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공짜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공짜가 아닌 현실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짜폰> 만 해도 그렇다. 실제로 아무런 조건없이 휴대폰을 공짜로 나눠주는 곳이란 어디에도 없다. 공짜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가입비 + 사용요금 + 사용기간 약정 등을 걸어놓고 거기에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이건 전형적인 <조삼모사>로서 우리는 할부로 폰을 구입하는 행위를 공짜폰이라는 마케팅 용어로 듣고 있는 셈이다. 어떨 때는 이런 제품이 제값 주고 사는 제품보다 더 결과적으론 더 비싼  경우도 있다.
 
반대 경우도 있다. 공짜보다 유료가 좋다면서 접근해서 판 제품이 오히려 공짜보다 못한 품질을 제공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 광고가 붙긴 했지만 공짜인 <알약> 같은 백신이 잡다한 군소업체가 만든 유료 백신 프로그램보다 훨씬 성능이 좋다.

이렇듯 세상은 점점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그야말로 <눈 뜬 사람 코 베어가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갓 상경한 순진한 시골 사람처럼 살 수는 없다. 좀 더 영리해져야만 속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


요즘 각광 받고 있은 안드로이드를 향해 경쟁 운영체제인 윈도폰7 출시를 앞둔 마이크로소프트가 먼저 선공을 가했다. 관련 기사의 일부를 소개한다. ( 출처 : 비즈니스 인사이더 )

마이크로소프트 모바일 부서의 한 관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가 비록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만, '숨은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윈도폰7의 라이센스 비용인 기기 당 $15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아래와 같다.

1. 제조사들은 순정 상태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비가 들어간다

2. 안드로이드 IP를 둘러싼 법정 싸움이 제조사들로 하여금 비용을 지불하게 할 수 있다. 반면 윈도폰7 제조사들은 그러한 소송에 대해 우리가(MS) 다루게 된다.

3.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은 다양한 하드웨어에 대해 각각의 드라이버를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윈도폰7은 'Chassis 전략' 으로 인해 표준화된 하드웨어를 사용하여 더 빨리 만들수 있고 드라이버 개발비를 낮출 수 있다.

4.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은 꼭 있어야 하는 오피스나 동영상 코덱같은것에 대해 직접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윈도폰7은 오피스나 동영상코덱 등이 표준 제공된다.

5. 윈도폰7은 자동화된 테스팅을 제공하고, QA가 빠르고 저렴하다.

6. 윈도폰7은 메트로UI, Zune, XBOX 라이브, 익스체인지, 비주얼 스튜디오를 이용한 앱 개발 등의 놀라운 유저 경험을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은 이것들을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위의 주장 대로라면 결국 각 휴대폰 제조사에 공짜로 제공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는 말만 공짜일 뿐이다. 개발비를 비롯해, 법정비용을 물고 각종 필수어플 탑재에 돈을 들이고 나면 오히려 비싸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MS는 단 15달러라는 싼 라이센스 가격으로 이런 모든 고민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짜인 안드로이드가 유료인 윈도폰7보다 비용이 더 든다?

일단 논리적으로 틀린 말은 없다. 일차적으로 분명 MS의 관계자는 사실을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잘 생각해보면 진실은 아니다. 매우 교묘한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실제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가 힘든 상황이지만 적어도 이 말은 MS관계자가 자사의 입장과 장점만 내세우고 단점을 숨긴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이번엔 안드로이드의 관점에서 각각의 항목을 하나씩 분석해보자.

1. 개발사가 순정 상태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구글의 레퍼런스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제시한 레퍼런스폰인 <넥서스원>과 하드웨어를 똑같이 만든다면 개발비를 한푼도 들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휴대폰 개발사는 각자 자기의 특화된 개성을 내길 원한다. 그래야만 나름 회사의 브랜드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윈도폰7은 호환성을 이유로 제조사에 하드웨어와 각종 사양에 제한을 걸 것이다. 결국 윈도우와 마찬가지로 개발사는 개발비를 절감하는 대신 MS에 종속되어야 한다.

2. 안드로이드를 둘러싸고 자바를 변형한 <달빅>이 자사특허를 침범했다고 오라클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 결과에 따라 일정한 사용료를 내야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만일 오라클이 이긴다고 해도 오라클은 돈을 원하는 것 뿐이지 안드로이드가 사장되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그 이용료는 그다지 비싸지 않은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구글은 돈이 많기에 법정비용을 굳이 제조사에게 분담시킬 이유가 별로 없다.

3. 윈도폰7의 드라이버 전략은 안드로이드와 다르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소스를 공개한 대신 제조사가 알아서 만들어야 한다. MS는 소스를 공개하지 않는 대신 자사가 인력과 자금을 들여 드라디버를 개발해주거나 개발에 필요한 각종 지원을 해준다. 얼핏 MS 쪽이 편해보지만 그렇지 않다. 만일 중요한 버그가 있거나 드라이버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싶을 경우 제조사는 그저 MS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어야 할 뿐이다.

나머지 4. 5. 6 번에 대해서는 MS가 일종의 패키지 업체로서 운영체제와 중요 어플을 전부 묶어 공급해준다는 측면의 강점이다. 그 모든 것을 단말기 당 15달러에 해주겠다니 정말 싸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제조사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그런 비용절감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구글의 안드로이드만 해도 3.0인 진저브래드부터는 제조사의 하드웨어 사양을 다소 엄격하게 체크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통일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안드로이드 기기간 호환성과 개발자의 편의성을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막상 제조사들은 오히려 공포를 느낀다. 마치 지금 PC의 윈도우처럼 제조사간의 차이점이 완전히 없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무한 가격경쟁을 해야 한다. 통일된 인터페이스까지 대두되면 그 다음에는 하드웨어 스펙만이 가격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가 된기 때문이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 레드오션인 PC제조업체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윈도폰7이 가져다주는 15달러의 저렴하고 황홀한 저 패키지도 마찬가지며, 오히려 안드로이드보다 더 심할 것이다. 저런 편의성을 주는 대신 단말기 하청업체 정도로 위상이 떨어져버리며, MS의 요구와 명령을 고분고분 들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저 관계자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정리해보자. 결국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안드로이드 역시 나름의 비용이 든다. 어쩌면 MS의 윈도폰7과 비슷하거나 더 비용이 들 수도 있다. 대신 구글은 휴대폰 제조사의 자유를 그나마 보장해줄 것이다.

세상에 장미빛으로 가득찬 저가 패키지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저가라면 반드시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는데, MS의 윈도폰7 은 15달러만 받는 대신 휴대폰 제조사들의 <자유> 를 포기하도록 요구한다. 자유를 포기하는 대가로 얻는 15달러의 안전한 저가 운영체제가 과연 매력적일가? 윈도폰7의 채택은 스마트폰 업계가 지금의 PC윈도우가 지배한 PC업계 처럼 중국과 대만의 하드웨어 생산업자만 살아남는 레드오션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주는 것인데도?
 
안드로이드 VS 윈도폰7 의 구도는 이렇게 흥미로운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앞으로 과연 각각의 업체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