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삼성전자]



현재 TV업계에서 잊을만하면 벌어지는 논란은 바로 능동발광유기다이오드(OLED) TV를 둘러싼 번인 논란이다. OLED TV에서 한 화면을 오래 정지시키면 액정에 그 잔상흔적이 영구히 남는 결점이 있다. 기술적으로는 간단한 주제다. 그러나 실제로는 글로벌 TV에서 1위를 지키려는 삼성전자와 OLED TV를 통해 강자로 부상한 LG전자의 판매량이 걸린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중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11월 24일 삼성이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의 공식 출하 계획을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달 초 양산을 시작했으며 해당 라인에서는 유리원판 기준 월 3만장가량 생산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생산량 기준으로 65형 TV 약 10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LG디스플레이의 생산 능력은 월 17만장 수준으로 차이가 크지만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양산능력을 빠르게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삼성전자를 LG전자와 OLED TV를 둘러싼 번인논란을 벌이면서 여러 차례 자사에서는 OLED TV를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말해왔다. 그렇지만 현재 주력인 퀀텀닷 방식의 성능향상이 한계점이 도달하고, 차세대 기술인 마이크로 LED방식 제품 가격이 생각보다 잘 떨어지지 않고 있다. 자칫 여기서 주저하다가 생기는 과도기적 기술 공백 상태에서 LG전자 등에게 글로벌 시장에서 추월당할 수도 있다. 아마도 그런 위기감 때문에 QD-OLED 출하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삼성이 내놓는 QD-OLED는 LG전자와 같은 방식이 아니다. 자세히 보면 QD-OLED는 청색 OLED 소자를 발광원으로 하며 그 위에 적색과 녹색의 퀀텀닷 컬러필터를 얹어 색상을 구현한다. 이에 비해 LG디스플레이의 WOLED  방식은 백색 OLED 소자를 발광원으로 RGB의 필터를 얹어서 구현한다.

이렇게 방식은 다르지만 둘다 유기물인 OLED를 발광원으로 삼은 이상 번인 현상을 피할 수 없다. OLED의 원천적인 문제점은 청색빛을 내는 소자가 다른 소자에 비해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때문에 과부하되어 한 점에 집중되게 되면 빠르게 이상이 온다. LG TV의 번인은 주로 일정 부위에 회복되지 않는 잔상이 나오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흥미로운 건 QD-OLED에서는 번인 현상이 약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청색소자를 발광원으로 사용하면 청색소자가 약해질 때 발광원 그 자체가 약화된다. 따라서 이 방식의 TV에서 번인은 화면 전체의 밝기가 어두워지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LG전자에서는 주로 사용하는 색깔이 먼저 열화되어 색감이 바래지는 양상으로 나오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그동안 삼성은 번인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것이며 구매를 하지 말이야 할 이유라고 강조해왔다. 그렇지만 이제 QD-OLED에서 밝기가 약화되는 번인을 피할 수 없다면 치명적인 번인현상을 따로 구분할 것으로 보인다. 색감이 틀어지는 LG전자의 번인은 치명적이지만 밝기만 줄어드는 자사제품 번인은 어느정도 용납이 가능한 현상이라거나 번인으로 보기 힘들다는 논리가 등장할 수 있다. 결국 번인논란의 방향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과연 이것이 소비자를 위해 올바른 방향일까? 업계에서는 OLED TV 시장을 LG가 주도하고 있으며 세계 OLED TV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인 점에 주목한다.  올해 OLED TV 시장 규모는 지난해 365만 대에서 올해 650만 대로 80%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쪽에 뛰어든 삼성과 LG가 이번에는 번인 가운데 어떤 것이 옳고 그른가를 놓고 다투는 모습을 원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차라리 번인 그 자체를 없애는 기술을 빨리 개발하든가, 어떤 번인도 결함으로 인정하면서 무상으로 해당 부품을 교체해주는 행동이 요구된다. 소비자는 마케팅에 휘둘리는 번인 논란이 아니라 실질적인 소비자 혜택 향상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