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늘 부딪치는 양면성이 있다.

하나는 삼성이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홍보모델이자 브랜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긍정적인 점이다. 본래 외국에서는 추상적인 의미의 한국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생활속에서 필요해서 구입한 TV,핸드폰, 자동차 등은 당연히 관심이 많고 그것을 생산한 기업은 당연히 안다. 그러니 한국은 몰라도 삼성이나 LG, 현대는 알고 있으며 심지어 일본기업이라 착각하기도 하는 것이다. SONY도 일본의 국력이 약하던 옛날에는 일본기업이 아니라고 착각당하는 걸 즐겼다고 하니 뭐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또 하나는 삼성이란 한국 최고의 대기업이 가진 어두운 면이다. 특정분야의 독점적인 영향력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나친 압박, 정치와의 유착관계, 불법적인 재산상속 , 영향력을 이용한 타 업체에 대한 배제 등이 꼽힌다. 이런 것들은 삼성이 단순히 커다란 기업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너무도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냥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넘길 수가 없다. 현재 한국에서 몇 단계로 거치면 모두 삼성에서 종사하는 사람과 연결될 만큼 이 기업의 힘은 강하다.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삼성을 언급하지 않는 것도 말이 안된다. 특별히 암적인 존재로 몰아 비난하는 것이나 한국산업의 구원자로 여겨 지나친 찬사를 연발하는 것도 무리한 행동이다. 나는 될 수 있도록 빛과 어둠을 동시에 언급하는 식으로 균형을 잡으며 삼성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한다.

최근 뉴스에 삼성과 관련된 재미있는 기사 하나가 나왔다. (출처: 일렉트로니스타)


니케이 경제에 의하면, 도시바는 OLED 생산을 중단하고 LCD 생산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주 요인은 저조한 실적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OLED 생산 라인의 직원들을 LCD 패널 부문으로 이적시킬 것으로 알려져 큰 해고의 바람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도시바는 OLED 개발을 전적으로 포기하지는 않고 조명 기구들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원래 매년 150만 장의 OLED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들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먼저 개발하고 삼성에 맞서 그나마 경쟁해오던 일본의 도시바가 마침내 디스플레이로서의 OLED생산을 포기한다는 기사다. 이 기사가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 점유율에 있다.

현재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시장에서 제대로 시장에서 각광받는 고해상도 제품을 만드는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미국이나 유럽, 대만은 물론이고 기술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일본업체조차도 삼성이주도하는 AMOLED 시장에 도전조차 못하고 있다. 삼성의 압도적인 양산능력과 높은 수율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삼성이 채택한 펜타일 방식의 장점이 나름 있다.
펜타일 방식은 빛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녹색 가운데 인간이 민감해서 느끼는 녹색을 제외한 나머지 두 색깔을 반으로 줄이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선명도를 떨어뜨리는 대신 고화소를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직하게 나머지 화소를 전부 넣은 AMOLED에서 800*480 같은 고해상도 구현은 현재 기술로는 무리다. 양산품이 제대로 나올 수 없는 한계인 것이다.


어쨌든 이 펜타일 방식의 특허를 얻은 삼성 외에 다른 업체는 제대로 시장에 AMOLED(능동발광식 유기다이오드)양산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시바의 OLED는 PM(수동)방식으로서 제품적용이 제한되어 있다. 그나마 삼성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가 수율이 나오지 않아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자 포기해버리고 조명기구로나 쓰겠다는 것이다.

삼성의 단기적 경쟁업체는 결국 이렇게 모두 사라졌다. 당분간 삼성은 AMOLED에서 독보적인 공급자로 남게됐다. 펜타일 방식이 문자를 읽는 가독성이 나쁘다는 것과, 상대적으로 짧은 제품 수명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미래의 디스플레이가 AMOLED일거라는 데는 다들 이의가 없다.

삼성은 AMOLED의 절대 강자가 될 것인가?

반도체부터 시작해 삼성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투자에 있다. 다른 기업들이 경기침체나 외환위기, 기업전략 미스로 제대로 연구비를 투자하지 않을때에도 삼성은 꾸준히 버티며 미래기술과 양산기술에 적극 투자했다. 이번 AMOLED도 마찬가지다. 일본업체들이 망설이거나 포기할 때 고집스레 투자 한것이 비결이다.

현재 삼성의 AMOLED는 주로 PMP와 스마트폰에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형화가 굉장히 어렵기에 제한이 있어 모바일 기기에 주로 탑재되는 것이지만 이 시장의 확산속도는 무섭다. 아이폰4가 채택한 자이로스코프 처럼 괜찮은 센서는 어디든 구하려고 하며 들어간다. 삼성이 생산 물량 문제만 아니라면 벌써 많은 스마트폰 회사들이 이 디스플레이를 썼을 것이다. 어쩌면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팟터치도 썼을지 모른다.


지금 하고 있는 설비투자가 끝나는 내년이 되면 삼성의 AMOLED 생산능력은 10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이때부터가 삼성이 진정한 강자가 될 순간인 듯 싶다. 아마도 우리는 이 디스플레이를 좀더 많이 보게 될 것이고, 어쩌면 놀랍게도 아이폰 5 혹은 다른 애플 제품에서도 보게 될 수 있다. 삼성이 생산물량만 받쳐줄 수 있다면 말이다.  펜타일방식의 단점만 해결할 수 있다면 진정한 미래형 디스플레이가 AMOLED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정확히 일치한다.

위키피디아의 AMOLED항목에는 다음과 같이 써있다.

최근 동영상 콘텐츠의 활성화로 인해서 LCD보다 응답 속도가 1000배 빠른 OLED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나 MP3P 디스플레이 같은 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현재 한국 기업으로서는 삼성SDI가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으며 세계 AM OLED의 98%를 생산한다.

삼성의 점유율이 무려 98퍼센트다. 이건 MS의 윈도우 점유율보다 더 무서운 공포의 숫자다. 게다가 도시바까지 포기했다. 이젠 삼성 혼자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과연 이것이 좋기만 한 일일까. 삼성 혼자만의 독주라는 건 경쟁이 없다는 뜻이다. 기술진보나 성능개선, 가격경쟁에서 경쟁자가 없다는 상황은 결코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 삼성이 절대 강자가 되었을 때 한국과 삼성이 해외에서 차지하는 명성이 높아질 것이고, 상대적으로 우리는 잠시 으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소비자로서 물건을 살 때 더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이제부터 당분간은 AMOLED시장을 독주하게 될 삼성을 어떤 기분으로 바라봐야 할까? 단지 박수쳐주고 웃는 것으로 모든 사람이 행복해진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