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MWC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제품은 스마트워치였다. 이전부터 삼성이 갤럭시 기어, 기어핏, 삼성 기어를 통해 시장에 도전했지만 다른 업체들은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애플 워치가 발표되고 본격적으로 판매되기에 이르자 주저하던 업체들이 일제히 제품을 내놓았다. 모토 360, 화웨이 워치, 게스워치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단연 주목받은 것은 LG전자의 '어베인 LTE'였다. 고급 시계와 가장 닮은 원형 디자인에 고급스러운 외장, 아날로그 시계의 감성적인 기능을 잘 구현해주는 화면이 매력적이었다. 더구나 무선 LTE 네트워크와 연결이 되므로 단독으로 통화를 비롯한 데이터 이용을 할 수 있다. 내장된 유심카드를 이용하며 번호를 따로 받는다.


남은 것은 가격이었다. 최초에 어베인 LTE는 40만원 중후반 정도로 예상되었다. 전작인 G워치R이 정가  35만 2000원이었으니 LTE 탑재로 인한 가격상승을 10만원 안팎으로 잡은 결과였다. 이 가격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었으며 사용자들은 출시 후 가장 호응받을 제품으로 주저없이 어베인 LTE를 꼽았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LG전자는 어베인 LTE를 유플러스를 통해 출시하면서 출시 가격을 65만원으로 발표했다. 특별히 G워치R에 비해 고가 부품이나 고가 재질이 사용된 것은 아니다. LTE 칩으로 인한 가격 상승 요건은 있겠지만 그것이 두 배 가까이 값이 오른 이유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곧 출시될 연동형(LTE 기능이 없는 모델) 어베인 스마트워치 기본 모델 가격은 35만원 내외로 알려졌다. 전작 G워치R 가격과 비슷하다. 더구나 이전에 3G 통신 모듈을 탑재했던 삼성의 기어S는 29만7000원이었다. 통신기능이 있다고 원가 자체가 비싸지는 건 아니라는 증거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애플워치를 통해 스마트워치를 실용품이 아닌 패션용품으로 마케팅한데 따라 오히려 높은 가격대로 소비자 구매욕을 자극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경제력과 구매력이 갖춰진 사용자를 향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뜻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고가 프리미엄 고객층을 겨냥하는 애플 워치처럼 LG전자도 어베인 LTE를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꾸리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상반기 공개 예정인 삼성의 원형 스마트워치는 재질과 스트랩 소재를 고급화시키는 대신  가격을 크게 올린 고가모델을 따로 내놓는 등 애플워치와 비슷한 프리미엄 제품 만들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오히려 스마트워치 초기에 든든한 구매자가 되어줄 얼리어댑터 계층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이들은 제품 스펙에 밝고 각 구성부품의 단가까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용자이다. LTE칩 장착 자체만으로 원가 상승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같은 제품을 가지고 와이파이만 탑재했으면 저렴하게, LTE가 내장되었으면 비싸게 사달라는 논리가 얼마만큼 먹힐 지 알 수 없다.


문제는 스마트워치가 LTE가 결합되어 만들어질 시너지 효과가 꽃피기도 전에 이런 고가 전략에 의해 국내 수요가 부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는 이동통신사가 개입되면 반드시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제품가에 거품이 끼어들어가는 한국적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스마트워치 제조사가 정상적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약간의 이익을 얹어 사용자에게 파는 것에서 보통 가격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통사는 여기에 약정을 끼고 이통사 보조금과 함께 단말기 회사의 보조금이란 사실상의 거품을 만들기를 원한다. 그러니까 원래 받아야 할 가격이 40만원이라면 일부러 출고가를 65만원 쯤으로 매겨놓는다. 이통사와 약정을 맺어야 하는 사용자는 그 가격에 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염두에 둔 가격책정이다. 그 뒤에 30만원 정도 보조금을 얹어서 팔면 실제로 사용자는 거의 제 값을 주고 산 것임에도 싸게 샀다는 착각에 빠진다. 덤으로 2년 약정까지 떠안고 꼬박꼬박 요금을 내야한다. 이것은 최신 스마트폰 시장에서부터 변함없이 유지되어 온 한국 이통사의 영업 방식이다. 


이런 구조를 잘 아는 사용자는 매력있는 스마트워치가 LTE와 결합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가 구매하지 않는 스마트워치는 생태계도 혁신도 만들지 못한다. 결국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창출할 수많은 가치가 그냥 묻혀버릴 수 있다.


새로나오는 스마트워치와 LTE가 결합한다는 소식을 듣고 출고가 폭등부터 예상하게 된다는 건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프리미엄 전략도 좋지만 새로운 기술이 꽃피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양보가 조금씩 필요하다. 정액제로 자유롭게 무제한 쓸 수 있는 유선 인터넷이 한국 IT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스마트워치가 LTE와 결합해서 혁신을 이뤄낼 때까지 모두가 조금만 양보하는 건 힘든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