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떨고 있다.
왜냐하면 명백히 IT 관련글이지만 결국 정치성을 띄면서 감히(?) 정부정책을 반대하는 글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다.






어제 뉴스에 의하면 정부 당국에서 스마트폰에 쓰는 앱에도 세금을 물릴 작정이라고 한다. 그것도 부가가치세에 준해서 10퍼센트의 세율을 말이다.

개발자에게 세금을 물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앱스토어 운영자에게 일괄 부과한 뒤 이를 납부토록 하는 방식을 검토중인 상황이다. 다만 해외에서 운영되는 앱 스토어의 경우 과세권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개발자가 내국인인 경우, 소비자가 내국인인 경우 등을 구분해 기술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과세가 가능한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세상이다. 인터넷을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앱에 대처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세금을 물려야 겠다는 발상을 한 것 자체는 훌륭하다. 국세청 직원들이 놀지 않고 직무에 충실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말이다.
 
그런데 과연 세금을 물릴 때 논리적으로 수긍이 가도록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과세할 수 있을까?

앱은 국경을 넘나든다. 그러니까 만일 개발자에게 세금을 매긴다면 같은 앱인데 우리나라 개발자는 세금을 내고 외국 개발자는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
 


앱의 수익은 앱스토어 사업체가 일단 모았다가 개발자의 몫을 주게 된다. 그런데 개발자는 엄밀히 따지면 납품업체 비슷한 관계로 실제판매는 사업체가 하는 것이다. 개발자는 나중에 수익배분만 받을 뿐 매출은 사업체가 올리는 것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부가세는 제품을 파는 사업체가 내야 한다.

문제는 사업체가 외국 업체일 경우다. 외국 업체는 당연히 그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낸다. 애플이 운영하는 앱스토어는 당연히 미국에 세금을 낸다. 거기다 대고 한국이 세금을 달라고 하면 이중과세다. 애플이 승낙할 리도 없고 이걸 무시해도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는 별로 없다.

아마 최대한의 강경수단이라고는 한국 내 앱스토어의 폐쇄, 혹은 한국 계정 앱스토어 철수 뿐이다. 그건 국내사용자만 곤란하게 할 뿐이지 애플로서는 신경쓰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 한국개발자가 올린 앱에 대해서만 (미국세금을 면세하거나 내면서) 동시에 한국에 부가가치세를 달라고 한다? 이것 역시 말도 안되는 일이고 애플이 쉽게 승락할 리 없다. 과금과 분배시스템만 복잡해질 뿐 애플이 얻는 이익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애플같이 콧대 센 회사가 판매량도 별로 없는 한국을 특별 대접해줄 리도 없다.




결국 외국을 상대로 한 앱스토어에서 정부가 세금을 거둘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법규를 어떻게 해석하든지 만만한(?) 국내개발자와 국내업체를 상대로 아예 앱스토어에 등록할 때부터 부가세를 내라고 강제하는 방법, 혹은 소비자를 상대로 국내 이동통신사 요금에서 앱스토어 다운로드 내역항목을 뒤져 강제로 부가세를 가산해서 징수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그러면 부가세를 피하기 위해 다들 와이파이를 이용하든가 집 인터넷을 이용하는 원시회귀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아마 이 문제는 법정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국내 사업체가 운영하는 앱스토어는 문제가 없을까.



한국에서 장사하는 이상 일단 한국 사업체로서는 정부에서 부가세를 내라면 일단 내야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사인 외국 앱스토어는 부가세를 내지 않는데 한국 사업체만 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사업체와 사용자가 외국 앱스토어로 다들 망명을 가 버리고 국내 앱이란 카테고리 자체가 텅 비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르겠다. 세금이란 형평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기술적 수단 혹은 법률적 수단으로서는 불가능하다.


가장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애플 앱스토어에는 아이패드 전용 혹은 지원 앱이 있다. 아이패드 앱에도 부가세를 매길 수 있는가?





현행법상 아이패드는 개인사용 목적으로만 허가된다. 상업판매가 불법인 제품이다. 그러면 그런 제품에 쓰기 위해 상업판매 목적의 앱을 쓰는 건 합법일까? 만일 합법인지 애매하다면 현행법상 불법이라서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아이패드가 쓰는 앱에 세금을 매길 수 있는가?

마치 한국에서 생산,유통,소지가 모두 금지인 포르노를 개인이 보려고 다운로드하는데 거기에 부가세를 매기겠다는 것과 유사하다.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아이패드의 앱에 대고 부가세는 받아야겠다? 이건 좀 코미디가 아닐까?

정부는 세금을 매기겠다는 성급한 발표 이전에 앱이란 과연 무엇이고 어떤 시스템인지 깊이 이해했으면 한다. 그래야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세금을 거둘 수 있다.
 
물론 세금 내는 입장에서야 어떻든 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참지 못하는 것은 공정성이 전혀 없는 과세다. 이번 앱 스토어 과세 문제는 국세청이나 정부관계자만이 아닌, 업계 전체를 모아놓고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되지 않을까?
 
IT업계에도 소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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