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말기 유통법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2014년 10월부터 시행한 이 법을 시행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부는 이용자 차별해소와 가계통신비 절감을 주된 효과로 들었다. 그런데 9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단말기 유통법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의문이 던져졌다.


이런 가운데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제품의 경쟁력 때문에 애플의 점유율이 높아졌다”고 말한 사실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일부 사용자는 방통위원장도 아이폰의 품질을 인정하며 칭찬했다고 해석했다. 반대로 다른 사용자는 정책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를 비하한 무리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기자는 7월 23일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 방문한 최 위원장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고 설명을 들어보았다. 과연 진실은 어떤 것일까? 방통위원장의 설명을 통해 이 발언의 의미를 해석해보자.



발단 - 단말기유통법 이후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 변화 



7월 21일, 애플 CEO 팀 쿡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아이폰 판매가 2014년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났다고 밝혔다. 여기서 한국은 100%, 인도와 중국도 각각 93%, 87%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이전부터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급증한 통계가 나와있는데 이에 대해 애플이 확인해준 셈이다.





최 위원장은 7월 15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단통법이 도입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줄고 애플 아이폰이 반사적으로 이익을 보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이폰이 전에 없이 한국에서 강한 판매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 국내에서는 단말기 유통법으로 인해 보조금이 공시되어 국내 제품 위주로 펼쳐진 보조금 대란이 없어진 탓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은 “그런 분석이 있지만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며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가 출시되면서 세계적으로 점유율이 높아졌을 뿐 단말기유통법의 영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애플의 경쟁력으로 인한 판단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이다.



설명 - 세계 점유율 변화 현강 가운데 하나, 단통법과 관련 없음


기자의 질문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은 "애플의 경쟁력이나 품질을 칭찬한 의미가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위원장의 주관적 해석이 들어가지 않은 현상분석이라는 의미이다. 



“일부에서는 단말기유통법 때문에 국내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3% 남짓 높아졌다”며 “한국 내 점유율 증가는 애플이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 등을 내놓으면서 발생한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를 설명한 것인데 오해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애플의 단말 경쟁력이 높다는 의미로 얘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에서 해석의 여지가 생긴다. 최 위원장이 말한 의미는 분명하다. 단말기유통법이 애플에 반사이익을 준 것이라면 그 법과 아무 관계 없는 다른 나라까지 아이폰의 점유율이 동반 상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늘어난 이유는 단말기 유통법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의미이다. 마치 날씨예보처럼 주관적인 해석을 배제한 현상 설명이라는 점에서 이 설명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단말기 유통법의 효과 - 한국시장의 정상화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보면 다른 의문이 발생할 수 있다. 단말기 유통법을 추진할 때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법이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만큼 왜곡되어 투명하지 못하고 불공평한 이용자 차별이 있는 한국 스마트폰 유통구조를 바꿀 거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단통법이 효과를 보았다면 지금 한국 시장은 다른 세계시장에 근접하게 '공정해진 유통시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통법 시행이전에는 오히려 세계 추세와는 다르게 국내 단말기 판매가 매우 높았다. 그러다가 정상적 유통구조로 진행되자 전세계 흐름과 같이 간다는 건 어떤 뜻일까? 그 동안 국내 단말기가 본래 가진 경쟁력보다는 왜곡된 국내 유통구조에 힘입어 판매를 늘려왔다는 논리가 된다. 즉 단통법이 시행되자 경쟁력이 우수하지 못했던 국내 단말기가 판매량이 떨어지며 세계 사용자 구매 추세와 비슷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음미할 부분이 있다.



최성준 위원장은 설명 마지막에 “우리 가족들은 전부 국내 제조사 제품만 사용하는데 당시 애플을 띄워주는 것처럼 보도돼 가족들이 속상해하기도 했다”며 웃어보였다. 규제기관으로서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둬야 하는 입장을 보여주는 그의 입장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