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음달 출간을 목표로 애플과 잡스에 관한 단행본을 쓰고 있다.

집필을 위해 자료를 다각도로 읽던 도중 상당히 흥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나왔다. 약간 책의 방향과 빗나갈 것 같아 넣기는 곤란하지만 블로그에는 올리고 싶은 글이 좀 나온다. 추석 연휴를 맞아 특별 보너스(?)로 이런 글을 포스팅해 보려고 한다.

다음은 하야시 노부유키가 쓴 <스티브 잡스의 명언50> (스펙트럼북스)의 한 구절이다.


스티브 잡스는 <바보들의 승리>라는 다큐멘터리에 출현해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유일한 문제점은 그들이 센스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정말 센스가 없습니다. 이것은 사소한 것이 아닌 큰 문제입니다. 그들은 고유의 정체성이 없으며 그들의 제품에 문화를 담지 않습니다."
이것은 결국 애플의 제품에는 문화가 담겨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그야말로 애플의 상품은 문화와 사회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낳으려면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한데, 애플은 그러한 다채로운 경험을 갖춘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잡스는 또 다른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에 대해 "조금 시야가 좁지 않은가 싶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만약 그가 젊은 시절에 한 번이라도 약물을 써보거나 힌두교 사원을 찾아가본 적이 있었다면 인간의 폭이 넓어졌을 지도 모르지요."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잡스는 인도로 수행여행을 떠나거나 선을 공부한 적이 있다.


이것이 지금 가장 각광받는 혁신기업 애플의 상징 스티브 잡스가 본 빌 게이츠와 MS의 문제점이다. 그리고 잡스가 다른 거의 모든 고루한 기업 HP, IBM 등을 보는 관점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잡스의 말을 빌어 독자들에게 <너무 모범적으로만 살며 세상을 한 방향으로만 보지 말라. 애플과 잡스처럼 혁신을 하려면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봐야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과학의 기본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심하며 원리를 찾는 것부터 시작된다. 마약은 별로 좋은 것이 아니고 미국에서 힌두교는 단지 기괴한 인도 종교일 뿐이지만 스티브 잡스는 기존의 강요된 도덕과 정신형성에 대항하고 의심하는 뜻으로 이런 행동을 했다. 반면에 손꼽히는 미국의 유명가문 게이츠 집안에서 태어난 빌 게이츠는 그다지 반항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술에도 도박에도 여자에도 빠지지 않았다. 오로지 컴퓨터만이 그가 몰두한 전부였다.

스티브 잡스가 직접 말한 MS의 문제점은?


스티브 잡스가 본 문제점은 아주 단순하다. 그러니까 빌게이츠가 세운 마이크로소프트의 문제점은 딱딱하다는 것이다. 보다 사람들에게 재미있고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운영체제 안에서도 밖에서도 없다. 그저 양복입은 영업사원처럼 잔뜩 격식을 차리며 실용성만 강조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뭔가 파격적이고 재미있어야 하는 문화현상은 만들 수가 없다. 맥과 윈도우를 비교하는 광고는 그것을 아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런 MS와 다르게 아주 섹시하고 발랄하게 제품을 개발한 애플과 잡스는 지금 세계의 각광을 받고 있다. 시가총액에서도 MS를 넘어섰다. 승리자다. 모두가 애플과 잡스를 칭송한다. 하다못해 경쟁기업과 잡스를 싫어하는 사람조차도 그 성과를 낸 원동력을 배우려 한다. 아이패드 이후 태블릿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애플TV에 자극받아 스마트TV는 구글이 먼저 시작할 정도다. 전세계에 이미 애플을 좋아하다못해 받드는 애플 팬보이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또 하나의 논점을 내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애플과 잡스를 똑바로만 봐야 하는가?> 라는 물음이다.
<애플이 혁신기업이라는 게 왜 당연한 건가? 잡스가 위대한 인물이라고? 아닐 수도 있지. 왜 내가 다른 사람과 똑같이 잡스를 떠받들을어야 하는데?> 라는 물음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 라는 건 요즘의 애플 찬양 분위기에서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극단적인 말로 <다르게 생각하라!> 는 말의 의미조차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야한다.


나는 과감하게 가정해 본다. 만일 지금 스티브 잡스와 모든 면에서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탄생한다면, 그는 절대로 스티브 잡스를 찬양하지도 않을 테고, 애플에 입사하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누구를 일방적으로 찬양하거나 남의 밑에서 일하는 건 잡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리어 제 2의 빌 게이츠라면 잡스를 찬양할 수도 있고, 애플에서 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창의적인 발상을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아닌 나 스스로에게 강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한 종교의 교주는 절대로 다른 종교 교주의 아래로 들어가지 않는다. 자아와 정체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잡스의 말대로 <인간의 폭을 넓히려면>  기존의 모든 관념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기존의 관념에 얽매이지 마라. 항상 의심하고 더 창의적인 발상을 하자!
이것이 바로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 소프트가 하지 못하는 결점이다. 또한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가진 장점이기도 하다.

당신은 과연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