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업계의 오랜 라이벌이다. 몇십년 전에는 국내에서만 그랬지만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상위권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전체 제품군으로 봐도 스마트폰에서는 삼성이 매우 우세하지만 백색가전에서는 LG가 우세하다. 특히 TV 제품에서는 점유율에서 앞선 삼성전자를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을 앞세운 LG가 무섭게 추격해가는 중이다.

최근 LG전자가 출시한 TV 명칭을 두고 삼성전자가 불편하다는 기색을 내보였다. 자칫 두 회사의 분쟁이 시작될 수 있기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회사가 충돌하게 될 부분은 최근 LG전자가 출시한 미니 LED TV인 'LG QNED'라는 명칭이다. 

LG전자는 QNED 명칭에 대해 퀀텀닷과 나노셀 기술을 합친 새로운 색상 표현 기술을 적용한 미니 LED TV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퀀텀닷과 나노셀의 앞 글자인 Q, N과 LED를 조합해 만들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QNED라는 이름은 삼성전자 LCD TV인 QLED와 철자가 한 글자만 다르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QNED와 기술적 명칭이 동일하다.

삼성은 퀀텀닷 나노 발광다이오드를 자체 발광 소자로 쓰는 QNED를 개발하는 중이다. QNED는 나노 무기물을 사용했기에 유기물을 사용하는 올레드(OLED)나 퀀텀닷 디스플레이의 단점을 해결했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현재 삼성과 LG는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고 심사를 받고 있다. 삼성측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이름을 LG가 LCD 기반 TV 제품명으로 쓰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런 명칭 분쟁은 사실 소비자의 실익과 별 관계가 없다. 예전에 삼성전자가 AMOLED(능동유기발광다이오드)를 그대로 자사 애니콜 핸드폰에 적용한 '아몰레드' 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때 LG전자가 단순 기술명을 어떻게 브랜드로 만드냐고 항의했지만 무시했던 적이 있다. 이번 사례와 상당히 유사하다.

명칭 분쟁은 그저 두 회사의 라이벌 의식만 확인시켜 줄 뿐이다. 제품 기술 발전 자체에는 도움도 안된다. 마케팅 경쟁을 유발시켜 판매가격을 낮추지도 못한다. 언론에서는 소비자의 착각을 유발할 수 있다며 매우 큰 일이 벌어진 듯 보도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가 이런 명칭 만으로 제품을 혼동해서 구입할 확률은 매우 낮다. TV 같은 고가제품은 구입 전에 신중하게 검토하는 소비자가 다수다.

이 밖에도 두 회사는 이제까지 잊을 만하면 소비자와 별 관계없는 이슈로 분쟁을 치렀다. TV를 비롯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제품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충돌하며 때로는 법적 소송전까지 벌였다. 업계 일부에서는 두 회사가 분쟁을 벌이고 화해했다가 다시 충돌하는 사례가 물밑 신경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365일 내내 상호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매우 소모적인 공방전인 셈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보자. TV의 상품명이 특정 기술명이라는 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얼마나 우수한 화질과 기능을 가진 제품이 얼마나 싼 값에 나오게 될 지가 중요하다. 그것만 확실하다면 소비자는 명칭같은 것에 현혹되지 않고 더 좋은 제품을 산다. 이것은 어떤 분쟁과 소송전, 홍보전략보다 중요한 핵심 경쟁력이다. 삼성과 LG의 라이벌 의식이 소비자에게 피로감이 아니라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한 경쟁으로 바뀌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