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IT업계는 모바일에서 시작한 변화가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 모든 분야로 파급되는 단계에 있다. 모바일 기기로 배달을 시키고, 택시를 부르며,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시대가 왔다.


여기에는 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도 예외가 아니다. 커다란 점포와 은행통장으로 대표되는 기존 은행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특히 예금 이자와 대출금의 이자차이로 수익을 내는 것이 중심인 국내 은행의 현실은 밝지 못하다. 비이자 수익을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주위에서 은행에 수수료 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살 길은 고객중심의 경영이다. 세상이 빨리 돌아가는 만큼 은행도 똑똑해져서 우리가 제대로 된 혁신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유료앱과 콘텐츠처럼 기꺼이 우리는 그곳에 돈을 지불할 것이다. 바로 이런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이제 싹을 틔우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이며 보수적인 유럽도 조금씩 개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도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겨서 우리가 쓰는 일상적 금융을 획기적으로 편리하게 해 줄 수 있을까?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에디토이 김국현 대표가 진행을 맡은 가운데 임정욱 센터장, 윤호영 다음카카오 TFT부사장, 이수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문용준 SK C&C 부장이 참석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를 통해 인터넷중심은행으로 한국금융서비스에 혁신적 변화가 가능할 지 살펴보자.



기존 은행은 규제산업의 공룡 - 2015년 안에 새로운 인터넷중심 은행 등장



우리나라 은행은 빠르고 친절하다. 그리고 인터넷이 잘 갖춰진 한국은 어디서든 편리하게 금융업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걸이 전부이다. 예를 들어 은행은 월급통장을 개설한 직장인이 몇 년간 월급이 얼만큼 오르고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해서 제시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금리가 계속 내려서 예대마진 이익이 줄어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외국 인터넷 은행은 자본금이 적은 상태에서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 따라서 대형은행과의 경쟁을 위해서 고객이 필요한 개인화 서비스를 한다. 반면 한국의 은행은 그냥 스마트뱅킹 수준에 머물로 있다. 시스템 연계에 전부 돈이 드는데 덩치가 커서 너무 많은 액수가 든다. 따라서 그런 큰 투자를 할 생각이 별로 없다. 



외국은행은 협업을 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뒤져 망한다는 위기감에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은 협업을 안해도 은행이 적고 국가에서 보증해주는 상태이기에 망하지 않는다. 또한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국내은행은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 코볼이나 포트란 언어 등으로 핵심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지금의 서비스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능력도 없고 그런 리스크를 질 이유도 없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기존 금융권이 아닌 새로운 업체에게 은행업 허가를 내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과거에는 그냥 관련 업체들이 은행설립을 위한 움직임을 벌였다면 지금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허가를 내주겠다고 하고 관심있는 업체를 끌어들이는 상황이다. 기존 기업의 참여에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금산분리, 은산분리를 담은 은행법 16조 2항이다. 이 법은 주업이 은행이 아니면 지분 4프로 이상 소유가 안되는 규제가 담겨있다. 이것을 현재 은행법 개정을 통해 고치려고 한다.


또한 법이 바뀌기 전에도 시범인가를 해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전에는 국회 정무위에서 통과안되서 무산된 적 있는데 이번에는 법이 9월에 통과되어도 제대로 시행되면 내년에야 인터넷 중심은행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금융위에서는 개정전에도 하려고 접수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2015년 안에 새로운 인터넷 중심은행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서비스 혁신 - 근본적 시스템 변화가 필요


이렇듯 인터넷중심은행의 등장은 거의 필연적이다. 그렇지만 막상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금융서비스의 혁신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었다.



인터넷중심은행이 만들어져도 은행서비스 자체가 크게 좋아지는 건  아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인프라가 뒤진 외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금융이 가능해지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편리함이 제공된다. 반대로 이미 인터넷과 모바일 인프라가 잘 갖춰진 한국에서는 기존 금융서비스가 잘 되고 있다. 따라서 충전식 지불이나 단순한 결제서비스는 매력이 적다. 사용자의 생활에 밀착된 서비스가 펼쳐져야 한다.


여기서 참석자는 현재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사례를 언급했다. 중국은 모바일 뱅크 허가를 줘서 올해 6월에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단순한 인터넷이 아니라 아예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은행이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이것이 앞으로의 모델이 될 은행인데 중국도 기존은행이 아니라 텐센트, 알리바바가 서비스하고 있다. 은행은 핵심정보를 가지고 있는 독점 면허 사업자로서 혁신적 시스템을 갖출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 그리고 중국정부도  그걸 알고 있으니 라이센스를 텐센트, 알리바바에 주었다는 주장이다.



우리도 현재 정부방침에 맞춰서 인터넷전문은행을 하겠다는 곳은 많다. 그렇지만 기업은 가장 자유로운 미국방식을 바라는데 우리 금감위는 가장 보수적인 유럽식을 모델로 보고 있다. 규제를 완전히 풀어서 정면돌파할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 전문은행만 특별취급하는 조항으로 해결하려는 부분이 문제이다. 기존 은행과의 차별논란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은 눈에 보이는 점포가 없는 형태로만 허가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액수가 크고 신뢰가 필요한 금융상품일수록 대면서비스를 원한다. 따라서 제약이 있는 한국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 가능성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과제 - 갖춰진 인프라 위에 얹을 근본적인 역량확보


이런 상황에서 한국 인터넷중심은행이 외국처럼 금융서비스 혁신을 제공하면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은행조차도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 능력이 안되기에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SI 업체를 불러서 고쳐야 한다. 따라서 기존 은행의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을 따로 만드는 것만큼의 비용이 든다. 


여기서 참석자는 한국이 IT인프라만 발달하고 얹을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단순히 코딩을 할 수 있는 개발자는 많다. 하지만 근본 시스템 아키텍처를 만들 고급 설계자가 없다는 것이다. 뉴욕이나 런던에는 핀테크 업체만 수천개가 있다. 국제송금을 위한 영국 스타트업인 트랜스퍼와이즈는 매달 송금액 1조가 넘는다. 이들은 각자 고유한 장점이 있으며 그에 맞는 시스템을 기존 규제 위에서도 충분히 설계해서 운용하고 있다. 한국도 이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석자는 핀테크에 뛰어든 한국 벤처업체에게  무조건 머리로만 하려고 하지 말고 제대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국은 자금세탁법이란 규제가 있다. 따라서 돈을 빌려주고 받는 과정에서 이런 규제를 넘어야 한다. 렌딩클럽은 독자적인 신용평가 시스템을 위해 전문가 수백명을 고용하고 있다는 예를 들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기술적 소프트웨어 역량이 없기에 신용카드를 많이 쓰면 많이 써도 오히려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일까지 있다. 제대로 데이터 분석하지 않기에 나오는 결과이다. 결국 규제를 풀어주는 것 몫지 않게 국내 업체도 역량을 키우려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인터넷중심은행을 통해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인터파크가 3천억 자본금으로 인터넷중심은행을 시도한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반갑기도 하다. 그렇지만 단순한 은행업이 아니라 경쟁력을 가진 혁신금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규제에 적응하면서 역량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한다. 이것이 이 자리에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이 종합된 결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