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서 IT업계를 논하다보면 반드시 언급하게 되는 두 가지 기업이 있다.
바로 애플과 삼성이다. 한쪽은 얼마전까지 한자리수 점유율의 컴퓨터만 만들었던 기업이고, 다른 한쪽은 얼마전까지 싸구려 가전제품의 대명사로 불렸던 기업이다.


애플은 말 그대로 점유율이 3프로까지 떨어지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었다. <뭐가 문제인지 아시오? 매력적인 제품이 없어요! 모두가 엿같은 제품뿐이오!> 란 잡스의 호통은 정곡을 찔렀다. 이후 애플은 소비자들이 사고 싶어서 줄을 서고,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무엇이 나올 지 두근거릳게 하는 그런 매력적인 제품을 내놓아서 성공했다.

삼성은 뉴욕 등 미국 가전시장에서 소니등 일본 가전제품에 비해 턱없이 낮은 품질에 싸구려 브랜드 이미지에 시달렸다. 미국을 방문하다가 이런 현실에 충격받은 이건희가 삼성의 품질을 올리고 첨단 브랜드 이미지로 바꿀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지금 삼성은 이익에서는 일본 업계 전체를 훨씬 앞질렀고, 브랜드 이미지에서도 소니를 바짝 따라가고 있다.



삼성은 과연 어떠한 회사인가? 삼성의 기업 역사를 보면 본래 첨단기술과는 관련이 없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텔레비전과 VTR을 생산하기 위해 애쓰면서 백색 가전제품 업체가 되었고, 그 기초 소재인 반도체에서 일본업체를 앞지르기 위해 노력하면서 마침내 장치집약적인  산업 - 반도체, LCD, 낸드 플래시의 최강자로 도약했다. 그리고 지금은 휴대폰과 스마트폰까지 세계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위상만 보고 삼성의 위치가 대단하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부족하다. 아니면 반대로 극단적인 안티삼성의 입장에서 삼성이 하는 일이란  전부 베끼기와 가격경쟁 밖에 없다고 매도하는 것도 어리석다. 지금 현재 삼성이 애플에 대항하는 스마트폰 업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한번 조망해보자.

먼저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 가운데 좋은 뉴스를 소개하겠다. (출처: 구글)



삼성은 오늘 2010년 3분기 실적보고에서 갤럭시 S 스마트폰이 6월 출시 후 90여개 국과 210여개 통신사들을 통해 700만 대 정도 판매했고, 웨이브 폰도 5월 출시 후 80여개 국과 200여개 통신사들을 통해 200만 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갤럭시 S는 연말까지 1,000만 대 판매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3분기에 7,140만 대의 모바일폰들을 판매했고, 이는 전년 동분기 대비 19%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폰 판매도 2분기 대비 14% 증가했다.
모바일폰이 주력 사업인 정보통신 부문은 갤럭시 S와 웨이브 폰 등 전략 스마트폰들의 판매 호조로 매출은 11.12조 원을, 영업이익은 1.13조 원을 각각 기록했다.

비록 삼성이 뒤늦게 따라가는 형국이기도 하고, 애플의 아이폰에 비해 부족한 면이 많다. 그러나 이정도의 성과는 상당한 것이다. 어차피 지금 아이폰에 당황하면서 밀리는 업체는 굳이 한국 업체만이 아니다. 핀란드의 자존심이자 글로벌 핸드폰 시장의 절대강자이던 노키아, 휴대폰의 역사자체나 마찬가지인 미국의 모토롤라도 상당히 밀리면서 간신히 대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늦게 출발한 삼성의 스마트폰이 벌써 이정도 성과를 내는 건 칭찬할 만한 일이다.


물론 보는 관점이나 눈높이 에 따라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이라고 하면 일본 옆에 있는 가난한 나라일 뿐이라 여기는 사람이 세계에 꽤 많다. 그런 나라의 기업이 아무것도 가진 것없이 시작해 이 정도 성과를 이뤄냈다는 걸 너무 과소평가해서도 안된다. 세계적으로 지금 이런 예가 없다. 나름 IT강대국이라는 인도에서도 하지 못하는 일이고, 일본도 이뤄내지 못했다. 시작이 늦어도 빠르게 따라가는 능력만큼은 삼성이 고속성장한 한국의 장점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삼성의 장점은 여기까지가 끝이다. 그럼 이제 안좋은 뉴스를 말해보자. (출처 :삼성 트위터) 

삼성은 자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갤럭시A, 갤럭시S의 프로요 업데이트를 11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트위터를 통해 발표된 이 공지는 최종 테스트 중 추가 개선사항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며, 11월 중에는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빠르게 성능 우수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 한해서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그 안에 담는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삼성이 가진 힘은 턱없이 부족하다. 단적으로 껍데기만 잘 만든다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보자. 삼성은 그 안에 들어가는 모니터의 핵심패널, 반도체 메모리칩, 일부 주문생산형 칩, 하드디스크, 메모리 반도체, 낸드 플래시 등을 생산한다. 키보드라든가 마우스도 삼성브랜드를 달고 나오는 제품이 있다. 이 정도면 부품에 관해서는  엄청난 위치라고 말해도 된다.

그런데 막상 운영체제를 보면 삼성의 기술이 만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응용프로그램이나 미들웨어, 기업용 솔루션에서도 역할은 미미하다. 그냥 삼성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전적으로 의지할 뿐이다. 삼성에게는 세계가 알아주는 하드웨어 설계와 생산 역량이 있다. 일단 표준이 일단 정해지고 양산단계에 가면 삼성과 정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업체는 몇 없다.

삼성이  IT업계에서 보여주는 빛과 어둠은?


문제는 그 표준은 남이 정해준다는 것이다. 각자 표준을 만들어가야 할 때, 삼성은 갈길조차 찾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게다가 그런 상황에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과감한 저가경쟁을 하지도 못한다. 레드 오션이 되는 하드웨어에서 최고의 생산성, 그러나 블루오션을 만들어 나가는 소프트웨어에서 초보단계에 불과한 역량. 이것이 삼성이 가진 빛과 어둠이다.

물량이 딸려 없어서 못팔 정도의 좋은 스마트폰을 천만대까지 쑥쑥 팔 수 있는 회사가 대만중소기업도 척척 해내는 프로요 업데이트를 빨리 해주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가졌다. 이것은 삼성이 가진 심각한 불균형을 말해준다. 스마트폰은 하나의 작은 컴퓨터인데 삼성이 기존 컴퓨터에서 가진 불균형이 그래도 이동해온 것이다.

진정으로 삼성이 미래를 보고자 한다면 컴퓨터에서부터 하나하나 소프트웨어 역량을 쌓아올려야한다. 운영체제부터 앱 개발 역량에 이르기까지 삼성이 다시 한번 제대로 된 도전을 해주기 바란다. 이제까지 걸어온 길로 보건대 삼성에게는 충분히 잠재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