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애플 홈페이지]



전세계 스마트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마치 법칙과 같은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현재 스마트폰의 트렌드를 확립했다. 이후 기존 피처폰 강자가 쇠락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갤럭시를 통해 아이폰을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로 항상 애플이 흐름을 주도하고 삼성이 뒤쫓아가는 구도가 됐다.

삼성이 반드시 추격자 위치에서 만족한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오히려 애플을 앞서기도 한다. 예컨대 화면 크기를 키운 갤럭시노트 시리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카메라 성능 등에서는 애플을 앞서 나가는 중이다. 

그렇지만 애플이 스마트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점이 있다. 바로 가격정책이다. 아이폰이 제시한 -99달러로 끝나는 가격표만이 전부가 아니다. 최고의 순이익을 보여주고 있는 애플이 책정한 고가, 중저가 가격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 제품의 가격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애플이 아이폰10부터 책정한 고성능 고가정책의 결과는 어떨까? 당시 국내에서 통신비 압박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 가격을 떨어뜨리던 삼성전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에 따라 가격인하를 하려던 샤오미 등이 일제히 고가격 프리미엄폰을 내놓게 만들었다. 출고가 100만원을 기점으로 80만원대까지 떨어지던 삼성전자 프리미엄폰 가격이 갑자기 100만원을 뚫고 상승했다.

그런데 이런 가격정책으로 재미를 보던 애플이 방향을 전환했다. 침체를 맞은 글로벌 시장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부진한 판매실적을 받은 것이 결정적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6.6% 줄어들 것이라 전망된다. 지난 2월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61%나 감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역대급 카메라 스펙을 내세우며 내놓았던 갤럭시S20은 출시 첫 해 출하량이 4,000만대를 넘길 것이라 전망됐다. 하지만 비공식으로 예측하는 판매량은 전작대비 80%수준이며 업계에서는 전작대비 절반수준으로 보기도 한다. 원인은 가격이다. 갤럭시S20 시리즈 출고가는 갤럭시S20이 124만원, 갤럭시S20+ 135만원, 갤럭시S20 울트라 159만원대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가성비 좋은 중저가형을 통해 활로를 찾기로 한 모양이다. 새로 발표한 아이폰SE2는 경쟁사 프리미엄급의 연산능력과 매우 우수한 카메라 성능에서 불구하고 55만원부터 시작하는 파격적인 가격이다. 따라서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사인 삼성 등의 점유율을 크게 잠식할 수 있다. 국내시장에는 샤오미 홍미노트9S, 삼성 A시리즈, LG 벨벳 등이 나올 예정이지만 연산능력, 카메라 성능, 재질 등에서 역부족이다.

때문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는 기존제품의 파격적 가격인하와 함께, 충분한 성능을 갖춘 비슷한 가격대의 중저가폰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애플이 트렌드를 이끄는 힘이 본격적으로 발휘될 차례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올해부터 새로운 중저가폰 시대가 열리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성능은 좋지만 너무 비싼 프리미엄폰과 가격은 적당한데 성능이 너무 떨어지는 중저가폰 사이에서 고민하던 사용자에게 기회가 왔다. 올해 새로운 중저가폰 시대가 열리면 사용자는 더욱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래서 시장에는 항상 경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