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진실은 한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보는 측면마다 다를 뿐더러 새로운 정보를 더해서 종합하면 전혀 다른 방향의 진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지난 포스팅에서 나는 페이스북이 지나친 상표권 주장으로 약한 다른 업체들에게 과도한 횡포를 부리는 점을 논했다. 그런데 이렇게 강자라고 생각되는 세계적 업체도 또다른 천적(?)이 나타나면 꼼짝없이 방어에 급급한 상황이 된다.

나쁜 말로 <특허괴물>이라고도 하는, 실제적 기술의 상용화는 하지 않고도 특허권만 이용해 다른 업체들에게 배상금을 뜯어내는 업체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립자인 폴 앨런이 그런 특허괴물 역할을 하기 위해 나섰다. ( 출처: 연합뉴스 )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이 애플, 구글 등 주요 인터넷업체들을 상대로 이들이 웹기술 특허 4건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앨런의 특허관리 회사인 '인터벌 라이센싱'이 27일 발표했다.
인터벌 라이센싱은 자신들이 애플, 구글을 비롯해 페이스북, 이베이, 야후, 넷플릭스, 오피스디포, 오피스맥스, AOL, 스테이플, 유튜브 등 총 11개 업체를 상대로 시애틀법원에 소장을 접수시켰다고 밝혔다.

인터벌 라이센싱은 1990년대 초 앨런이 데이비드 리들과 함께 설립한 기술연구개발업체 '인터벌 리서치'가 개발한 기술들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업체는 특허가 침해된 기술들은 전자상거래와 검색 관련 주요 기술들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킹 웹사이트인 페이스북은 "이번 소송은 별 소득이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고 이베이는 "강력하게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구글의 아론 자모스트 대변인은 "혁신적인 기업들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시장 대신 법정에서 경쟁하려는 불행한 시대적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강자이던 페이스북이 임자 만난 셈이다.
이 뉴스에서 주목할 점은 무려 20년 전인 1990년대초에 개발한 기술특허를 가지고 이제까지 가만히 있다가 느닷없이 내밀었다는 점이다. 관련업체들의 반발이 약하고, 혐의 내용을 그다지 부정하지 않는 걸로 봐서는 관련 기술을 쓰려면 어쩔 수 없이 써야하는 필수 특허인 듯 싶다.


20년 동안의 사용권과 피해액수로 따지면 천문학적 액수가 될 것 같은데 아마도 법정 밖에 합의금을 통해 해결할 확률이 높다. 어차피 애플까지 포함된 이들 기업은 대체로 지금 한창 잘나가며 돈도 많은 회사니까 말이다.

나는 처음에 이 뉴스를 보고 폴 앨런이 그저 돈이 좀 필요했나. 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물론 MS의 공동창립자니까  재산이 작지는 않겠지만 사람이란 게 돈이 많을 수록 더 벌고 싶은 법이니까 말이다. 어차피 미국에 너무도 흔한 특허권 싸움이기에 그 이상의 관심도 없었고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고 간주했다.

그러나 문득 다른 뉴스 하나를 떠올리자,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 출처: 경향신문 )

“나는 내 인생이 끝난 뒤에도 자선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암의 일종인 ‘비호지킨 림프종’에 걸린 사실을 공표하고 투병생활을 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 폴 앨런(57)이 135억달러(약 16조2000억원)로 추정되는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사후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15일 발표했다.

앨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내 재산의 대부분을 재단 활동을 지속하고 비영리 과학연구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앨런이 재산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희사하기로 발표함으로써 그는 억만장자이자 활발히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 과거의 사업파트너 빌 게이츠, 억만장자 투자가 워런 버핏의 뒤를 좇게 됐다. 앨런은 지난 20년 동안 자신이 설립한 ‘폴 G 앨런 가족 재단’을 통해 미국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서 자선활동을 펼치면서 10억달러 규모의 무상 보조금과 자금을 쾌척했다.


이걸 보면 돈 욕심에 특허괴물 짓을 하고 있다는 내 당초의 해석이 무색하다. 곧 죽을 병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고 있으며, 재산 전부를 자선활동에 쓰기로 한 사람이었다. 새삼 돈을 벌어봤자 일신상의 무슨 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 대체 무엇 때문에 돈이 필요한 것일까? 자선활동을 더 크게 벌이려고?

얼마나 많은 재산이 자선활동에 환원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애틀에서 나고 자란 앨런은 프로미식축구(NFL) 시애틀 시호크스팀의 구단주이자 프로축구팀 시애틀 사운더스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시애틀에 ‘익스피어리언스 뮤직 프로젝트 팝 박물관’을 설립했고 시애틀 레이크 유니언 부근의 낙후지역을 바이오테크 연구센터로 재개발하는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결국 돈의 흐름으로만 본다면 폴 앨런은 실리콘 밸리의 부자 벤처 기업에게서 특허를 무기로 뜯어낸 합의금으로 다시 대규모 문화사업과 자선사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것은 의적 로빗훗이나 홍길동 처럼 부자를 털어서 대중을 포함한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행동이 된다.

MS 공동창업자는 현대판 로빈후드인가?


어차피 앨런이 제기한 특허권이 정당한 지 어떤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또한 그가 자선사업을 하는 것은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닌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이렇게 연관될 경우, 문득 연상되는 것은 <사회적 부의 재분배> 문제다.

빌게이츠가 이미 아프리카의 극빈층을 위해 독점기업 마이크로소프트를 통해 모은 돈을 상당부분 기부하고 쓰고 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지금 경이적인 수익률을 통해 현금을 쓸어담고 있는 애플도 과도한 현금을 주주들에게 다시 배당금 형식으로 돌려주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처럼 기업이 돈을 버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사회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기업이 버는 돈은 다시 어떤 형태로든 사회의 발전에 투자되는 선순환이 되어야 바람직하다.

그런 면에서 요즘 돈을 많이 벌고 있는 기업에게 특허권으로 돈을 뜯어서 자선사업에 쓰게 되는 폴앨런의 행보는 참으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진정으로 기업과 개인이 진정으로 나라와 인류 전체에 도움을 주는 길은 무엇일까?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