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7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사장단이 한 자리에 모인 조찬 간담회가 열렸다. 시행한 지 보름이 넘었지만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단말기 가격만 올려버린 단말기 유통법의 실효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여러분의 고객인 국민이 느끼는 가계통신비 부담은 여전히 높은데 통신사, 제조사의 이익은 지나치게 많다는 국민의 차가운 시선이 있습니다. 단말기 유통법 시행으로 이통사만 이익을 취한다는 지적도 많으며 단말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미래부 최양희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이렇게 현실을 짚어냈다.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여러가지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한 주체인 소비자가 납득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장관은 법이 시행된 후 오히려 국민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과 함께 통신요금 및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요구하는 국민과 정치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는 단말기 유통법이 이통사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으며 법 시행으로 인한 효과가 있다면 이는 소비자들의 혜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즉 시장에서 소비자 혜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 법의 효과가 나온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최 장관은 구체적으로 그 혜택을 "지원금이 아닌 통신요금, 단말기 가격, 서비스 경쟁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부담을 낮춰주자는 취지" 라고 적시했다. 이어서 "단말기 유통법의 취지와 다르게 소비자가 아닌 기업 이익만을 위해 이 법을 사용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통사와 제조사에게 효과를 확실히 내기 위한 행동을 주문한 것이다.


"단말기 유통법이 초반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가면 궁극적으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미래의 효과만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동통신 사업자분들도 어려운 사정이 있겠지만 소비자와 대리점의 어려움을 분담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어진 모두 발언에서 어려움을 분담하는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최 장관이 효과를 내기 위한 행동을 주문한 데 비해 보다 근본적인 마음가짐을 새로이 해달라는 요청이다.


특히 최 위원장은 "삼성전자나 엘지전자, 이통사들이 오늘날처럼 발전한 데는 국민들의 힘이 큽니다. 과거에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적에 한동안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했던 적이 있었고 우리 소비자들은 국내 업체 새 제품이 나왔을 때 아낌없이 구입해줬습니다" 면서 "요즘은 이런 소비자들이 외국산 폰을 사겠다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면서 이통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위원장은 기업이 이윤추구가 목적이지만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없으면 발전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이 등을 돌리면 기업은 물론 소비자 모두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 나올 수 있기에 이 자리에서 소비자와 판매점 상인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나왔으면 합니다"는 희망으로 발언을 마무리 지었다.


서울 강남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이 자리에는 남규택 KT 부사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통신 3사 대표와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 박종석 LG전자 MC 사업본부장 사장 등이 참석했다.


모두 발언을 하는 동안 듣고 있는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 사장단의 표정은 진지하고 무거웠다. 국정감사에서도 내내 논란이 된 데다가 이처럼 미래부와 방통위의 장이 직접 모임을 만든 것은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조찬 간담회는 이후 기자들을 내 보낸 뒤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단말기 유통법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한 이 날 모임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