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런 거 못만드나 ?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이 한창 열풍이 분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를 두고 한 말이다. 이후로 갑자기 <명텐도>라는 단어가 유행이 되며 관련 부처에서 부랴부랴 <한국판 닌텐도 게임기>를 만들겠노라고 육성책을 내놓은바 있다.
하지만 결국 시일이 흐른 지금 결과적으로 우리는 닌텐도 게임기의 짝퉁수준조차 개발하지 못했다.
 




우리는 왜 아이패드 같은 거 못만드나?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가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키자 국내 네티즌들이 개탄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IT최강국이라 외치고 삼성이나 LG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IT기업이라고 하는데 어째서 우리는 애플과 잡스에 목을 매야만 하는가?

이유는 수없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스스로 말하는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마인드와 산업계, 교육계 등 전반적인 모든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면 한없이 답이 안나온다.

최근 나온 <포브스> 지의 인터뷰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삼성 상임고문 윤종용은 삼성이 애플에 비해 창의력이 모자랐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막상 인터뷰 내용에서는 딱 한가지를 말했다.

애플에는 운영체제가 있지만 삼성에는 그것이 없다.

좋다. 다른 모든 이유는 다 접어두고 그럼 운영체제 하나만으로 우리 기업과 애플의 차이를 한번 말해보자.





우리는 왜 애플 같은 운영체제를 만들지 못하는가?

제대로 된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가진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애플은 이미 개인용 컴퓨터의 초창기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상당한 역사를 쌓아왔다. 애플2의 운영체제인 애플DOS부터 매킨토시의 OS, 거기서 갈라져 잡스가 개발한 넥스트스텝, 맥과 넥스트의 OS가 융합되어 만들어진 OSX에 이르기까지. 거기다 모바일 기기만 해도 초창기 PDA인 뉴튼의 OS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OS까지 만들었다.


단순히 자사용 OS를 가지겠다고 마음먹으면 그건 쉽다. 최근 삼성에서 내놓은 '바다'를 비롯해 다른 IT회사들도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쉽게 자사 운영체제를 가질 수 있다. 다만 그건 엄밀히 말해 자사 OS일 뿐 독자적인 OS라고 말하기 어렵다. 리눅스나 공개된 OS를 약간 수정한 임베디드 운영체제는 약간의 노력과 비용만 지불하면 언제든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운영체제는 왜 만들기 어려울까. 그 이유는 완전히 독자적인 커널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커널이란 운영체제의 가장 핵심이자 하부에 위치하는 기반요소다. 쉽게 말하면 컴퓨터의 하드웨어에 가장 일차적으로 접근해서 입력과 출력을 관리해주는 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꽤 길고 치열한 개인용 컴퓨터의 역사에서도 안정적이고도 성능이 뛰어난 커널을 독자적으로 만들기란 세계적으로 어려웠다. 정말 뛰어난 천재가 나타나 처음부터 만들든가, 수십년의 안정된 노하우를 가진 기존 기술에서 추출하는 수 밖에 없다.

엄밀히 구분해서 현재 범용으로 널리 쓰이는 독자적 운영체제 커널은 크게 세 종류가 있다.

1. 우리가 익히 쓰고 있는 윈도우XP, 윈도우7 계열이 있다. 이것은 MS가 기업용으로 만든 윈도우NT 커널에서 진화한 형태다. 윈도우 모바일의 운영체제는 여기서 간략화한 윈CE 커널이다.
 
2. 핀란드의 리누스 토발스가 개발해서 자유소프트웨어연합과 함께 발전시킨 리눅스 계열이 있다. 대형 컴퓨터 운영체제인 유닉스를 PC에 맞게 간략화시켜서 새로 만든 커널이다. 현재 각종 임베디드 운영체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이 리눅스 커널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3. 버클리 대학에서 연구용으로 만든 BSD유닉스 계열 커널이 있다. 이것 역시 유닉스를 간략화 한 것이다.  이 BSD유닉스 계열의 하나로 잡스가 채용한 마하커널이 있는데 같은 유닉스에서 나왔지만  커널 설계 방식이 다르다. 리눅스가 모놀리틱 방식이고 마하가 마이크로 커널 방식인데 양쪽의 차이는 꽤 전문적인 분야라서 나중에 다루겠다.
이 마하커널이 발전해서 현재의 매킨토시에서 쓰이는 OSX가 되었다. 그리고 OSX가 간략화되어 아이폰과 아이패드 운영체제가 되었다.


이 밖에도 16비트 시절에 MS-DOS커널에서 발전한 윈도우95커널과 맥의 시스템7에서 발전한  커널 등이 쓰였으나 결국 안정성과 성능에서 뒤져 도태하고 말았다.




전세계적으로 이렇게 딱 세 개다. 그저 커널 하나를 만드는 것도 힘들다. 계속 쓰면서 안정성과 성능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개량하면서 보급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다보니 전세계에서 중대형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은 유닉스 계열, 나머지 개인용은 저 세 개 밖에 없다.

그런데 삼성이 애플에 비해서 모자란 것이 '고작 운영체제 하나'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독자적 운영체제라는 건 그것 하나만 제대로 가지고 있어도 전세계를 휘어잡을 수 있는 거대한 원천기술의 집대성이다. 설사 커널을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쓰더라도 그 위에 올려놓을 수많은 API와 UX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연구해야 한다. 그냥 쉽게 남의 것 대충 가져다 쓰면 그건 독자 OS가 아니며 인정받지도 못한다.


우리가 애플 같은 운영체제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운영체제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십년 동안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제품에 탑재하면서 연구해야 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은 단순히 돈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꿈을 위해 헌신적으로 연구하는 사람과 미래를 보고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만나야 가능하다.




우리에게 꿈이 있는 인재가 얼마나 있을까? 또한 미래를 보고 수십년을 투자할 수 기업은 몇이나 있을까?

이런 것이 없는 한 우리는 앞으로도 영원히 외국 기업이 만든 운영체제와 혁신제품을 보며 감탄만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는 왜 아이패드같은 것을 만들지 못하냐고 한탄할 필요는 없다. 사과씨도 심지 않았는데 우리집 마당에는 사과가 왜 열리지 않냐고 원망하는 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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