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단어 가운데 '이념적 소비'라는 게 있다. 대형 마트의 동네 가게 고사를 둘러싸고 부도덕한 행위라는 지적을 하자, 해당 재벌회장이 트위터를 통해 '소비도 이념적으로 하십니까?' 라고 대답한 것이 원인이었다.

대체로 세상에서 생산까지는 이념적으로 특정 물건을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세상에서 소비는 순전히 수요와 공급의 원칙,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가격 경쟁으로 결정된다. 모 재벌회장의 말은 나름 자본주의에 담긴 근본 이념을 묻는 것으로 정론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말은 오히려 그 자체가 지극히 이념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 세상사 모든 것이 잘 보면 한 가지로 정답이 아니다. 이념적 의도로 소비를 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반대로 이념적 의미를 전혀 두지 않고 무조건 소비하는 것도 우습다. 불매운동이나 특정 브랜드 거부 캠페인 역시 이념적 소비인데 그런 것이 없다면 과연 생산자가 알아서 소비자를 전부 만족시킬 수 있었을까. 자본주의 중국에서 벌어지는 '멜라민 분유' 같은 사건이 과연 무엇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을까.


모든 것에 진리가 숨겨져 있지만 어쨌든 나는 IT블로거니까 이 분야를 가지고 이야기해보겠다. 대표적인 것으로 MS와 애플이 가진 운영체제, 그리고 리눅스란 운영체제가 과연 정치적 이념을 담지 않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1) MS의 윈도우에 담긴 정치적 이념을 살펴보자. 윈도우는 미국의 우파 공화당과 그 정치적 성격이 닮았다. 기본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기능만을 확실히 통제한다. 핵심이 되는 커널과 중요 기능 부분만은 국토안보와 비슷하게도 소스코드조차 공개하지 않고 철저한 비밀과 통제를 지킨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에서는 자유롭게 공개하면서 간섭을 최소화한다.

윈도우는 '보이지 않는 손'을 믿는다. 질 나쁜 소프트웨어는 알아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 망할 것이다. 반대로 좋은 성능에 가격이 싼 소프트웨어는 자연스럽게 흥할 것으로 본다. 윈도우를 가진 MS는 그런 시장에 간섭을 하지 않는 대신 책임도 지지 않는다. 때문에 오늘날 윈도우는 따로 앱스토어도 없고, 개발자 규약이나 검열이 없다. 대신 보호를 해주지도 않고 따로 홍보도 해주지 않은다.
 


2) 애플의 매킨토시 운영체제, 아이폰의 iOS에 담긴 정치적 이념은 우파 가운데 민주당 정도에 속한다. 정부의 적당한 통제와 간섭은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보이지 않는 손과 시장기능도 인정하지만 그것에는 부작용도 있기에 정부의 통제를 가해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고 한다. 커널이 되는 다윈의 소스를 공개하지만 코코아와 카본이라는 API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애플은 이윤을 추구한다. 하지만 더 많은 노력으로 성과를 내서 대가로 얻는 이득을 중요시 한다.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방법은 설령 그것이 시장기능의 일부분이라도 하기 싫어한다. 앱스토어를 만들고 통제하더라도 질을 유지한다. 사회주의적 요소다. 질을 유지하고 최종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검열고 하고 개발자 규약도 엄격하게 만들었다.
 


3) 독자 운영체제가 없는 구글은 리눅스를 앞세웠다. 안드로이드와 크롬 OS의 기초가 되는 커널인 리눅스에 담긴 이념은 독일이나 프랑스식 사회주의에 가깝다. 소스코드를 전부 공개하고, 다른 기반 기술도 공개된 표준이거나 범용성을 지닌다. 기술 사용료를 받으면서 폐쇄적인 소프트웨어는 리눅스에서는 발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리눅스에 고유 API나 자바를 얹어서 만든 플랫폼에 광고를 첨가해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구글이다.
구글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공짜로 만든다. 그렇지만 실은 맞춤식 광고를 넣어서 이윤을 얻는다. 구글에겐 많은 사람들이 자사 기술을 이용해 검색을 하고 광고를 봐 주기만 하면 된다. 일종의 사회주의적 이념으로 리눅스를 계승한 구글의 노선은 중도 좌파 정도 될 것 같다.
 


4) 마지막으로 우분투 리눅스를 앞세운 회사 캐노니컬이 있다. 벤처기업을 팔아서 백만장자가 된 사업가의 투자로 운영되는 이 회사는 리눅스로 개인에게는 일체의 돈을 받지 않는다. 기업에게 다소의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지만 실제 그 수입은 미미하다.

우분투 리눅스는 나눔을 중시한다. 운영체제는 물과 공기나 같은 것으로 여러 사람의 노력과 힘으로 자연스럽게 공급된다. 이런 것을 돈 주고 판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모두가 자기 욕심을 버리고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면 돈 몇 푼보다 더 많은 이익을 인류 전체가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치 북유럽식 사회주의나 심지어 소련식 공산주의를 연상하게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여태까지 우분투 리눅스의 지지자이자 팬이다. 그래서 몇 년간 리눅스를 쓰고 있으며 지금도 리눅스를 깔아서 쓰면서 윈도우를 대체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단지 돈이 없다는 것만 아니라 리눅스가 불러 일으킨 거대한 이념에 동참하는 의미다.

MS와 애플까지, 운영체제에 담긴 이념은?

나는 지금 가장 잘나가는 애플이 지나친 이윤욕심, AS물의, 통제와 독점강화를 위한 행동을 보일 때마다 강력히 반대해 왔다. 내가 좋아하는 리눅스의 정신과는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어떤 이념에도 정답은 다 들어있다. 반면에 어떤 이념에도 단점없이 완벽한 장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1) 윈도우는 우파의 입장에서 전세계에 걸친 독점과 불공정 경쟁 관행에 대한 죄를 면제받았다.
2) 애플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과 소비자의 의도에 반한 통제와 검열이 문제가 된다.
3) 구글은 너무 짙은 광고성이 문제가 된다.
4) 우분투 리눅스는 대중화로 널리 퍼뜨리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굳이 이념적 소비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렇게 좋아하고 구입하는 계층이 정리되어 가는 것 같다.

 
굳이 운영체제까지 고를 때 이념을 생각하며 소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이후로 운영체제가 내가 가진 특성에 맞을 것인지는 좀더 세심한 고려와 지식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운영체제 속에 담긴 이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