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기울어지는 것과 다시 회생한다는 건 어떤 걸까.

절망적으로 점유율이 추락하고 내놓는 제품마다 실패하던 애플에는 희망이 없다는 분석이 대세이던 때가 있다. 스티브 잡스가 복귀했어도 여전히 애플은 파산할 거란 예측이 많았다. 심지어 잡스조차도 상황이 너무 절망적이라고 판단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애플에는 애플의 혁신을 믿고 남아있던 인재가 있었고, 새로 인수한 넥스트 스텝이란 운영체제가 있었으며, 나름 끝까지 애플제품에 충실한 소비자가 있었다. 특히 애플이란 브랜드 가치가 있었다. 결국 이들을 잘 조합시킨 신제품 아이맥과 아이팟으로 애플은 회생했다.

소니의 지금 상황은 얼핏 절망적으로 보인다. 브랜드 가치는 아직 높은 편이지만, 고가제품을 위주로 하는 소니의 제품전략은 위기를 맞고 있다. 소니는 특이점도 없는데 점점 비싸서 사지 않는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순이익은 적자로 되어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니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어필할 주력제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니에게는 아직 자산이 많다. 특히 아직도 소니를 지탱하는 확실한 분야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가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대표되는 소니의 아성은 아직도 굳건하다. PSP는 가지고 다니며 할 수 있는 휴대용 게임기로서 닌텐도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본격적인 대작 타이틀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휴대용 게임기이기도 하다. 소니가 가진 영상과 음악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때문에 소니의 회생이 걸린 건 비록 뒤늦었지만 PSP폰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마침 경쟁자들은 아직 소니의 영역에 침투하지 못하고 있다.



1) 아이폰은 게임기능을 중시하고, 풍부한 무료 게임이 많지만 주로 플래시 수준의 가벼운 게임만 많다. 에픽이 내놓은 언리얼 엔진급의 대작 게임은 아직 숫자가 적다.

2) 닌텐도는 아직 게임기라는 원칙에 집착해 모바일이나 스마트폰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소니에릭슨 같은 휴대폰 사업을 해본 적이 없다. 대작 타이틀도 부족하다.

3) 안드로이드 진영은 게임기능 자체가 부실하다. 아직은 통합된 추진력을 가지지 못하고 각개 전투를 벌이기에 당분간은 게임 하나에 특화하기가 힘들다.

이럴 때 소니가 기존의 PSP 타이틀과 하위호환되는 새로운 스마트폰을 내놓고 이것을 차세대 PSP2라는 컨셉으로 가져간다면? 상당한 성공과 함께 새로운 소니의 주력 이미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가정에 있는 티비가 모든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이미지를 만든다면, 개개인의 손 안에 있는 스마트폰을 잡으면 모든 IT제품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대되는소니 PSP폰의 프로토타입이 모습을 드러냈다. (출처: 인가젯)



이 제품은 퀄컴 MSM8655 1GHz 2세대 스냅드래곤 CPU, 512MB RAM, 1GB ROM, 슬라이딩 방식의 게임 조작부를 탑재하고 있는 제품이다. 아직은 프로토타입의 제품으로 보이며(소니에릭슨 마크가 있고, UI가 안드로이드 순정 UI) 조금 버그가 있다. 조작부 가운데의 빈 공간은 멀티터치를 지원하는 터치패드다.

  포커게임에는 히든 카드라는 게 있다. 마지막에 숨겨놓은 이 카드로 한방에 게임을 역전시킬 수 있기에 무시할 수 없는 카드다. 내 생각에 소니에게 남은 마지막 히든 카드는 PSP폰이다. 내 예전 포스팅에서 나는 소니가 이미 2005년에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을 만들 기회를 놓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장 좋은 찬스는 놓쳤지만 마지막 히든 카드로서 이 제품은 소니의 모든 것을 걸어볼 좋은 카드이다.

물론 장애가 되는 난점이 있다. 그리고 그런 난점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


1) 안드로이드와 결합한 소니에릭슨의 운영체제 역량이 너무 떨어진다. 엑스페리아 시리즈에서 아직 1.6을 쓰고 있는 점도 그런데 보다 빨리 최신운영체제를 따라잡아야 한다. 최첨단 스마트폰이란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바로 2.2와 함께 PSP폰을 내놓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2) 소니는 기존 PSP의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한다. 그런 나머지 지난 PSP GO 가 기존 타이틀을 호환하지 못해 완전히 실패한 적도 있다. 이번 제품에서는 그런 오류를 저질러서는 안된다. 가격대가 다르기에 어차피 차별성은 확보된다. 최대한의 제한없는 호환성과 상호연결을 통한 시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3) 애플의 앱스토어에 해당하는 소니만의 게임마켓을 좀더 개방적으로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개발에 필요한 API를 공개하고 이익배분을 70:30으로 나누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그렇지 않으면 애플의 앱스토어에 장기적으로 밀릴 우려가 많다.


이 정도만 가능하다고 해도 소니는 새로운 회생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애플 몫지 않게 소니 역시 역량과 브랜드 파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부디 소비자를 위해 소니가 제대로 뛰어들어 게임 플랫폼을 놓고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