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가 몇 년 안으로 1비트코인이 10만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작년 11월 비트코인은 한국에서 8,200만원을 넘는 가격에 거래되었으나 올해 2월 24일 기준으로 4,36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거의 반토막이 난 가격이다.

원인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 공포 때문이다. '대장'인 비트코인은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다. 이더리움, 솔라나, 에이다 등 알트코인의 낙폭은 더욱 크다. 860원까지 올라갔던 도지코인은 같은 날짜 기준으로 137원이다. 이른바 '잡코인'으로 분류되는 알트코인에서 70~80퍼센트의 시세 폭락이 당연한 듯이 벌어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과 함께 소리 높여 가상화폐 개념을 외치며 나왔던 나머지 코인이 최악의 상황을 맞는 중이다.  

때문에 이제는 채굴까지도 열기가 꺾이는 중이다. 가상화폐 채굴 정보 사이트의 정보에 따르면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도 최근 한주간 크게 하락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동원된 연산 처리 능력이 낮아진다는 의미인데 채굴 난이도가 낮아져 비트코인 가격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구나 이들은 원금보장이 안되는 투자재화인 주식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국제정세가 불안정해졌을 때 오히려 폭락하고 있다. 위기 때 오히려 가치가 올라가는 금이나 안전자산 취급받는 미국 달러와 전혀 다른 방향이다.  한때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 불리던 비트코인이 최근 방어 자산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런 현상을 근거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들이 과연 경제적으로 어떤 순작용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된다.

암호화폐의 시작인 비트코인은 원래 화폐의 탈중앙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대외적인 의미로 '가상화폐'의 개념을 내세웠다. 국가권력을 기반으로 중앙은행에서만 발행되던 법정화폐와 달리 여러 주체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다. 거기다 대부분 발행총량이 제한되거나 채굴을 이용해서만 얻을 수 있기에 과도한 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도 적었다. 온라인 이동이 자유로우면서도 중간에서 국가나 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기에 과세와 압류 등도 힘들었다. 이런 차이로 인해 새로운 경제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상당했다. 

 

[출처:업비트]


하지만 현재까지의 암호화폐는 순작용보다는 단지 폭발적으로 가치가 늘어나는 투기수단의 가치만 보여주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거의 모든 코인은 개개인이 직접 사고 팔면서 거래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현금과 연동되는 코인 거래소를 통해 매매가 이뤄진다. 

거기서 가장 중시되는 건 실제 화폐로 교환되는 환금성이다. 암호화폐 그 자체로 놓아두면서 발생하는 가치는 아무것도 개척된 것이 없다. 이렇게 현물과 연동되지 않는 투기수단이 되면서 원자재나 원유 같은 선물시장에서 거래되거나 채굴소에 투자하는 etf가 만들어졌다. 블록체인 기술은 점점 잊혀져 가는 중이다. 

더구나 부작용은 더 커지는 중이다. 비트코인에 연동되는 이더리움은 고성능 그래픽카드(GPU) 를 사용해서 채굴을 하고 있다. 그러자 코인시장이 크게 확장되면서 GPU 가격이 폭등하고 게이머들이 좋은 성능의 GPU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채굴업체들은 세계 곳곳에서 전기요금이 싼 장소를 옮겨 다니며 마구 전기를 소모하고 있다. 모자라는 전력 발전을 위해 급하게 화력발전소를 가동시키는 나라에게는 환경오염까지 안겨주는 셈이다.

2월 23일 유럽연합(EU)은 의회결의를 통해 비트코인과 작업증명(PoW) 암호화폐를 금지할 방침을 밝혔다. 암호화폐 규제 패키지로서 최종안에는 '환경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합의 메커니즘을 금지하는 조항을 만드는데 이에 따라 비트코인은 2025년부터 EU에서 전면 금지될 예정이다. 경제적으로 매우 파급력이 큰 나라 가운데 중국과 인도에 이어 EU까지 금지하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앞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을 것이다. 단순히 가치가 폭락하는 것은 후속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암호화폐가 투기수단 이외에 실제로 인간과 사회에 어떤 가치있는 순작용을 제공할 수 있는지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암호화폐는 지금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소유해도 위험에 대한 헤지수단도 못되고 있다. 채굴에 과다한 전력을 소모해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고성능 GPU 가격을 폭등시켜 게이머의 구입을 힘들게 만든다. 과연 이런 암호화폐의 가치란 무엇인가? 먼 훗날 우리는 비트코인이란 존재를 과연 가치있는 기술로 기억할까? 아니면 튤립만도 못한 디지털 쓰레기로 기억할까? 필자는 그것이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