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LG전자]



요즘 주식시장에서 LG전자의 상승세가 무섭다. 한때 '4만전자'라는 놀림감까지 되었던 과거를 떨치고 이제는 10만원을 바라보고 있다. OLED TV를 앞세운 프리미엄 TV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세계 가전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LG전자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있으니 바로 스마트폰(MC) 사업부다. 잘나갔던 피처폰에 집착하다가 스마트폰 혁명에 대응해 몇년 정도 기술이 뒤쳐졌다. 그래도 저력이 있는 만큼 잘 따라가겠다 싶었는데 내놓는 제품마다 무엇인가 구매동기를 이끌어내기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판매가 잘 안되니 사업부 전체가 해마다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는 중이다. 

때문에 주주 입장에서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게 낫다는 의견마저 나왔다. 하지만 LG전자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히 금방 떼어버릴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LG그룹 전체를 보면 디스플레이, 화학소재, 배터리, 카메라 모듈 등 세계적인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막상 완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건 단순한 부품업체로 전락함을 의미한다. 가전제품과 TV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데 그걸 제어하는 핵심기기가 될 스마트폰만 다른 회사 제품에 의존한다는 건 자존심과 실리 모두를 잃는 결정이 되기 쉽다.

결국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이원화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12월 8일 업계에 따르면 MC사업본부는 제조자개발생산(ODM) 조직을 확대하고 기능이 중복되는 조직을 통폐합할 계획이다. 중저가 제품을 자체개발하지 않고 외부 제품을 들여와 상표만  붙여 팔겠다는 의도이다. 아마도 중국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8년 LG전자의 전체 스마트폰 공급량 중 ODM 비중은 한 자릿수였지만 올해는 50% 이상으로 늘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내년에는 이 비중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최고가 제품인 플래그십 모델과 새로운 폼팩터 개발은 그대로 진행된다. 내년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롤러블폰 등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의미다. 치열한 가격경쟁을 해야하는 중저가 제품에서는 자사 제품이 경쟁력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적자를 안보는 선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기술력을 앞세운 고가 제품으로 이익극대화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과연 성공할까? LG전자의 하드웨어 기술력은 업계에서도 인정한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배터리나 카메라 모듈 등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아무런 장점도 없이 브랜드만 믿고 시장에 내놓는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이다. LG전자는 운영체제 안정성과 지원 소프트웨어가 유독 불안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격대는 삼성이나 애플 수준인데 안정성은 중저가폰 수준 정도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나마 AS는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교체로 해결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 문제에서 AS는 아주 큰 메리트는 아니다.

중요한 건 선택과 집중이다. 업계소식통에 따르면 LG전자는 소프트웨어 인력이 경쟁사에 비해 적은 숫자인데 제품 라인업이 너무 많다보니 최적화나 안정화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 마침 중저가 라인업에서 ODM 비중을 늘린다면 그쪽은 손이 덜가게 하고 프리미엄 라인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프리미엄 제품의 소프트웨어에서 충분한 안정성과 만족감을 준다면 위기를 맞은 LG전자 스마트폰은 다시 회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