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애플 홈페이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예전 헐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명대사다. 미국영화에 나온 대사인 만큼 이것이 미국인의 생각을 반영한다는 건 당연하다. 완벽히 지킬 수는 없어도 이것을 지향하는 것이 미덕이란 것만은 그들도 알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 이제 '같은' 미국 IT회사인 애플로 시선을 돌려보자. 그들은 과연 가진 힘이나 얻은 이익만큼 그 사회에 책임을 다하고 있을까?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 보면 이런 질문에 선뜻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기 힘들다.

아이폰과 맥북 등을 앞세운 애플은 이미 한국시장을 포함한 전세계 IT제품 시장에서 최고 이익률을 자랑하는 강자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3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이익 점유율은 60.5%, 삼성전자 점유율은 32.6%를 차지했다. 전세계 스마트폰 이익의 절반을 훨씬 넘는 돈을 애플이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애플은 한국시장에서 유난히 부실한 AS와 고객대응으로 인한 파열음을 많이 내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회원이 겪은  이른바 ‘빅서게이트'는 이런 논란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 

구형 맥북을 애플의 온라인 권유에 따라 신형 OS로 업데이트했는데 결과적으로 하드웨어가 고장나 버렸다. 그런데 애플스토어측은 이것을 철저히 고객부주의로 돌리며 무상 AS를 거부했다. 심지어 영어를 할 줄 아냐는 인종차별성 조롱까지 있었다. 이 소식이 온라인으로 유포되며 문제가 현재 당사자와 협의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사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것 만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입해 11월 10일부터 12월 25일까지 수령한 제품은 내년 1월8일까지 반품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연말 반품 정책'을 전 세계에 시행했다. 그렇지만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를 출시하며 해당 정책을 도입한다고 알렸다가 최근 돌연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새 반품 정책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거의 유일하게 예외적으로 실시하지 않는 것이라 국내 애플 소비자들로선 불만이 높다.

이런 가운데 애플 공식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한 사설서비스 업체에는 소송을 걸며 사업철수를 압박하고 있다. 관계자에 의하면 애플의 소송으로 서울 강남과 홍대입구 등지에 밀집한 애플 제품 관련 사설수리업체 가운데 폐업한 곳이 상당하다고 한다.

이렇게 사후 서비스에는 무관심한 애플이지만 매출 확대만은 적극적이다. 국내에 첫 공식매장인 애플 가로수길’을 오픈한 지 약 3년만에 두 번째 매장인 애플 여의도를  연내 개장한다. 또한 내년에도 추가로 대규모 공식 매장을 열 예정이다.

결국 애플은 최소한 한국시장에서만큼은 노골적으로 이윤만 탐하고 있다. 돈과 비용이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후 서비스는 최소화하고, 매출확대에 직결되는 애플 스토어만 늘리겠다는 행동을 하고 있다. 힘은 커지는데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럼 이런 애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애플이 유일하게 고분고분한 것은 각국의 '법'이다. 행정조치나 입법부의 명령이 있을 경우는 대부분 충실하게 그걸 지키고 있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애플에게 아이폰에 충전기를 기본 제공할 것을 명령했다. 

환경보호란 명분을 내세운 애플의 논리를 주 소비자 보호위원회가 나서서 반박하며 벌금이 부과되는 강제조치를 통해 책임을 다하도록 명령한 것이다. 이런 결정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타깝지만 매출 밖에 관심없는 애플에게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는 방법은 행정명령이나 법률을 통한 직접적인 압박이다. 한국 소비자가 제대로 대접받기 위해서 행정당국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