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레츠고 디지털]



소비자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업계에 승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무대 앞에서 환호를 받는 승자가 있다면, 조용히 무대 뒤로 퇴장하는 패자도 있다. 사람들은 흔히 승자에게만 주목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패자가 있기에 승자도 있는 것이다. 또한 기회는 한번이 아니다. 승자와 패자가 뒤집히고,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나 어제의 승자를 추월하는 건 늘 있었던 일이다.

지난 1월 20일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할 것이란 언론보도가 나왔다. 권봉석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적자가 계속됐고, 치열한 경쟁에 놓인 모바일 사업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 설명했다. 또한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된다고 말했다. 사업철수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사실 국내외에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은 계속 있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사업을 맡고 있는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이후로 23개 분기나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5조 원이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1% 안팎이다. 가전제품에서 벌어놓은 높은 흑자를 스마트폰 사업이 다 까먹는다는 비난이 해마다 제기됐다.

그럼에도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이제까지 해왔다. 주요부품 계열사 간 수직계열화가 쉽고, 가전제품과의 연동성이 높으며, 미래 산업이란 이미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미 노키아, 모토롤라가 이미 철수했으며 소니도 주주들의 철수 압력을 받고 있다. 따라서 LG전자의 결정은 아쉽지만 나쁜 판단은 아니다.

큰 적자를 보면서 단순히 스마트폰을 계속 만들고 있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가망이 없는 분야는 과감히 접더라도 그 뒤에 무엇으로 재기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미래를 둔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제 남은 문제는 LG전자의 철수가 앞으로 어떤 미래를 열어가느냐 하는 부분이다.

일단 국내에서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줄어들긴 한다. 특히 국내 브랜드가 사실상 삼성 밖에 남지 않는다는 점은 안타깝다. 그렇지만 오히려 중저가 중국 브랜드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한 관계당국과 업계의 노력을 주문하고 싶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연구개발(R&D) 조직은 남길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제품과의 연동성을 위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이 분야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만들든, 아니면 가전제품에 적용하든 미래를 위한 핵심역량이다. 기대를 모았던 접는(롤러블) 스마트폰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 기술만 적용된 다른 가전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 꼭 그것이 스마트폰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마지막으로 LG전자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LG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불만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부실한 소프트웨어 완성도와 추후 업그레이드 지원 부족이다. 가전제품에서는 아직 펌웨어 수준이라 이 부분이 약간 떨어져도 상관없다. 하지만 미래산업인 자동차 전장산업이나 인공지능 제품에서는 사활을 좌우하는 부분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에서의 철수를 딛고 LG전자가 다른 부분에서 멋지게 승자로 올라서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