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삼성전자]



일반적으로 가정용 TV 시장은 기술 변화가 급격하지 않다. 기반이 되는 디스플레이 기술 자체가 빠른 기술변화보다는 천천히 개선되는 완만한 흐름을 띠기 때문이다. 주류제품이 브라운관에서 액정방식(LCD)에서 완전히 전환되는 데는 십여년 이상이 걸렸다. 지금은 다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물론 이런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기존 기술이 그냥 순순히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TV시장을 예로 들면 아직도 LCD 방식은 더 큰 화면을 가진 TV를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 또한 여러 특성을 개선하면서 최대한 기존 기술의 장점을 살려나가려 한다. 또한 중간에 플라즈마 방식이라든가 프로젝션 방식 등 다른 기술을 적용한 제품도 나왔었다.

지금 한국기업을 치열하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업체의 무기는 저가격과 대화면이란 두 가지다. 반대로 말하면 한국 업체는 기반이 되는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있기에 차별화된 제품으로 고가 시장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전세계 2021년 1분기 점유율에서 삼성은 32.9퍼센트, LG는 19.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2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매출 점유율이 사상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LG전자는 OLED TV가 주력이고 삼성은 액정방식을 개선해서 퀀텀닷 필름을 입힌 QLED TV가 주력제품이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2017년 출시해 선점하고 있는 이 퀀텀닷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 분야 기술을 따라잡은 중국 업체들이 QLED TV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산 QLED TV 점유율은 21.6%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4%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반면 삼성전자의 QLED TV 점유율은 10.3%포인트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중국 업체들이 그대로 가져간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삼성 QLED TV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가격은 삼성전자의 절반으로 책정하고 있다.

[출처: 삼성전자]


현재 삼성전자 전체 TV 매출에서 QLED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상당히 크다. 더구나 프리미엄 TV 전부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중국업체에게 추격당하게 되면 타격이 매우 크다.  업계에서는 QLED는 LCD 패널을 기반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OLED와 비교해 기술 장벽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OLED처럼 힘든 기술이 아니란 의미다.

이에 맞선 삼성전자의 전략은 무엇일까? 삼성전자는 내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TV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동시에 마이크로 LED와 QLED TV를 늘려 프리미엄과 준프리미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연 현명한 대응일까? 우선 QD-OLED 기술은 화질 면에서는 향상될 지 몰라도 기존 기술의 연장선상에 있다. OLED처럼 화소 자체가 빛을 내지 못하는 방식은 명암비와 전력소모에서 여전히 한계를 지닌다. 단기간은 실적을 낼 수 있어도 차세대를 이끌어갈 수는 없다. 

준비가 부족한 OLED TV는 여전히 삼성의 선택 대상이 아니다. 이제와서 생산공정을 개발하고 구축한다고 해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최근 삼성이 LG전자로부터 OLED패널을 구입한다는 뉴스도 나왔다. 아마도 삼성은 OLED TV에 있어서는 일본 소니처럼 패널을 전량 구매해서 생산하는 방식을 택할 듯 하다.

삼성 차세대 전략의 핵심은 마이크로 LED에 있다. 작은 LED화소 자체가 빛을 내는 이 방식이야말로 기술적 단점이 거의 없는 최고의 패널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OLED의 고질적 문제점인 번인현상도 전혀 없다. 그렇지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바로 가격이다. 

 

[출처: 삼성전자]


삼성은  올해 초에 가정용 110인치 마이크로 LED를 출시하면서 99인치 모델은 상반기, 88인치와 76인치 모델은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도 99인치 모델은 출시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가격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마이크로 LED는 화면 크기가 작을수록 생산비용이 오히려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아직은 99인치 제품 생산가격이 오히려 기존 110인치 제품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더 작은 화면이 더 비싼 상황은 소비자가 납득하기 어려울 게 뻔하다.

삼성의 선택이 불안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추격이 쉬운 QLED에서는 중국업체가 턱 아래까지 쫓아오는 중이다. 기술적으로 이상적인 마이크로 LED는 아직 주력제품이 되기 어려운 상황에 머물고 있다. 경쟁사인 LG전자가 핵심기술을 쥐고 있는 OLED를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선택이 나쁜 결과를 부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1위 업체인 삼성이 무너지면 규모의 경제에서 한국업체는 중국업체에게 쉽게 추격당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기업간 승패로만 끝나지 않는다. TV를 구입하는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과 혜택 축소로 나타날 수 있다. 삼성의 불안한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주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