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플 제품은 너무 인기가 많아서 늘 표적이 된다.

새로운 휴대폰이 나올 때마다 <아이폰 대항마>고, 새로운 타블렛이 나오면 <아이패드, 게 섯거라!> 라고 외친다. 사실  이건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오죽하면 아이폰 대항마만 모아놓으면 목장 하나 차리겠다는 농담까지 나온다.

그런데 솔직히 이제까지 이른바 대항마 들은 하나같이 별 기대가 안되는 제품이었다. 나름 기세좋게 기획해서 나오긴 했지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비해 뭔가 확실한 우위에 있는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만 해도 그렇다. 엘지에서 납품하는 S-IPS 패널을 능가하기 위해 삼성의 AMOLED를 채택할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장단점이 있어 그다지 우위가 안된다. 그나마도 수율과 물량부족으로 타블렛에는 채택할 수 없는 형편이다.


아이패드의 가장 큰 장점은 하드웨어 보다는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컨텐츠에 있다. 특히 전자책 부분을 위한 아이북스까지 결합한 유기적인 컨텐츠 공급까지 결합되면 비교우위는 더욱 커진다. 이에 대항해서 나온 대항마들은 대부분 안드로이드에 비슷한 스펙만 나올 뿐 가장 중요한 컨텐츠에서 양과 질에서 무엇하나 앞서지 못한다.

하다못해 차별적인 개성을 가진 컨텐츠라도 있으면 나을 지 모른다. 아이패드에서 절대 구현할 수 없거나, 미처 떠올리지 못한 무엇인가 말이다. 그러나 최소한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나온 어떤 타블렛도 아이패드의 후광에 가려 무엇 하나 자기 개성을 어필하지 못했다. 따라서 전부 아이패드 짝퉁 내지는 유사품이라고 매도 당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나름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드디어 본격적인 반격이 개시된 것 같다.

이미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의해 소셜게임부터 시작해 휴대용 게임기 시장이 잠식되기 시작하자 닌텐도는 3D게임이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닌텐도 3DS를 발표한 바 있다. 애플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생각했다고 해도 현행 디스플레이로는 구현할 수 없는 3D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것이다. 안경없이 3차원 영상을 구현하는 시차배리어 방식의 이 제품으로 인해 닌텐도는 당분간 애플과는 별도의 영역을 지켜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닌텐도 3DS의 이런 기능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일본 샤프사에서 개발한 시차 배리어 방식 액정 디스플레이였다. 샤프에서 개발해 공급한다는 대목을 읽고도 나는 무심코 그렇구나 하고 넘겼다. 그런데 실은 바로 그 점이 핵심이었다. 샤프 역시 옛날에 X68000이라는 컴퓨터를 만든 적도 있는 IT기업이다. 지금도 PDA 자우루스 시리즈를 비롯해 노트북을 만든다. 그러니 부품 공급에만 만족할 리가 없었다.

과연 한 가지 뉴스가 바로 입수됐다. ( 출처 : 인가젯 )

일본 샤프 사가 올 가을 애플 아이패드와 견줄만하다고 자부하는 새로운 e-reader를 일본 시장에 판매한다. 샤프는 올 연말 경 이 제품을 미국 시장에도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샤프의 미키오 카타야마(Mikio Katayama)사장은 일단 애플의 아이패드와 경쟁할 목적으로 이 제품을 출시했다고 말해 주변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우선 칼라 LCD디스플레이로 눈길을 사로잡은 이 e-reader기기는 거기에다 한술 더 떠 전자책으로는 처음으로 3D화면을 지원한다. 미키오 카타야마 사장은 특히 게임에 열중하는 소비자들이 3D화면에 열광하는 모습을 이미 눈으로 목격했으며 3D가 미래 e-reader 시장이 걸어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멀티미디어 제품이라고 재차 주장하며 샤프는 이미 3D 스마트폰을 출시한 데 이어 연구실에서 무안경 3D 태블릿 PC 디스플레이까지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3D기술을 미래 제품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그의 비전에 걸림돌이 될 만한 기술적 난제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에 똑같은 특징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면의 3D디스플레이와 3D 컨텐츠라는 요소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직까지는 일본의 샤프만 가지고 있는 3차원 시차 배리어 방식 디스플레이란 부품으로 말이다.


아이패드의 진정한 경쟁자는 3D 타블렛?

문제는 컨텐츠다. 3D 방식의 동영상을 비롯해 전자책, 게임 등이 확실히 많이 확보되거나, 2D그래픽을 3D 그래칙으로 자동 컨버전하는 툴을 잘 만들기만 한다면 이건 새로운 방면의 혁신기술이 된다. 충분히 아이패드와 경쟁이 될 만하며, 어느 것을 살 지 고민하게 만들 수 있다.

일본은 나름 컨텐츠에도 자신이 있는 나라다. 특히 일본의 애니메이션인 제패니메이션과 콘솔 게임 산업은 세계를 호령할 정도다. 그런 것들이 차례로 3D로 개발되거나 변환되고, 미국 헐리우드와도 연계해 3D 컨텐츠를 <아바타> 처럼 옮겨올 수 만 있다면 어떨까? 샤프의 이 전자책 단말기는 그야 말로 제대로 된 아이패드 대항마가 되는 셈이다. 게임에서는 닌텐도가 샤프와 협력해 이 타블렛에 닌텐도의 3DS게임을 전면적, 혹은 부분적으로 호환되게만 만들어도 대박이 날 가능성이 크다.


발상의 중요성은 이래서 중요하다. 일본은 아이패드와 아이폰에 잠식되어 갈 자국 시장을 최소한 지킬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찾았다. 그에 비해 한국은 아직 허둥대기만 할 뿐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역시 사실은 충분히 세계적으로 우수한 점이 있지 않은가? 한류 드라마나, 온라인 게임, 영화 등에서 경쟁력이 있고, 다른 방면에서 컨텐츠를 잘 생산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일본은 지금 애플의 열풍에 맞서기 위해 이처럼 애쓰고 있다. 한국도 부디 분발해서 더 좋은 제품과 아이디어가 담긴 컨텐츠를 개발해냈으면 좋겠다. 그래서 단순한 국산품 애용 호소가 아닌, 정말 좋아서 한국 타블렛과 아이패드 사이에서 즐거운 선택의 고민을 좀 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