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배부른 사자는 위험하지 않다는 말이 있다.
하긴 맹수는 인간과 다르다. 배가 고프기에  사냥감을 잡는 것이지, 결코 그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는 이상 남을 해하지 않는다.

기업은 과연 어떨까? 사자처럼 배가 부르면 누구를 위협하지 않고 욕심도 부리지 않을까? 요즘  IT계의 배부른 사자에 해당하는 강자인 인텔을 보자. (출처: 인가젯)

인텔은 오늘 분기 실적보고에서 기록적 분기 매출 111억 달러와 이익 3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노트북과 서버 칩들의 판매가 3% 증가했고, 아톰 칩들은 4%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인텔은 지난 분기에 1,300명의 새로운 직원들을 채용했다고 말했다.


애플만 잘 나가는 게 아니다. 인텔도 나름 요즘 제품이 잘 팔리고 있다. 하긴 윈도우 호환 컴퓨터도 인텔칩을 쓰고, 맥도 인텔칩을 쓴다. 노트북과 넷북도 인텔칩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AMD도 선전하고 있지만 저가시장 위주인데다 노트북에서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다. 사실상 인텔의 앞날은 너무도 탄탄해 보인다. 이런 인텔은 과연 배부른 사자에 비유할 만 하다.

그러나 배부른 인텔에도 한 가닥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기의 도래다. 이 기기들은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PC와는 다르게 별도로 구입하는 서브기기에 불과했다. 또한 같은 시장을 놓고 겨루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이패드와 전자책으로 대표되는 태블릿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가뜩이나 스마트폰이 간단한 웹서핑과 오피스 문서보기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넷북수요가 줄어들었다. 그 위에 아이패드의 넓은 화면과 편한 조작성은 노트북 시장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아직은 작은 조짐만 나오고 있지만 이대로 가면 태블릿이 PC시장을 제대로 잠식할 판이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씨넷)


인텔 CEO 폴 오텔리니는 오늘 분기 실적보고에서 애플 iPad을 격찬했지만, 태블릿 부문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면서 애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인텔의 모든 자산들을 동원해 태블릿 부문에서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몇 달 혹은 몇 분기 내에 아톰 프로세서들을 장착한 윈도우, 안드로이드, 미고 기반의 태블릿들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넷북들이 출시되었을 때 같은 종류의 시장 잠식을 보았는데, 3년 후 PC와 넷북 시장들이 같이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현상이 태블릿에도 똑같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태블릿들을 대상으로 한 아톰 칩인 옥 트레일에 대해 말하면서, 이 칩은 풀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는 성능을 제공하고, 기업 고객들에게는 윈도우 기능이 중요해 인텔 기반 태블릿들은 그 분야에서 강력하다고 말했다. 인텔은 궁극적으로 최근에 인수한 인피네온 베이스밴드 칩 (3G/ 4G)을 아톰 칩에 통합할 예정이다.

인텔의 폴 오텔리니는 과연 여유있는 사자의 풍모다. 섣불리 애플과 아이패드를 깎아내리려 애쓰지 않는다.  그안에 인텔칩이 하나도 쓰이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태블릿의 성장세를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하지도 않는다. 시장상황을 상당히 냉정하게 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것은 실제로 내실도 없고 실력도 부족하면서 아이폰을 타도하겠다고 하던 국내 모 스마트폰 제조사 사장의 행보와 너무도 대조된다. 도발을 하더라도 품격을 지킬 수 있고, 도전을 하더라도 근사하게 할 수 있는 법인데 너무도 안타깝다.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장악하고 있는 칩셋은 ARM의 라이센스 칩들이다. 애플이든 삼성이든 퀠컴이든 말이다. 사실상 스마트폰 칩셋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독점인지도 모른다. 다만 시장규모가 크지 않고 라이센스 방식이기에 문제가 되지 않을 뿐이다. 이런 시장에 인텔이 제대로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니 그 파장은 상당할 것이다.

인텔의 모든 역량이란 무엇을 뜻할까. 그것은 그간 X86칩 설계경쟁에서 다져진 미세공정과 파이프라인 설계, 분기예측 시스템, 멀티코어 기술 등의 핵심기술이다. 특히 코어2 시리즈와  i5, i7 시리즈를 만들어낸 인텔의 설계팀의 능력은 상당하다.  전력소비와 발열량을 줄일 수 만 있다면 아톰으로 대표되는 인텔의 저전력칩은 강력한 파워를 지닌 제품이 될 수 있다.

인텔은 왜 애플과 태블릿을 향해 도전하는가?

아무래도 인텔이란 배부른 사자는 그래도 여전히 사냥을 계속하려는 것 같다. 배가 불러도 사냥을 하려고 하니 참으로 위험한 사자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의 성공을 준비하려는 의도다. 그건 칭찬할 만하다. 애플, 삼성, 퀠컴을 상대로 해도 기술력으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도 대단하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더 한다는 말처럼 인텔은 마지막으로 하나 갖지 못한 시장을 향해 총공세를 할 작정인 듯 싶다. 상대가 설령 지금 최강자인 애플이라도 말이다.


당장 인텔은 안드로이드와 모바일7, 미고를 노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가 우군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인텔칩에서 실행될 수 있는 운영체제이기도 하다. 애플 iOS만이 인텔칩에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영영 그럴 거란 의미는 아니다.

하긴 인텔로서는 굳이 칩셋 제조사가 아닌 플랫폼 제조사인 애플과 사생결단을 할 필요는 없다. 애플이 비록 A4칩을 가지고 있지만 인텔이 보다 좋은 성능과 가격의 칩을 제시한다면 그것을 채택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인텔맥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듯이 말이다 결국 싸움은 인텔과 ARM의 기술력과 호환성  경쟁으로 갈 것이다.


전통의 강자인 인텔의 도전장은 업계로선 환영할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 태블릿과 스마트폰에 인텔 칩셋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 지켜보자. 어쩌면 우리는 얼마 안가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인텔 인사이드 로고가 박혀서 팔리는 걸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