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물론이고 자동차와 시계까지 운영체제와 반도체가 들어간 스마트 기기로 변신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시대에 전통적인 아날로그 수단을 고집하는 건 어리석은 행동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스마트기기로의 전환에 저항감을 많이 가지는 매체가 있으니 바로 ‘책’이다.


물론 컴퓨터화면으로 책을 읽는다든가 태블릿을 이용한 전자책은 많이 나와있다. 그렇지만 종이책이 가지는 여러가지 이점을 완벽히 따라잡기 힘들기에 아직도 시장에서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디스플레이에 있어서 종이가 가지는 깨끗한 인쇄품질과 가벼운 무게, 태양빛 아래서도 훌륭한 가독성은 현존하는 어떤 디지털 디스플레이도 완벽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종이책을 좋아하는 독자는 상당히 남아있다. 



이북리더는 바로 이런 독자를 위해 가장 종이에 가까운 디스플레이를 제공한다. 전자잉크(E-INK) 방식을 채택한 이북리더는 오랜 시간 읽어도 눈이 피곤하지 않고 밝은 야외에서도 읽을 수 있으며 배터리도 오래 간다. 한동안 새로운 이북리더가 나오지 않던 시장에 한국 이퍼브가 새로 ‘크레마 카르타’를 출시했다.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3대 서점과 출판사 들이 밀고 있는 이 제품에 대해 알아보자.



디자인 -  고급 블랙톤, 감촉 좋은 실리콘 재질



전자책 단말기(이북리더)를 디자인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고민은 재질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는 달리 부담없이 구입해서 읽을 수 있는 가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비싼 메탈 재질을 쓸 수 없고, 크기도 6인치(15.24센티미터) 화면 정도로 정해져 있다.



이런 정해진 틀 내에서 크레마 카르타는 최선을 다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화면을 둘러싼 베젤은 무게있게 보이는 블랙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으며 매끄러운 촉감이 느껴진다. 맨 위의 ‘CREMA’란 로고가 있으며 중앙부에 전자잉크 화면이 위치한다. 아래쪽에는 물리적 방식이 아닌 터치 방식의 홈버튼이 직사각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홈버튼 중앙에서 비교적 큰 LED가 있어 터치에 대해 빛으로 반응해서 피드백을 준다. 



8밀리미터 두께의 테두리는 실리콘으로 덮여있어 손에 쥐는 감촉이 우수하며 라운딩처리가 되어 후면으로 이어져진다. 실리콘으로 된 후면에는 다시 로고와 생산지 표시가 나온다. 디자인을 KEPH에서 했으며 조립을 대만에서 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래쪽에는 각종 인증 규격이 프린트되어 있다. 



버튼과 연결단자는 제품 화면 아래쪽 사이드에 집중되어 있다. 작동상황을 알려주는 램프와 물리적인 전원버튼 , 마이크로 USB, 마이크로 SD메모리를 넣을 수 있는 리더기가 있다.  비싼 재질이나 복잡한 가공공정을 쓸 수 없는 이북리더로서 가능한 깔끔하고도 기능적인 디자인을 하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스펙 - 300dpi 화면, 잔상 제거 기술 채택



크레마 카르타가 속한 이북리더의 가장 큰 특징은 디스플레이로 전자잉크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전자잉크는 스마트폰과 테블릿에서 쓰는 액정 방식에 비해 뚜렷한 장단점을 지닌다. 장점으로는 전력소모가 매우 적고, 오래 봐도 눈이 피로하지 않아 가장 종이에 가까우며 전원이 꺼져도 일단 표시된 내용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점도 있다. 화면 갱신 속도가 느려서 빠른 화면 변화에서는 잔상이 있으며, 컬러를 구현하기 어려워 대부분 흑백 형태로 그레이 단계를 주어서 사용한다. 해상도를 획기적으로 올리기도 쉽지 않다. 


크레마 카르타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애썼다. 300dpi의 고해상도를 채택했으며 잔상을 제거하는 리갈 웨이브폼 기술을 적용했다. 편안한 독서를 위한 고품질 화면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은 크게 올라가지 않았다.



이 외에는 일반적인 저가 태블릿과 비슷한 스펙을 가졌다. 화면조명을 위해 프론트라이트가 있으며 데이터 저장공간은 8GB이다. 램은 512MB이며 마이크로SD 슬롯을 통해 최대 32GB의 외부 메모리를 연결해서 쓸 수 있다. 무선랜 연결을 위한 와이파이는 802.11 b/g/n을 지원하며 배터리 용량은 1,500mAh,  운영체제로는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샌드위치를 썼다.  전자책을 내려받아서 보고 관리하기에는 적절한 정도의 스펙이다.



사용성 - 고해상도와 다양한 기능


그동안 이북리더의 단점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었던 것은 무게이다.  한손으로 오래 들고 있어도 편안히 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어느 정도 무거우면 손목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이 제품의 무게는 182 그램으로 태블릿을 넘어 스마트폰 무게에 가깝다. 그만큼 가볍기에 손에 들고 책을 보기에 매우 편하다. 두께 역시 8밀리미터로서 손에 잡기에 부담이 없다.


하단에 좌측에 있는 전원버튼을 누르면 전원이 켜진다. 전자잉크 특유의 화면 전환 느낌은 마치 잉크가 지워졌다가 써지는 느낌이 든다. 



홈버튼을 터치하면 주요 메뉴가 나타난다. ‘ebook’은 내려받는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모드로서 기본책장 모드로 들어간다. 해상도가 좋은 전자책의 장점은 만화책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그림의 디테일이 잘 살아나고 작은 폰트를 쓴 글자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스토어’ 에서는  예스24 를 비롯한 이북 서점의 책을 구입해서 볼 수 있다. ‘전자도서관’ 에서는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 정부기관의 전자책 도서관 장서를 검색해서 대출해 볼 수 있다.  대상으로 공급되는 예스24와 알라딘의 서비스도 별도로 제공한다.


‘인터넷’에서는 간단한 웹 서핑이 가능하다. 이전에 비해 하드웨어적 반응속도가 빨라진 것도 돋보인다. 태블릿에 비해 연산속도가 느린 저가형 칩을 쓰고 전자잉크의 화면 갱신속도가 느리기에 반응속도가 느려서 이전 모델은 웹 서핑 기능이 사실상 쓸모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제법 좋아진 사양으로 인해 급할 때 간단하게 쓸 수 있는 수준은 된다.



‘e연재’에서는 예스24에서 연재하는 각종 연재 콘텐츠를 읽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전자사전’ 과 ‘열린 서재’ 기능을 지원하는 데 사용자가 다양한 뷰어를 통해 원하는 환경에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총평 - 고해상도를 갖춘 가볍고 쾌적한 이북리더



현재 시장에서 이북리더는 태블릿과 경쟁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책을 읽기 위해 별도 기기를 구입하는 것을 반기는 사용자는 거의 없다. 이북리더는 태블릿에 밀리고, 태블릿은 다시 대화면 스마트폰에 밀리는 상황이다. 



이북리더를 구입하는 사용자의 가장 큰 이유는 햇빛 아래에서 장시간 독서할 때의 가독성이다. 기존 액정은 아직까지 종이책만큼의 좋은 가독성을 주지 못하며 배터리도 장시간 사용에서 쉽게 소모된다. 한번 충전하면 일주일 정도를 거뜬히 버티는 이북리더는 그래서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크레마 카르타는 고해상도를 쓴 카르타 전자잉크 패널을 을 통해 가장 중요한 가독성 부분의 성능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가벼운 무게와 쾌적한 처리속도를 갖췄다. 이렇게 하드웨어적 매력을 보유한 가운데 연재하는 콘텐츠를 직접 보고 열린 서재를 통해 원하는 뷰어까지 선택하게 했다. 소프트웨어적으로도 노력을 하고 있다. 



범용기기가 아무리 좋아진다고 해도 특정 용도에 완전히 특화된 전용기기만큼의 쾌적함을 주기는 어렵다. 그런 면에서 크레마 카르타는 상시 많은 전자책을 읽는 사용자에게 훨씬 우수한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낙엽이 떨어지는 독서의 계절에 햇살 좋은 공원에서 독서하고 싶은 사용자라면 이 제품을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