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엔비디아]


얼마전 구글 알파고에 대해 알아보다가 새삼스럽게 놀란 사실이 있다. 우리는 이세돌 9단과의 승부에서 알파고가 3판을 내리 이겼다거나 이세돌 9단이 극적으로 유일하게 인간의 1승을 이뤘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뒤에서 구글은 꾸준히 알파고의 인공지능 기술을 개량하고 이식하면서 그곳에 소요되는 컴퓨팅 파워를 낮춰왔다는 사실이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쓰인 알파고는 수십장의 인공지능 GPU가 결합된 슈퍼 컴퓨터 개념이었다. 그렇지만 얼마 가지 않아 몇 장의 엔비디아 GPU로도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게 됐다. 단순히 무지막지한 연산능력에만 힘입은 게 아니라 정교한 인공지능 자체에 강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은 프로바둑기사라도 그냥 고성능 GPU 1장이 내장된 PC 한대만 있으면 얼마든지 알파고 수준의 대국 상대를 얻을 수 있다. 바둑기사 지망생이 특별히 유명 프로기사 문하생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혼자서 인공지능 스승을 통해 대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기술이 우리 삶을 바꾸면서도 이용에 필요한 자원을 오히려 감소시켜 진정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준다.

[출처: 엔비디아]


지난 12일 엔비디아(NVIDIA)는 양자 컴퓨터와 일반 컴퓨터를 통합해 대규모 연산처리가 가능한 플랫폼을 공개했다. 하이브리드 퀀텀 컴퓨팅 플랫폼 NVIDIA QODA는 양자 컴퓨팅-일반 컴퓨팅이 상호보완해서 연산 결과를 출력한다. 이런 종류의 하이브리드 컴퓨팅 시스템에 따라오던 지연이나 병목현상도 보완했다. 

양자 컴퓨팅과 일반 컴퓨터의 연산은 상당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QODA는 두 가지 연산을 융합하려 할 때 생기는 여러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이브리드 환경에 최적화된 만큼 모든 종류의 양자 처리 장치(QPU)를 지원할 수 있다. QPU는 양자 알고리즘 계산을 위해 조작할 수 있는 큐비트가 있는 프로세서인데 엔비디아 QODA에서는 일반 컴퓨터에 들어있는 GPU와 상호보완해 처리한다. 

실제로 엔비디아에서는 자사 플랫폼에서 두 개를 융합시켜 처리했을 때 압도적으로 빠른 처리속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겪었던 병목현상이나 지연 없이 빠른 속도로 대규모 연산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QODA를 제약, 화학, 금융 산업 등에 적용해 산업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앞서있는 글로벌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혁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히 박수받을 일이다. 사기업인 만큼 당연히 최종목표는 이윤추구겠지만 정도를 넘지 않는 한 그것은 비난받을 문제가 아니다. 인류의 혁신기술 대부분은 고귀한 공익추구 동기보다는 사적 이윤추구 목적에서 발전해 왔다.

[출처:엔비디아]


다만 그런 점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어떤 좋은 기술이라도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구입해서 쓰는 소비자와 같이 가야 한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암호화폐 붐으로 인한 수혜를 톡톡히 입은 기업이다. 암호화폐 채굴에 쓰이던 종전의 채굴 기술이 엔비디아 GPU를 통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발휘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블록체인 기술이 낳은 결과는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의 물량을 고갈시키고 값을 올려서 일반 소비자가 쓸 수 있는 물량을 업자가 빼앗아가는 결과만 낳았다. 암호화폐 채굴 자체는 채굴업자에게 돈을 벌어주었을 뿐 다른 어떤 산업분야에도 발전이나 혁신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알파고처럼 이용에 필요한 자원을 감소시켜 누구든 쉽게 접하게 해준 게 아니라 정반대의 부작용만 가져온 셈이다.

마침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채굴 열풍도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이 기회에 엔비디아는 자사 GPU를 생산적인 기술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암호화폐에서 서서히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소수가 출하 제품을 독점하는 사태도 막아야 한다. 양자 융합기술이 어떤 변화를 부를 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그 기술은 현재 엔비디아의 핵심 소비자인 게이머, 그래픽 작업 소비자 들과 같이 가야한다. 

 

[출처:엔비디아]


이번 발표에서 엔비디아는 인셉션 프로그램을 통해 AI, 데이터 사이언스, 옴니버스, 기후 같은 다양한 분야 업계 최고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업들이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고 기술을 민주화시켜 더욱 많은 일반 소비자가 엔비디아 제품을 사서 기술을 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다. 부디 이번 양자 융합 기술이 소비자와 함께 가는 길을 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