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



지난 9월 19일 미국에서 발표되고, 11월 한국에 상륙한 아이폰6의 인기가 뜨겁다. 사전예약 24시간 만에 400만대를 판매하고 출시 첫 주말 1천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전체 디자인이 곡선형으로 바뀌고 훨씬 커진 화면과 함께 향상된 성능으로 인기를 모으는 아이폰6는 단통법으로 얼어붙었던 국내 이통시장에도 또 한번의 대란과 함께 붐을 만들기도 했다.


애플에서는 아이폰6가 역사상 가장 큰 발전을 했다고 말한다. 아이폰6는 그 동안 한손 조작을 위해 지켜왔던 화면 크기 제한을 넘어서 획기적으로 화면을 키웠다. 또한 아이폰6 플러스를 함께 발표해서 화면크기 5인치를 넘는 패블릿 영역까지 진출했다. 이런 변화는 그동안 보다 큰 화면을 원했던 사용자에게 폭발적인 관심과 수요를 일으켰다. 


반면 일부에서는 애플이 사용자의 조작성을 최우선으로 삼은 잡스의 철학을 깨뜨렸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또한 커지면서 얇아진 두께로 인해 쉽게 휘어지는 현상이 있다는 논란과 저장장치인 SSD 가운데 TLC방식을 사용한 부품이 속도저하를 일으킨다는 논란도 나왔다. 진위여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검증되겠지만 그만큼 지금 아이폰이 이슈의 중심에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애당초 인기가 없다면 그만큼 문제삼는 목소리도 적기 때문이다.




아이폰6



아이폰6는 아이폰5S의 직계 후계자다. 화면이 4.7인치로 다소 커지긴 했지만 애플 아이폰 라인업 선두에 있는 주류 기기로 확고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함께 나온 5.5인치의 아이폰6 플러스가 몇몇 성능이 더 뛰어나긴 하다. 하지만 아이폰6 플러스는 직계가 아니라 아이폰을 확장한 별도의 패블릿이라고 봐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아이폰6 플러스가 그냥 아이폰6가 되고 아이폰6가 '아이폰6 미니'라는 이름으로 나왔을 것이다. 크기는 커졌지만 여전히 휴대성이 좋은 애플의 주력 스마트폰으로서 새로 나온 아이폰6을 사용해보았다.



디자인 - 아이폰3GS 시대의 향기, 곡선형으로 돌아가다 


눈으로 보고 만지면서 느끼는 외관 디자인에 관해서 애플은 다른 스마트폰 업체보다 항상 앞서있다. 간혹 경쟁업체가 유명 패션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상당한 명품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애플처럼 사용성과 품격이란 두 가지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제품을 내놓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폰6



아이폰6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강조한다. 아이폰 4부터 시원한 직선을 위주로 다소 남성적인 디자인이었다면 이번에는 아이폰3GS와 비슷하게 전체적인 라운딩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여성적 디자인이다. 6.9밀리미터 두께는 예전에 가장 얇은 두께를 자랑하던 피처폰을 떠올리게 할 만큼 가늘다. 이제는 강력한 프로세서와 넓은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스마트폰에서도 이렇게 얇은 두께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기술의 발전을 실감한다.


디스플레이를 감싸는 유리와 기판을 보호하는 금속케이스 사이의 매끈한 이음새가 인상적이다. 품격을 중시하는 애플 제품답게 잘못 만들어진 틈새나 돌출부가 없는 깔끔한 마무리가 돋보인다. 스페이스 그레이 모델에서는 뒷면 애플마크를 스테인레스 스틸로 교체해서 녹이 슬지 않고 반짝거리게 했다. 애플이 스테인레스 스틸처럼 영원히 녹슬지 않고 빛나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까?



아이폰6



단순히 모양만 변한 것이 아니다. 잠자기/깨우기를 담당했던 전원버튼이 오른쪽 옆면 상단으로 이동했다. 갤럭시노트 같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전원버튼 위치와도 비슷하다. 아무래도 크기가 커져서 한손으로 조작할 때 더이상 엄지손가락으로 위쪽을 누르기 힘들기에 선택한 변화라고 해석된다. 볼륨조절 버튼이 길게 변한 것도 조작성을 위한 변화다.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서 누르게 되는 볼륨조절 버튼이 길어지면 그만큼 조작하기가 편해진다. 스마트폰 크기가 커지는 것에 맞춰 보다 좋은 조작성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뒷면에서 상하단을 중앙부와 분리시키는 밴드는 금속 케이스에 따른 전파수신 능력 향상을 위한 기능적 선택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디자인을 최우선하는 것이 애플의 경향이다. 하지만 지난번 '안테나 게이트'를 겪으면서 전파수신 능력에 대해서만큼은 디자인조차도 약간 양보하는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이번 아이폰6는 클래식한 곡선형을 취했다. 예전에 상당히 사랑받았던 아이폰3GS 디자인의 향기가 느껴진다.



디스플레이 - 크기 뿐만 사용자 경험 전체가 풍부해졌다



아이폰6



아이폰6는 화면이 4.7인치(119.38 밀리미터)로 커지면서 해상도 역시 1,334X750으로 세밀해졌다. 아이폰5S의 해상도는 1,136X640였다. 레티나 HD란 이름이 붙은 아이폰6의 디스플레이는 도트당 화소가 326개나 들어갔으며 화질 면에서도 밝기와 대비가 훨씬 좋아졌다. 편광필터에도 더 신경을 써서 밝은 햇빛 아래서 가독성이 좋아졌다. 


또한 자외선을 사용해 액정을 배치하는 광배향 방식을 썼는데 이런 신기술을 양산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최근 애플이 가진 힘의 원천이다. 경쟁업체들이 생산성과 비용의 문제로 꺼려하는 기술이라도 만족도가 많이 올라갈 수 있다면 거침없이 도입하기 때문이다.  


아이폰6부터는 접근성 모드를 탑재했다. 홈버튼을 누르지 않고 살짝 건드리는 식으로 두번 연속 터치하면 화면 위쪽 한칸 정도가 줄어들며 내려온다. 좌우와 상하가 동시에 줄어드는 삼성 갤럭시노트의 한손모드와 비슷하다. 다만 아이폰6의 경우는 상하로만 한 칸씩 줄어든다. 베젤을 좁혀 폭을 크게 늘리지 않았기 때문에 5S를 써오던 입장에서도 큰 위화감 없이 손에 쥘 수 있다. 접근성 모드 역시 좌우폭을 변화시키지 않았기에 마치 슬라이딩 셔터를 내리는 기분으로 간단히 쓸 수 있다.




아이폰6



설정>디스플레이 및 밝기에 추가된 확대/축소 보기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단순히 해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던져준 것이 아니다. 다른 업체였다면 아마도 다양한 화면 해상도를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게 하면서 그 안에서 글자폰트의 크기 역시 자유롭게 선택가능하도록 했을 것이다.


애플은 단 두 가지의 모드를 제시했다. 기존 아이폰5S와 절대적 크기가 같고 아이콘을 아래로 한 줄 더 배치하는 만큼 넓게 쓸 것인가? 아니면 아이콘 줄을 같게 하는 대신 확대한 것처럼 아이콘과 글자를 그만큼 크게 해서 눈을 편하게 쓸 것인가? 각각 '표준'과 '확대됨' 이라는 두 가지 모드이다. 달라진 화면 크기와 해상도를 가장 잘 쓸 수 있게 세팅한 두 가지 모드를 준비해놓고는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화면을 키우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화면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가장 잘 실천했다. 


이렇듯 아이폰6에서 보여준 애플의 철학은 여전히 일관성 있게 사용자의 편의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다만 아이폰5S와 아이폰6의 화면 해상도가 특정 배수가 아니게 늘어난 점은 결국 약간의 파편화를 만든 점이라 개발자에게 다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산능력- 데스크탑 수준의 능력을 갖춘 A8칩과 M8칩의 조화


단순히 숫자로 느끼는 차이보다 실제로 사용해 본 경험이 중요하다. iOS8로 업그레이드한 아이폰5S에서는 앱을 실행시킬 때 미세하게 멈칫거렸다. 아이폰5S에 탑재된 A7칩도 좋은 처리능력을 가졌지만 조금은 힘이 딸리는 것이다. 


20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든 A8칩은 더 좋아진 처리 능력을 보이고 최대 50퍼센트 전력을 덜 소모한다. 아이폰6는 iOS8에 어울려 완벽하게 부드럽고 빠른 처리를 하는 점이 돋보인다. 앱 하나를 열고 닫을 때마다 느끼는 부드러움에서 처리능력을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애플 개발진이 iOS8을 개발할 때 A8칩을 중심에 놓고 최적화한 결과일 것이다. 똑같이 숫자가 하나 늘어난 M8 모션 프로세서는 아이폰6에 새로 추가된 기압센서까지 조절해서 이제는 건물의 계단 오르내림이나 등반 높이도 알려준다.


아이폰6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안투투 벤치마크의 테스트 결과도 이런 경험을 뒷받침한다. 아이폰6의 종합적인 능력이 아이패드 에어, 아이폰5S를 상당수준 앞선다는 것을 수치적으로 증명해준다.



향상된 카메라 기능 - 컴팩트디카를 성능으로 제압한다


애플의 장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통합해서 제공하기에 기능 하나에 모든 자원을 철저히 최적화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아이폰6의 카메라에는 애플에서 새로 디자인한 비디오 인코더와 이미지 신호 프로세서(ISP)를 활용했다. 훨씬 높아진 A8칩의 처리능력까지 활용했기에 고화질 사진과 동영상을 더 간단하게 촬영할 수 있게 해준다.



아이폰6


 

아이폰6는 카메라에서 더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한 모든 분야의 개량을 가했다. 우선 렌즈를 거쳐 온 빛을 제일 처음 받아들이는 조리개값이 밝아졌다. f2.2 조리개는 어두운 건물 안이나 야간에도 최대로 개방하면 빛을 많이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조리개를 거쳐  빛을 받는 센서는 화소당 빛을 받는 부위를 1.5미크론 크기로 늘렸다. 


8백만 화소 카메라는 초점을 잡는 데 포커스 픽셀이라는 신기술을 이용했다. DSLR을 제외한 모든 디지털 카메라에서 이용하는 콘트라스트 초점기능은 포착된 이미지의 명암 대비를 이용한다. 포커스픽셀은 여러 개의 픽셀 단위로 항상 초점을 체크하면서 잡아준다. 여기에 다시 A8의 실시간 처리능력과 결합한 소프트웨어적 손떨림 보정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비디오 기능에서는 초당 60 프레임 1080p HD 동영상, 초당 240 프레임 슬로 모션, 타임랩스 비디오 등이 추가되었다.



아이폰6



아이폰6는 모든 기술을 통합적으로 활용해 촬영했을 때 신경쓰지 않고 찍어도 좋은 사진을 만들어준다. 특히 역광이나 광량 부족 같이 제대로 찍기 위해서 고도의 사진 기술이 필요한 순간에도 처리를 알아서 해준다. 



아이폰6



HDR기능은 자동으로 작동하면서 지나친 음영을 감소시키는 데  여기서 사용자가 간단히 터치 한번으로 음영과 전체 밝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아이폰6는 실제 역광사진에서 배경을 완전히 날리지 않고도 어두운 부분을 살려준다.


 


(영상)




일부러 극한 손떨림 상황을 만들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날아가는 비행기를 향해서 걸어가면서 촬영을 해보았다.  결과는 손떨림이 거의 제거되고 몸 전체 움직임 정도만 반영되었다. 이 정도면 아이폰6을 가진 사람은 컴팩트디카를 구입할 이유가 전혀 없어졌다. 사진과 동영상 품질에서는 컴팩트디카를 제압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처리능력을 살린 지능적 인터페이스와 사용성에서는 전문 DSLR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능을 제공한다.



총평 - 모든 사용자가 탐낼 만한 새로운 아이폰


혁신적인 변화를 준 아이폰6를 써보면서 느낀 것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애플의 자세였다. 중요한 건 특정 화면 크기를 고집했다는 잡스의 말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바뀌는 사용자의 필요와 편의성이다. 아무리 위대한 사람의 말이라도 원리주의자처럼 무조건 따르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퇴보하는 길이다. 


애플은 스마트폰의 화면이 커지는 추세를 받아들였다. 아이폰6는 화면이 다소 커지더라도 여전히 애플이 지향하는 사용자 위주의 인터페이스와 사용성을 지켜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또한 디자인에서도 큰 폭의 변화를 통해 멀리서 보더라도 확실히 새로운 아이폰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사용자를 보다 편리하게 해 주면서도 애플만이 제공할 수 있는 통합적 사용자 경험을 확실히 지켜나갔다.


아이폰6

아이폰 6는 큰 화면을 원하는 사용자를 포함한 모든 사용자가 탐낼 만한 차세대 스마트폰이다. 특히 그동안 아이폰이 주는 수준높은 사용자경험을 동경했지만 화면 크기 때문에 망설였던 사용자라면 즉시 아이폰6의 세계로 들어와보자. 후회없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