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부터 시행되어 이제 두 달이 넘은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의 효과가 시험대에 올랐다.

12월 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이폰6 불법 페이백 지급으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에 각각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영업담당 임원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하는 초강경 대응과 함께 내려진 불법 행위 제재였다. 


또한 아이폰6 대란을 일으켰다가 적발된 22개 유통점에 100만원의 과태료를 매겼다. 이들은 아이폰6 특정 모델을 통해 판매장려금이란 명목의 일시적 우회 지원금으로 이용자 차별행위를 일으킨 점에 대해 시정명령을 받았으며 시정명령 받은 사실을 공표해야 한다.


특정 시기에 출시되는 단말기를 대상으로 불법적인 할인판매가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유명한 '갤3 대란' 부터 부터 시작해서 잊을 만 하면 대란이란 말로 상징되는 불법행위가 벌어졌다. 그때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나서 강력제재를 경고하고는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매겼다. 그리고 영업정지까지 포함하는 징계가 내려질 때마다 규제기관 관계자는 이로서 불법행위가 잦아들 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잠시의 소강상태를 거쳐 다시 특정 단말기 대란이 일어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단말기 유통법은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꿔줄 거라는 기대를 모았다. 단통법은 다소 애매했던  규제기관의 단속 근거를 분명하게 해주면서 지나친 차별적 혜택을 금지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이 정상화되며 모든 이용자가 비교적 공정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최초에 단통법 시행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번째는 특정 이용자에 대한 단말기 보조금 집중을 없애서 공평하게 모든 사용자가 보조금 혜택을 보는 것이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단말기 실구매가를 낮추고 근본적으로는 거품논란이 있는 단말기 출고가 자체를 낮추는 것이다. 두번째는 이른바 '대란'을 일으키는 데 쓰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게 된 이통사가 통신요금을 전반적으로 내릴 거란 점이다.


부분적으로 단통법은 분명 효과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초기에 오히려 올랐던 단말기 실구매가는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특정모델에 있어서는 파격적인 출고가 인하가 뒤따르고 있다. 이통 3사는 이미  단말기 7종의 출고가를 내렸다. 이 밖에도 KT가 11종의 모델을 출고가 인하했으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5종을 인하했다.


통신요금도 마찬가지로 사용자 이익이 늘어나고 있다. 이통 3사의 가입비는 완전 폐지될 예정이며 요금 약정할인에 따른 위약금  역시 사라질 전망이다. 매달 내는 요금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한시적 부담을 주는 청구금액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같은 요금제로도 쓸 수 있는 통화량이나 데이터량을 늘리는 등 이통사 모두가 단통법 정착에 노력한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아이폰6 대란'은 단통법의 근본적 효과가 과연 있을 지를 의심하게 한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단통법 시행 한 달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시하고는 재발방지를 당부했다. 바꿔서 말하면 이번 징계에도 불구하고 얼마든지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 매번 되풀이 되는 과징금 부과가 실제로 재발방지에 별 효과가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어째서 단통법이 있고 규제당국의 강한 의지가 있는데도 '대란'이 반복되는 것일까? 그것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이 거품을 일으켜서 소비를 촉진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용자는 실제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거품이 들어간 통신요금을 내고 있다. 이통사는 그 거품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고 있으며 그것을 전체 사용자에 대한 요금인하가 아닌 특정 사용자를 유인하는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그렇게 유인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신형 단말기이며 특정 시기에 특정 단말기에 대해 보조금을 집중시키는 '대란'을 일으킨다. 또한 단말기 제조사는 할인을 미리 고려해 거품을 넣은 출고가를 책정한다. 


운좋게  대란을 잘 탄 사용자는 거품의 일부를 다시 돌려받아 이익을 볼 수 있다. 나머지 사용자는 이익을 돌려받지도 못하면서 계속 거품 낀 요금을 내야한다. 그리고 그 거품의 대부분은 모든 이용자가 어쩔 수 없이 내야하는 기본료에 있다.기본료는 이통사에게 아무런 변화없이 매달 들어오는 월급과도 같다. 가입비나 위약금은 들어오면 좋고 안들어와도 그다지 손해는 없는 보너스 수준이다.


단통법이 시행됐지만 우리나라 이통시장 상황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이통사는 여전히 거품이 낀 마케팅 비용인 일명 '실탄'을 가지고 있다. 규제당국은 그 마케팅 비용을 자발적으로 모든 사용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통사가 특정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실탄 자체가 줄어든다. 언제든 마음이 내키면 다수 이용자를 끌어올 수 있는 힘을 스스로 포기할 사업자가 과연 있을까? 이번 '아이폰6 대란'은 이런 '게임의 법칙'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방통위의 이번 제재 조치는 형사고발까지 포함했고, 또한 유통점에도 과태료를 매긴 점이  무척 강력해보인다. 하지만  막상 이통 3사에 부과한 과징금은 전부 24억원에 불과하다. 3사의 연간 매출과 순이익 규모를 생각하면 징계효과가 의심스럽다. 앞서 말했듯이 이통사에게는 월 단위로 들어오는 사용자의 기본 이용료가 매우 크기에 약간의 과징금이나 영업정지는 일종의 '사업 리스크'로 포함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이폰6 이후로도 앞으로 많은 단말기가 나올 예정이다. 특별히 화제를 모으는 신형 단말기가 나오게 되면 사용자의 구매심리가 일어난다. 그것을 이용해 가입자를 늘리려는 이통사의 마케팅 자금이 기회를 노릴 것이다. 따라서 계속되는 '대란'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방통위의 과징금은 장작불에 물이 끓는데 위에서 집어넣는 얼음 몇 조각에 불과하다. 장작을 치우지 않는 한 물은 계속 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