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어? 애플과 잡스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
슬픈 전설이요? 뭔데요?
야심차게 발표했지만 아무도 봐주지 않는 애플 TV라는... 읍!
애플TV요? 그게 뭐죠?
아냐! 나는 전설 따위는 믿지 않아!


너무 진지하게만 시작하는 게 싫어서 인기 드라마 <아이리스>의 장면을 패러디해보았다.





애플이 다음에 노리는 시장이 가정용 TV라는 건 명확하다.
이미 애플은 애플TV 라는 제품 형태로 그 첫번째 제품을 내놓았다. 매킨토시를 좀더 저가로 간략화하고 더 폐쇄적인 형태로 바꾼 이 제품은 거의 게임기 콘솔 정도의 컨셉이다. 애플TV를 이용하면 텔레비전에 연결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애플이 판매하는 영상 콘텐츠를 구입해서 볼 수 있다.

아이팟이라는 MP3플레이어의 대성공에 힘입어 애플은 처음으로 어떤 한 분야에서 점유율까지 압도적으로 차지한 지배자가 되었다. 뒤이어 아이팟과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잡스는 연전연승을 하고 있다.

음악 다음으로 차지할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은 무엇일까? 당연히 영상이다. 설마 음악 다음으로 잡스가 자동차를 만들거나 냉장고를 만들려고 할 리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영상을 재생하는 가장 필수적이고도 거대한 하드웨어는? 텔레비전이다. 그러니까  누구든 생각할 수 있는 분야다.






하지만 가정용 텔레비전은 모든 가전제품 회사들의 안방이자 핵심시장이다. 소니, 삼성, LG를 비롯해 모든 글로벌 전자회사의 최종목표는 텔레비전이다. 그것은 TV가 가정에서 가장 오래쓰면서 잘 노출되는 필수 제품인데다가 미래에는 모든 가전제품의 최종 허브가 될 거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미래에는 모든 제품이 텔레비전에 일체형으로 통합될 거라는 예측이 많다. 게임기 콘솔, 웹서핑, 금융거래, 홈쇼핑, 음악과 영상재생 등 현존하는 대부분의 가정용 IT제품은 텔레비전과 일체화되고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더욱 스마트한 제품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텔레비전을 차지하는 자가 모든 가전제품을 차지하게 된다.

혹자는 항상 켜놓고 있는 제품인 냉장고가 가전허브가 될 거라고 하는데 냉장고는 불행히도 거실이나 안방에 들어오지 못하고 부엌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는 제약 때문에 힘들다.

스마트폰에서 애플에 밀려 고전하는 가전 회사가 애플의 이런 전략을 모를 리 없다. 때문에 구글과 소니, 인텔이 연합해서 스마트 TV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애플이 시장선점을 하기 전에 막자는 의미다.





아마 구글이 컨텐츠와 운영체제를 공급하고 소니가 텔레비전의 핵심인 패널등의 부품을 대며, 인텔이 그 두뇌인 CPU와 칩셋을 공급하려는 분할계획인 듯 싶다.

스마트 TV시장은 아직 챔피언도 도전자도 없다. 신개척 분야에 가깝기에 애플은 애써 미리 내놓은 애플TV의 부진을 '이건 단지 재미있는 장난감입니다!' 라고 말하며 얼버무린다.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이것이 미래입니다!' 라고 하던 잡스도 애플 TV에 대해서는 특유의 과장을 삼가고 있다.

잡스의 말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을 능가하는 핸드폰 회사고, 세계 제일의 MP3 점유율을 가진 아이팟 회사이며, 아이튠즈를 통한 최고의 음악 컨텐츠 사업자다. 또한 조만간 닌텐도를 능가하는 휴대용 게임콘솔 회사가 될 테고, 아이애드를 통해 최고의 광고 사업자도 될 작정이다. 나아가서 애플이 세계 최고의 지능형 텔레비전 업체가 되려고 하는 건 당연하다.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해 얻어진 엄청난 유, 무료 컨텐츠와 앱을 통해 자기 쪽에 유리한 싸움으로 이끌려 할 것이다. 애플TV는 조만간 유튜브는 물론이고 터치스크린과의 연계를 통해 본격적인 인터넷 서핑을 비롯해 아이패드의 앱까지 구입하고 실행할 수 있는 디바이스로 진화될 것이다. 또한 잡스의 미니멀리즘과 디자인 취향에 의하면 텔레비전 안에 내장되어 우아한 디자인으로 재탄생될 것이다. 마치 아이맥처럼.

잡스와 애플의 미래는TV에 있다.

최근 어떤 해커들이 애플TV를 해킹해서 그 안에서 맥의 운영체제를 돌릴 수 있었다고 한다. 좀 더 과감한 추측을 해 보자면 맥OS와 아이패드 OS가 텔레비전과 함께 하나로 융합되는 애플 TV가 나올 수도 있다. 
 


  

경쟁업체들도 그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까지는 그래도 미개척분야라지만 안방의 중심 텔레비전에 이르면 기업의 핵심 역량이나 자존심까지 관련된 문제다. 각기 보자면 소니는 PS3란 콘솔, 인텔은 자사 부품이 들어간 엑스박스360, 구글은 안드로이드란 운영체제의 존망에 관련되어 버린다.

이쪽 진영의 컨셉을 과감히 추측하자면 소니가 셀 아키텍처를 버리고 인텔의 CPU로 차세대 PS를 내놓고 거기에 리눅스를 쓴 종래의 운영체제에 더해 안드로이드를 융합해서 대항할 수도 있다. 혁신만이 살 길이다보니 종래라면 상상도 못할 무엇인가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현재 가장 앞선 메모리와 3D 기술을 가진 삼성이 어느쪽에 어떻게 가세할 지도 관심사다. 인터넷+컴퓨터+텔레비전+3D 가 융합된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소니의 반대편에 선 삼성이 3D TV기술을 가지고 애플과 연합한다면 우리는 곧 애플 아이튠즈에서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영상을 삼성이 개발한 LED 3D 디스플레이로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우리에게 혁신을 제공했던 잡스와 애플이 어떤 제품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줄지 기대해보자. 또한 경쟁업체들이 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택의 여지를 넓혀줄 것도 기대해보자. 소비자는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