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AMD]


마이크로프로세서 업계를 잘 살펴보면 흥미로운 양상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기간에는 단지 한 업체가 성능이나 기능에서 완전히 독주한다. 데스크탑,  노트북, 모바일에서 당할 자가 없어 실질적으로 경쟁이 없는 독점이나 마찬가지라는 탄식이 나온다. 

시간이 좀 지나면 어디선가 힘을 기른 업체가 불쑥 나타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경쟁 기간 동안에 나온 다양한 프로세서는 소비자에게 즐거운 선택고민을 안겨준다. 그렇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한 업체의 우위가 뚜렷해지고 나머지 업체 제품이 슬그머니 시장에서 사라진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현재는 후자에 속하는 기간이 시작됐다. 한동안 유지됐던 인텔의 독주가 완전히 끝나고 AMD가 데스크탑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더구나 ARM기반으로 설계된 애플의 M1, M2계열까지 나오면서 프로세서 시장에서는 절대적인 연산 성능 외에도 GPU가속 능력을 포함한 종합적인 전력 대비 성능(전성비)을 놓고 새로운 경쟁이 시작되는 중이다.

 

[출처: AMD]


이런 가운데 AMD의 신형칩이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사이트인 노트북벤치닷컴은 AMD Ryzen 6800U를 테스트한 결과 전성비에서 최고수준이었던 애플 M1을 넘어선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에이수스 젠북S 13 OLED 노트북을 사용해 인텔 12세대 노트북과 애플 M1 맥북과 비교한 결과다.

우선 해당 테스트에서 AMD칩은 시네벤치 R23 싱글코어 테스트에서는 애플 M1 프로세서 성능의 35~40%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인텔 12세대 보다 7~9% 높은 결과를 얻었다. 그런데 멀티 코어의 경우에 애플 M1과 버금가는 수준을 보여주었다. 

추가로 실시한 시네벤치 R15 멀티코어 테스트에서는 내장모니터를 끈 상태로 외부모니터만 사용한 환경에서 애플 M1보다도 13%이상 높은 결과를 얻었다. 이 결과에 의하면 해당칩은 현재 윈도우 노트북용으로 최고의 모바일 프로세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이 단지 한 제품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결과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 6월 9일 열린 AMD 파이낸셜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AMD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의 CPU 아키텍처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4년까지 Zen4 및 Zen5 아키텍처 CPU를 출시하는데, V캐시를 갖춘 Zen4와 Zen5도 포함된다. 

AMD 최고기술책임자인 마크 페퍼마스터는 Zen4 아키텍처의 IPC 향상폭이 8% 에서 10% 사이이며, 전체적인 싱글쓰레드 성능 향상은 15% 이상이라고 밝혔다. 새 아키텍처는 Zen3 대비 25% 이상의 전성비, 35% 이상의 전반적인 성능 향상을 보일 거라고도 말했다. 이런 향상폭은 경쟁사인 인텔이나 애플이 자연스럽게 얻게 될 미세공정에 따른 향상폭 이상으로 추정된다. 순수한 AMD의 기술력이 그만큼 올라온다는 의미다.

GPU에서는 어떨까. AMD RDNA3 아키텍처는 RDNA2 대비 50% 이상의 전성비를 제공할 거라고 한다. AMD는 이전에 6950XT와 3090 Ti의 비교를 통해 RDNA2가 엔비디아 암페어 GPU 아키텍처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AMD의 성장이 이 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을 예고하는 신호다.

이렇게 AMD가 인텔을 넘어 전력 대비 성능에서 애플까지 앞선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선택과 집중을 잘 했기 때문이다. 인텔이 절대성능을 원하는 데스크탑과 전력대비 성능을 원하는 모바일 시장, 가격대비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를 놓고 어느쪽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갈 때 AMD는 철저하게 가격대비 시장에 집중했다. 

 

[출처: AMD]



비슷한 가격이면 AMD 제품이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게임콘솔 시장에서는 AMD가 완전한 우위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일부 노트북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보이며 살아남았다. 엔비디아가 성능에서 독주한 GPU시장에서도 분명한 경쟁자가 되었다. 

확실하게 팔리는 시장을 만들고 거기서 얻은 이익을 다시 미세공정과 기술력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다. 한때 스마트폰 시장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기술보다 마케팅과 주주배당에 신경쓰던 인텔과 대비되는 행보다. 이런 결과가 애플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M1을 주력성능이 전성비에서도 앞서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앞으로 AMD가 보여줄 프로세서는 그래서 흥미롭다. 게임콘솔 시장을 지배하고 노트북을 넘어 데스크탑에서 인텔 시장을 잠식한다. 나아가서 서버 시장에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AMD는 GPU에서는 삼성과 협력해서 애플 바이오닉 칩과도 경쟁하려 한다. 이런 경쟁이 소비자에게 더욱 즐거운 선택고민을 안겨주는 변화로 다가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