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날짜로 애플과 아이폰에게 매우 상징적인 한 가지 기사를 보았다. 그것은 바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처음으로 애플 아이폰의 점유율을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였다.








지난 1/4분기(회계년도 2/4분기)에 구글의 운영체제가 탑재된 스마트폰의 제품 판매 비중이 처음으로 아이폰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조사 기관인 NPD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안드로이드폰은 전체 스마트폰 판매중 28%을 차지했고 아이폰은 21%을 차지했다.
 
찬반 양론이 있다. 어차피 애플이란 단 하나의 회사에서 나오는 단일 플랫폼이 아이폰이다. 나머지 30개가 넘는 회사에서 쏟아내는 각양각색의 단말기를 전부 합쳐서 겨우 넘어선 게 무슨 의미가 있고 자랑거리냐고도 한다.

한편으로는 어쨌든 전에는 상대조차 안되는 운영제제로 보던 안드로이드가 이제 슬슬 애플이 의식해야할 중요 경쟁상대로 부각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둘 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어째서 이 기사를 중요하게 여기느냐는 바로 한 가지 진리 때문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결코 한 가지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지난 컴퓨터 시장에서 예를 들어볼 때 매킨토시는 시대를 앞서간 좋은 컴퓨터였다. NEXT는 아예 외계기술에 가까울 정도로 혁신적인 컴퓨터였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윈도우가 탑재된 범용 PC에 점유율에서 밀려났다. 단일 기능만 쓰는 가전제품 수준이라면 몰라도 스마트폰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다기능 플랫폼이다.

스마트폰에서도 단 하나의 회사가 단 하나의 플랫폼 만으로는 결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아이폰의 몰락은 예견되어 있다. 언제 터지느냐는 폭탄처럼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1. 컴퓨터와 스마트폰이란 기기의 특성이 다르기에 아이팟이 아직도 시장을 점령한 것처럼 아이폰도 그럴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은 이제 누구나 '작은 컴퓨터'로 부를 만큼 컴퓨터에 가깝게 진화했다. 아이패드에 들어서는 넷북 시장까지 삼키고 있다. 따라서 시장특성도 점점 컴퓨터와 닮아가고 있다.
  
2. 아이폰의 발달된 사용자친화적 환경과 풍부한 앱스토어, 미려한 디자인 등 우수성과 다양성을 들 수도 있다. 따라서 폐쇄적이 아니며 변화와 요구에 대응할 거라 말할 수도 있다.
 음... 뉘앙스가 비슷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우리 사회에는 충분히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모두가 우수하다! 그러니까 우리가 세계를 지배해도 아무런 불만도 문제도 없을 것이다. 단 우리 독일민족이어야 한다.-히틀러> 이런 말로 바꾸어도 별반 이상할 것 없다. 그때 독일도 충분히 다양하고 우수했다. 다만 세계 사람들이 히틀러와 생각이 좀 달랐을 뿐이다.








3. 어차피 우수한 아이폰은 조잡한 안드로이드나 다른 플랫폼과 경쟁할 생각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사용자가 알아서 선택한 결과다. 호환성도 부족하고 통일성도 없는 안드로이드 및 다른 진영은 중구난방식으로 경쟁하다가 붕괴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아이폰을 선택한 사람들은 통일된 환경과 보장된 편의성, 품질 속에서 만족할 것이다. 이런 의견도 나올 수 있다.

일 리 있는 말이다. 오늘날 맥을 선택한 사람들은 바이러스도 없고 정말 편한 상태에서 좋은 컴퓨터 생활을 즐길 수 있다. 단 그러는 만큼 애플이 기술의 대가로 요구하는 높은 가격을 치를 여유가 있는 사람, 애플의 다소 독선적인 통제를 참아낼 각오가 되었는 사람들만.
선택된 그들은 마치 고대 로마제국의 고도로 문명화된 로마시민처럼 제국의 혜택을 누릴 것이다. 나머지 다수의 문명화되지 못하고 그럴 돈도 여건도 없는 사람들이 장벽 밖에서 소외되어 있는 동안에 말이다. 그런 세상을 공평하다고 여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건 좀 정치적인 문제다.


애플이 요구하는 만큼의 돈은 없지만 다소나마 돈을 치르고 그 문명을 쓰고 싶다는 사람에게 애플은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돈을 치르고 문명화 하든가, 아니면 그냥 야만족으로 살든가 선택해라! 그것 뿐이다.

아이폰은 이제까지 스마트폰이란게 대체 왜 필요하며, 어떤 편리함을 주느냐를 알지 못하던 <야만인>들에게 <풍부한 앱>과 <멀티 터치 인터페이스>문명을 전해주었다. 그것은 역사적 소임이었고 그 소임은 거의 끝나간다.

문제는 이제 이 문명의 달콤함을 알게 된 야만인들 가운데는 애플과 잡스가 요구하는 만큼의 돈이 없는 사람도 있고, 내가 종래에 쓰던 이동통신사를 그대로 이용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DMB가 절실한 사람도 있다. 혹은 플래시를 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숫자는 적지만 포르노를 보고 싶은 사람도 있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을 아이폰이 전부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좋은 시장이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최고급 한우 꽃등심이 아니면 풀이나 먹어라. 하는 단순한 선택에서 점점 그 사이에 돼지고기, 닭고기, 심지어는 각오만 되어 있다면 미국산 수입쇠고기라도 먹을 수 있게 하는 자유를 주는 시장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알아서 선택한 비율이 바로 시장 점유율이다. 그리고 이 점유율이 높아지면 다시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생기며 발전한다.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래서 좀 저렴한 가격의 대만제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란 조금 덜 문명화된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나오는 것이다. 윈도우모바일도, 웹OS도 모두가 아이폰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다. 심지어는 아이패드에 대항해서 속속들이 나오는 타블렛 PC도 마찬가지다. 장래에는  공짜폰이나 다름없는 초저가 스마트폰이 출시될 수도 있다.

당장 어느 것이 잘 팔리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은 그런 쪽으로 흘러갈 것이다. 따라서 아이폰이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각광을 한 몸에 받고 우월한 점유율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 아이폰의 몰락은 예견되어 있다. 또한 그것이 바람직하다.

나는 애플을 좋아하고 잡스를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스마트폰이나 타블렛을 사러 갔을 때,







어느 걸 사시겠어요? 아이폰, 아이팟 터치, 아니면 아이패드? 세 종류밖에 없냐고요? 천만에요! 각각 따로 16G, 32G, 64G 모델이 있습니다. 참 다양하게 있죠? 마음껏 골라보세요! 너무 다양하잖아요? 더 뭐가 필요합니까!

이런 선택을 강요받고 싶지는 않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정답은 아닐 지언정 애플 아이폰을 지금의 우월한 지위에서 끌어내리는 것을 응원하는 이유다. 그리고 애플과 아이폰도 지지 않기 위해 분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