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에는 종종 <왕자님>들이 등장한다.
꽃미남에 집안이 재벌에다가 공부도 잘하고 스포츠 만능이다. 성격도 자상하고 여자도 잘 챙겨준다. 그러면 하다못해 플레이보이라든가 뭔가 결점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 그래도 가끔은 그런 너무 완벽한 인물이 싫었는지 약점이라고 던져 준다는 게 <애견 공포증>이라든가, <기계치>라든가 하는 정도다. 이 정도면 <차라리 완벽하다고 해라!>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역시 현실에는 그런 완벽한 왕자님은 없나보다. 사람도 그렇고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가장 잘나가는 애플의 아이폰은 어떨까. 여기 뭐하나 빠질 것 없어 보이는 애플의 <왕자님> 인 아이폰에는 상당한 결점이 있다. 바로 어도비의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기에 완벽한 웹브라우징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애플의 왕자님에게는 그런 스스로를 위한 화려한 변명이 있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토요일 저녁 기준으로 Apple 의 iPhone&iPad를 지원하는 어플리케이션이 30만 975개가 되었다 (Mobclix 집계)

 Apple의 성장세는 매우 빨라서 불과 두달전에 25만개를 돌파했다. Android는 비공식적으로 10만개, RIM의 1만개를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이처럼 애플에 치우친 통계치는 아마도 애플의 플랫폼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가장 비중있는 카테고리는 book apps와 game 이고, 아이폰의 터치스크린과 빠른 그래픽 처리능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angry birds 를 시작으로 Android 에서 역시 게임의 비중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RIM은 다소 뒤떨어지는 CPU와 작은 스크린, 주목할만한 그래픽 프레임워크의 부재 등으로 어플리케이션 지원이 뒤쳐지고 있다.

여기서 보듯 애플의 아이폰을 포함한 모바일용 앱은 모든 장애를 뛰어넘는 마법의 칼이 되고 있다. 플래시가 되지 않아도, 액티브 엑스가 동작하지 않더라고 상관없다. 애플은 앱이 현재의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며, 미래는 애플이 밀고 있는 HTML5가 표준이 될 것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 말한다. 결국 아이폰의 변명은 이렇다

<플래시? 그런게 왜 필요해? 이 풍부한 앱을 봐? 이거면 됐잖아? 뭘 더 원해?>


얼마전 어떤 사용자가 어째서 그토록 소비자가 원하는데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잡스는 애플이 미래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애플에게 있어 현재는 앱이 해결해주고 미래는 애플이 리드하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과연 앱이 그런 불편을 다 해결해주고 있는가하면 그건 미지수다. 애플 사용자가 플래시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제품을 사주는 건 해결이 되서가 아니다. 그냥 다른 장점 때문에 참는 것이다. 정말로 애플이 말하듯 플래시가 금방 죽어갈 것이며 앱이 그 자리를 전부 메운다면 탈옥 아이패드에서 일부러 플래시를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이번엔 안드로이드 왕자님을 한 번 보자. 이 왕자님은 넓은 개방성이란 포용력이 발군이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아이폰처럼 부유하지 못하다. 너무 마음이 좋아서 그런지 꼭 필요한 통제조차 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할 가이드라인 제시조차도 마지못해 한다. 무관심인지 자유인지 모를 정도다.


아이폰은 안드로이드가 난립한 무질서속에서 그냥 죽어버리기를 원할 지 모른다. 개발자들은 질서정연한 아이폰을 위해서 기꺼이 모든 열정을 다해 앱을 개발할 것이며, 미래를 위해 모든 불편을 참을 거라 말한다. 그리고 소비자들 역시 미래를 위해서라면 광고를 보여주는 데 불과한 플래시 정도는 금방 무시할 거라 간주한다. 구시대적인 플래시에 집착하는 안드로이드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어디 안드로이드 왕자님에게도 변명이 없을 것 같은가?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일렉트로니스타)

안드로이드용 플래쉬가 백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야할 이슈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안드로이드 단말기로 웹사이트를 접속할때 OS를 감지하여 모바일 페이지로 포워딩 되는 경우에 플래쉬를 사용하지 않은 모바일 페이지로 접속 된다는점이다. adobe 는 현재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마도 타블렛 시장이 활성화 되면 이러한 이슈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Adobe 기술영업 본부장은 웹사이트가 플래쉬가 지원되는 안드로이드 단말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위해 작업중이라고 밝혔다.

 플래시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애플이 주장하는 건 단지 의사가 <이 알약을 먹으면 당신이 현재 앓고 있는 심장병 따위는 금방 나을 겁니다> 라면서 소화제를 주는 플라시보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의 변명은 이렇다. <앱 부족? 플래시면 전부 해결돼! 웹 위에서 플래시로 돌아가는 앱이 얼마나 많은데? 이 뜨거운 반응을 보면 알잖아?>



플래시는 엄연히 존재하는 대중 플랫폼이다. 그것이 광고에 이용되든, 속도를 느리게 하는 주범이든 그런 건 지엽적인 문제다. 현재 인터넷에 올려진 웹 동영상의 대부분이 플래시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유튜브 조차도 주류 방식은 플래시 방식이다.  인터넷 뱅킹이나 액티브 엑스 문제는 앱으로 전부 해결이 가능해도, 웹 동영상 구현은 당분간 전혀 해결될 수가 없다. 모든 인터넷 사이트 들이 돈과 개발자를 들여 플래시가 아닌 어려운 방식으로 다시 사이트를 만들기 전에는 말이다.

아이폰 vs 안드로이드, 각자를 위한 변명인가?

아이폰은 앱으로 플래시 문제를 변명하고, 안드로이드는 플래시 지원을 원하는 사용자 숫자로 스스로를 변명한다. 미래는 아이폰이 쥐고 있지만, 현재는 안드로이드가 쥐고 있다. 편하게 살기 위해 기기를 구입한 사용자가 왜 미래든 현재든 한가지 밖에 선택하지 못하는가?


공짜로 쓰는 것도 아니고 돈을 내는 건데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란 두 왕자님은 어느 쪽도 소비자란 공주를 차지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 선택이란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둘 다 편협한 변명일 뿐이다.

아이폰에게는 플래시 지원이, 안드로이드에게는 플랫폼과 앱의 통제가 필요하다. 나는 변명만을 해야하는 이 둘이 부디 어서 결단을 내려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