과 거의 같은 3.8인치고, 아이패드는 거의 넷북 화면과 비슷한 9.7인치다.

초기에 이 화면차이에 주목한 사람들은 단지 크기만 커진 아이팟 터치일 뿐이라고 아이패드를 비판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랬다. 왜냐하면 나는 역사가 짧고 단순한 아이폰의 운영체제보다는 긴 역사와 함께 강력한 기능을 가진 맥 운영체제를 더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아이패드 같이 커다란 디바이스에는 크기에 걸맞는 강력한 운영체제가 탑재되길 바랬다. 물론 그랬다면 가격은 아마도 최저 999달러는 되었을 테고 배터리는 5시간 이상 가지 못하며, 무게는 1킬로를 넘는 지금의 맥북에어 정도의 태블릿이 나왔을 테지만 말이다.



스티브 잡스는 요즘 기기의 스펙보다는 그 용도에 더 주목한다. 또한 용도 자체보다는 그 용도를 구현해주는 소프트웨어와 컨텐츠에 관심을 가진다. 이것이 바로 그가 다른 CEO와 다른 점이며 지금 애플의 초강세를 이끌고 있는 힘이다.
아이패드는 순전히 이러 스티브 잡스에 의해 거실용 컨텐츠 기기라는 목적성을 띄고 나왔다. 스티브 잡스는 이 기기가 인터넷 검색과 음악, 동영상 감상에도 좋지만 특히 전자책과 잡지, 신문에 강할 거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애플은 아이패드의 주력을 여기에 두어 총력을 다해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성과는 지금 서서히 나오고 있다. 이제까지 전자매체에는 관심도 두지 않던 미국의 유명 잡지사와 신문사, 각종 미디어 매체 들이 동요하고 있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경향신문)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이 "앱(응용프로그램)이 종이신문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머독은 아버지 루퍼트 머독의 글로벌 언론그룹 뉴스코프에서 유럽·아시아 책임자를 맡고 있으며, 아버지의 유력한 후계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제임스는 "매체 수입의 30%를 지불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콘텐츠 다운로드 매장인 아이튠스를 통해 신문 판매 기회를 갖게 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애플사의 태블릿PC '아이패드'같이 디바이스용 신문 앱의 등장이 종이신문의 판매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는 최근 '모나코 미디어 포럼'에서도 "앱의 문제는 웹사이트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인쇄물을 잡아먹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자들이 컴퓨터 웹사이트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는 모바일기기용 앱이 인쇄물 판매에 더 큰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뉴스코프의 최고경영자(CEO)인 루퍼트 머독 역시 아이패드를 일컬어 "뉴스미디어 부문의 판을 새로 짜게 만드는 '게임체인저(game-changer)'"라고 지칭한 바 있다.

본래 문명은 항상 편리하고 발전된 매체로 그 중심을 옮긴다.
길거리에 붙은 방문이 정보를 제공하던 시대에서 각 가정에 배달되는 종이 신문 뉴스가 최고의 정보 제공 수단이던 때가 있었다. 그 후 라디오가 등장했고 텔레비전이 뒤를 이었다. 정보는 이제 영상과 소리를 함께 타며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진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인터넷이란 수단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원할 때 원하는 정보만 바로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신문과 잡지라는 매체를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발전된 수단이라도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으면 더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즉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없다면 널리 퍼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그동안 종이신문과 잡지사는 각종 인터넷 포털과 무료 매체와 비즈니스 모델 전쟁을 치러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 때문에 우리는 편리하고 종이낭비가 없는 효율적인 전자매체를 거부하고 고전적인 종이를 고집하는 미디어들을 봐야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은 언제까지나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아이패드로 인해 어느정도 수익이 보장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고 있는 가운데 종이신문과 잡지가 점차 팔리지 않고 있다. 위 기사의 다음 부분에 그 실태가 나와있다.

머독 부자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신문산업 분야는 근래 들어 무료 대안매체들에 독자와 광고 수입을 빼앗기며 디지털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추구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뉴스코프는 지난 6월 영국에서 발행하는 타임스오브런던의 무료 웹사이트를 폐쇄했고, 더타임스와 선데이타임스, 영국 최대 일요 타블로이드지 뉴스오브더월드 온라인판을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 이달 들어 뉴스코프의 영국 자회사 뉴스인터내셔널은 계열 매체의 기존 온라인 구독자가 90%까지 상실됐으며, 대신 현재 아이패드와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 앱 등을 통한 유료 독자가 10만5000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이패드 앱이 종이신문과 종이잡지를 위협하는 이유는?

라디오와 티비가 등장한 이후에도 종이신문이 흔들림 없이 굳건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1) 첫째는 즉응성이다. 라디오나 티비는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뉴스를 제공받을 수 없다. 방송시간에 소비자가 맞춰서 듣고 봐야만 하는 매체다. 그에 비해 종이신문은 자기가 읽고 싶을 때 꺼내들 수 있다.

2) 둘째는 연속성이다. 라디오와 티비는 중간에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이어서 듣고 볼 수 없다. 녹화라도 해두지 않는 한 지나가버린 정보는 다시 방송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주도권을 방송사가 쥐도 있다.

3) 매체의 편리함이다. 우선 종이신문은 가격이 싸고, 접어서 휴대하기 좋다. 그에 비해 소형화된다고 해도 라디오와 티비는 가지고 다니기 힘들며 상대적으로 비싸다.


그러나 아이패드 앱은 이런 종이신문의 장점 가운데 많은 점을 해결해냈다. 스마트폰이 먼저 개척한 정보단말기의 발달과 그 결과가 인쇄매체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1) 인터넷 와이파이망이나 3G를 이용한 아이패드의 전자신문과 잡지는 즉응성이 뛰어나다. 원하는 시간에 다운로드해서 바로 볼 수 있다. 심지어 이들 망은 신문가판대 같은 곳이 없는 오지에서도 인터넷만 가능하면 신문과 잡지를 볼 수 있게 해준다.

2) 연속성에서 아이패드는 잡지 앱은 당연히 이어서 볼 수 있다. 또한 일부 앱은 책갈피 기능도 지원해서 봤던 곳이 어디인지 친절히 안내해준다.

3) 아이패드 자체는 신문 한 부보다 훨씬 무겁고 두꺼운 잡지 한 권과 비슷한 무게다. 크기도 그다지 작지 않다. 그러나 아이패드는 전자매체로서 신문 한 부를 넣든 백 부를 넣든 완전히 같은 무게다. 또한 잡지 역시 얼마든지 넣어가지고 다닐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 봤을 때 휴대성에서 훨씬 앞선다. 배터리도 10시간 정도로 비교적 오래가는 편이므로 약점이 되지는 않는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아이패드 앱이 종이신문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아이패드를 둘러싼 애플의 노력이 반드시 모든 면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건 종이신문과 잡지, 전자책의 현재 애플에서 마련한 통합 전자책 스토어인 아이북스를 거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앱 형식으로 앱스토어를 거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애플이 아이북스를 통해 컨텐츠 내용을 제외한 모든 결정권을 쥐려는 것에 대한 개별 기업의 공포심과 반발이 있다는 증거다. 앱은 가격결정부터 그 안에 구현되는 포맷이나 각종 컨텐츠의 유출방지가 좀더 쉽다. 때문에 기업들은 애플이 아이북스란 좀더 쉬운 공간을 마련해도, 일부러 자사 전용 앱을 만들어 그 안에서 구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점은 애플이 앞으로 좀더 발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말해준다. 각 기업들에게 보다 완화된 기준을 주고 공포심을 적극 해소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이제는 미디어 황제의 아들까지도 애플과 아이패드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한 시대가 가고 다른 시대가 오는 조짐이다. 우리 역시 보다 편리하고 좋은 매체의 이용을 위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