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애플]



IT기술 혁신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시작되고 있다. 그에 따라 시대에 뒤떨어지는 서비스가 종료되는 일도 피할 수 없다. 기업의 자원과 인원이 한정되어 있는데 사용자가 별로 없고 관리비용만 많이 드는 서비스를 계속 운용한다는 건 효율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벌써 스마트폰의 3세대(3G) 서비스가 없어지는 중이다. 미국의 AT&T는 다음 달 2월에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끝낸다. 이에 따라 3G 서비스 이용자에게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단말기 변경 등 전환 방법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T모바일과 버라이즌 같은 주요 통신사도 이르면 올해 안에 3G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 최대 통신사 도이치텔레콤은 이미 지난해 6월에 3G서비스를 종료했다. 영국 보다폰도 앞으로 10년 내 3G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3G 회선과 무선망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에 투입해 5G 품질을 높여가겠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보면 3G 서비스가 매우 낡은 것 같아도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불과 몇년 전 동남아 지역을 여행하던 필자는 4G 서비스 유심을 구입했지만 조금만 시내 중심가에서 벗어나면 3G로 로밍되는 경험을 했다. 주류 통신망이 3G로 설치되어 있다는 의미다. 사실 데이터를 쓸 일이 많지 않은 통화위주 사용자는 3G로도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국내 사용자 현황은 어떨까. 과기정보통신부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통신사별 3G 가입자 수(회선 수)는 알뜰폰사업자가 약 138만명이고  SKT가 약 114만명, KT가 약 112만명이다. 합쳐서 약 360만명 정도인데 이 정도면 상당한 숫자다. 낡은 서비스 이용자라고 무시할 수 있는 숫자는 분명 아니다. 

현재 3G 서비스를 하고 있는 국내 통신사 2곳은 3G 서비스 종료를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3G 서비스 종료는 통신 업체 단독으로 할 수 없다. 정부에게 서비스 폐업 승인을 요청하면서 이용자 보호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승인받아야 한다. 이런 절차가 있기에 하루아침에 없어질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수익성에 집착하는 국내 이통사 성향으로 볼 때 3G 서비스 종료는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이 서비스가 끝나는 속도가 빨라질 수록 '글로벌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서' 라는 명분을 얻게 된다. 비용 대비 이익이 별로 나지 않는 서비스이기에 핑계만 있으면 없애고 싶은 게 분명하다. 종료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그렇지만 이런 3G 서비스 종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서비스 사용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다. 저렴한 단말기로 꼭 필요한 통화만 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  유품이나 회선 유지를 위한 사연이 있는 이용자도 있다. 1년 정도 지난 2G 서비스 종료 때도 이런 사용자가 상당히 있었다. 

정당한 계약을 통해 요금을 치르고 쓰는 기존 이용자가 최대한 불편이 없게 해주는 것은 이통사의 의무다. 효율성 논리로 그런 이용자를 그냥 방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간 이통사에게 수익을 올려주던 소중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변화된 기술 환경 속에서 만족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단말기 구매비용을 제공하거나 요금제를 할인해주는 것은 기본에 가깝다. 이들이 3G회선을 유지하는 목적을 파악해서 새로운 서비스에서도 비슷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발전된 신기술은 당연히 기존 기술을 흉내낼 수 있다. 


문제는 단지 이통사가 성의를 가지느냐 하는 점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비용이 들고 무엇보다 시간이 든다. 준비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고객감동이란 말은 광고 속에서만 있는게 아닐 것이다. 이번 3G서비스 종료에서는 이런 준비를 미리 추진하는 전향적인 움직임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