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인기는 없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 글쓰기 강좌를 이어가겠다.

블로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스타일, 즉 개성이 아닐까?
어차피 개인적 공간의 성격이 있는 게 블로그다. 그러니 다소 어설픈 컨텐츠도 상관없고, 분량이 적어도, 내용이 좀 빈약하든가 해도 관계없다. 그러나 용서가 안되는 건 몰개성이다.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내용이나, 아무 느낌도 없는 글을 쌓아놓은 블로그는 절대로 사람을 끌어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블로그 글에서도 개성이 중요해졌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말투가 있듯이 블로그 글도 잘 보면 미묘하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유명한 블로거나 파워블로거들은 비교적 잘 다듬어진 깔끔한 문체를 쓰지만 그래도 각자의 성격이나 성장과정이 엿보이는 듯한 글을 쓰고 있다. 나는 비교적 소설을 오래 쓰고 글공부를 좀 했다보니 대체로 그 문체를 보면 마치 지문을 보는 것처럼 그 블로거 성향을 짐작할 정도까지 되었다.


그런데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과 문체를 확립하고 싶은데 그걸 잘 못하겠다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글을 쓰면 내용은  좋은데 마치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보듯 완전히 딱딱하고 건조한 문장밖에 쓰지 못한다. 과연 어떻게 하면 호소력있고 개성있는 문체를 가질 수 있을까?

스타일 있는 블로그 글을 쓰는 비결은?

말투는 그 사람의 교육과 성장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그렇다면 문체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대체로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얼만큼 읽었으며, 어떤 종류의 글을 많이 써봤는지에 따라 형성된다. 주위에서 늘 욕설과 거친 말만 듣고 온 사람이 고운 말을 바르게 쓰기 힘든것처럼 가볍고 단순한 글만 봐온 사람이 스타일 있는 문장을 쓸 수는 없다. 그것이 바로 그 사람 특유의 문장 스타일이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꽃이 많이 피어있는 정원을 쓴다고 치자.


1. 한때 유럽의 문학적 사조 가운데 하나인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문학에서는 이렇게  쓸 것이다.


오! 그 집의 정원은 마치 천국 같아서, 도저히 세상의 일부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빨간 장미는 천상에서나 볼 수 있는 자태로 맑은 이슬을 가득 머금고 있다. 화려한 춤을 추는 나비가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처럼 꽃잎을 희롱하고,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좋은 향기가 가득한 이 정원에서 평생을 살고 싶어라! 과연 내 생의 어디에서 이런 곳을 보았단 말이냐? 정녕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꿈이라면 부디 깨지 말지어다! 이런 경험이 영원으로 이어진다면 내 삶은 구원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으니... 천사들이여! 나를 위해 노래 불러다오!


즉석에서 내가 대충 지어본 문장이다. 어떤가? 요즘 속된 말로 <오버> 하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하지만 한때는 이런 고상한 오버야 말로 교양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이런 문체 역시 부분적으로는 지금도 광고글이나 각종 문학에서 종종 쓰이고 있다.  문장 하나가 긴 경우도 많고 감탄사와 묘사가 주를 이루는 이런 스타일도 나름 쓸모가 있다.

2. 건조한 가운데 물질만능주의적 영향을 가미한 문장으로 정원을 묘사해 보자.

대략 30만 달러가 들었다는 정원은 생각만큼 화려하진 않았다. 하지만 곳곳에 피어있는 장미는 그 하나마다 희귀한 품종이다. 저 꽃잎으로 만든 향수는 한 병에 1천 달러나 한다고 들었다. 바쁘게 정원을 손질하는 정원사는 한달 월급만 2만 달러를 받고 있다. 장미는 돈이 많이 드는 꽃이다. 철마다 관리해주는 비용만 해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런 정원을 갖춘 이 집 주인은 과연 얼마나 부자일까?

같은 정원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묘사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도 하나의 스타일이다.


 3. 지독하게 시니컬한 사람이 이 정원을 보면 어떤 묘사를 할 수 있을 지 한 번 보자.


대체 정원 따위가 사람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수 있단 말인가. 한 줌도 안되는 꽃향기? 아랫마을에서는 굶주린 소년들이 감자죽을 쑤어 먹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곳 정원에서는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 장미 따위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보기 좋은 벽돌담이나 이 무수한 장미꽃을 위한 거름을 줄 돈이면 저 아랫마을 주민 전체의 굶주린 배를 채워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집 주인은 그런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런 게 바로 인간이다.

어떤가? 같은 정원을 묘사하는 데 스타일을 다르게 쓰니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시니컬한 문장은 일본의 문학인 라쇼몽에서 나온 <다다이즘> 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문장스타일 각각이 블로거에 해당된다고 보면 같은 사회현상이나 제품, 사건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이것을 묘사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이렇게 해서 스타일 있는 블로그 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물론 위의 케이스는 극단적인 예다. 대부분 블로그 글은 저런 극단적인 묘사의 차이보다는 적당한 어투의 차이만 있다. 그러나 때로는 특성에 따라 문장의 스타일 변화가 필요하다. 영화를 감상하고 나서 쓰는 문장과 제품을 써보고 감상을 적는 문장은 다른 편이 더 좋다.


우리가 주로 학교 교육과정이나 글쓰기 강좌에서 배운 글쓰기는 어떤 곳에도 무난하게 쓰일 수 있는 표준적인 문장이다. 기껏해야 기업의 고객상대처럼 <안녕하세요? 잘 오셨습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 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이런 정도의 무난한 문장이 고작이다. 입시위주의 교육과정이 주를 이루는 학교과정에서 습득할 수 있는 한계다.
 
하지만 교육과정 외에 다양한 책, 특히 실용서가 아닌 문학작품을 풍부하게 읽게 되면 문장의 스타일이 보다 뚜렷해진다. 1옥타브 밖에 올라가지 않던 발성력이 성악을 배워서 점점 늘려 7옥타브까지 되는 것처럼 말이다. 평이한 문장력이 문학작품을 읽고 그 문장을 흉내내서 쓰면서 점점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자기가 쓴 블로그 글이 어쩐지 좀 부족해보이거나, 스타일이 모자란 듯 느껴진다면 그 해결책은 책에 있다. 풍부한 스타일의 문장을 구사하는 재미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이렇게 쓰니까 무슨 <책을 읽자.>라는 공익광고 캠페인 같은 데, 그 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텔레비전이나, 게임같은 매체는 결코 문장력을 향상시켜 주지 않는다. 책을 읽고 그 문장을 자꾸 되새기며 써보고 해야 문장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사람이란 매우 미묘해서 어떤 책을 보고 흉내낸다고 해서 완벽히 판박이가 되지는 않는다. 내 개성이 다시 혼합되어 미묘한 차이가 생긴다. 거기에 다시 다른 책을 보고 흉내내다보면 또 다른 문장으로 발전한다. 이런 식으로 수백, 수천 종류의 책과 그 속의 문장을 통해 스타일을 완성시킬 수 있다.

결론을 내겠다.

스타일 있는 블로그 글을 쓰는 비결은? 여러 가지 글을 읽고 그 스타일을 흡수해라.

문학을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블로거가 단지 어떤 내용을 쓰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문장력을 <목적>으로 삼고 평생을 갈고 닦으며 작품을 쓰는 사람들이다. 스타일과 문장의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다. 그들에게서 배우지 않으면 어디서 배우겠단 말인가?


 반드시 고리타분한 종이책일 필요는 없다. 요즘 대세는 전자책이지 않는가? 아이패드로도 즐겁고 유익한 문학작품을 읽어보자.


좋은 블로거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소재 발굴, 끈기, 인맥, 활동성 등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반이 되는 능력은 역시 글쓰기 능력이다. 사진이나 그림만 올리는 블로거가 아니라면 글은 필수이며, 그 글에 스타일이 있으면 사람들이 보다 쉽게 기억한다. 모두 이 점을 명심하고 스타일 있는 블로그 글을 쓰게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