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인식 기술을 다루는 기업들의 큰 문제는 부진에 대처하는 자세다. 



웨어러블



주요 전문가와 기업은 이런 생체인식 기술의 활용부진의 원인을 스마트폰과 태블릿이란 형태 자체가 적합하지 않 기 때문이라고 간주한다. 손에 들고 쓰지만 결국 몸에 붙어있지 않은 스마트폰이나 가 정에서 편하게 쓰는 게 주용도인 태블릿으로는 생체인식 기술 도입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의미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새로운 스마트 기기인 웨어러블 기기(입는 컴퓨터)를 주목하고 시제품을 내놓거나 별도 연결 기기로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가장 먼저 주목받는 건 손목에 차는 시계다. 이미 손에 차는 방식으로 몇 가지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는 나와 있다. 센서와 간단한 연산능력을 갖추고 스마트폰과 연동 하는 기기 형태가 많다. 하지만 피트니스나 헬스를 위한 소수 이용자에 머물렀을 뿐 대중화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애플이 가칭 아이워치를 통해 iOS와 생체인식 솔루션을 탑재하고 혁신적 이용법을 제시할 거란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이미 손목시계로도 쓸 수 있는 형태의 아이팟나노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보았으며, 루머에 의하면 이미 내부적으로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선도자는 삼성이다. 2013년 9월, 공개한 갤럭시 기어는 작은 손목 시계 형태로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썼으며 카메라와 가속도센서, 소형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삼성에서 나온 스마트폰과 연동해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으며 사진을 찍고 일정을 관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운영체제가 무거운 탓에 반응속도가 느린 편이며 배터리 소모가 심해서 사용시 간 25시간, 대기시간 150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보통 시계를 매일 충전하지 않는다는 걸 고려하면 불편함이 심한 편이다. 


웨어러블


2014년 2월, 삼성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타이젠을 운영체제로 삼고 배터리 시간을 늘린 삼성 기어2를 내놓으며 스마트워치에 대한 의욕 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피트니스에 특화된 삼성 기어핏은 비교적 좋은 디자인과 엄선된 기능성, 심박동 센서 채택으로 호평을 받았다. LG 역시 5월에 웨어러블 헬스 기기인 라이프밴드를 내놓았다. 모토로라 역시 5월에 모토 360을 통해 시계형 디자인을 강조한 기기를 내놓을 거라 예고했다.



웨어러블



구글은 시계가 아닌 안경의 개념을 이용해 접근하고 있다. 구글 글래스는 안경처럼 얼굴에 쓰는 것으로 현실 영상에 겹쳐 그래픽이나 텍스트를 표시하고 소리를 들려주는 증강현실을 제공한다. 모션인식 센서로 머리의 움직임을 파악하며 카메라가 달려있어 영상 촬영과 길찾기, 문자 인식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시청각에 대한 피드백이 매우 빨리 이뤄지며 증강현실 기능이 강력해질 것을 기대할 수 있지만 사생활 보호와 안경착용의 불편함, 정식제품 미출시로 인해 제한적인 호응을 얻고 있을 뿐이다.


이 밖에도 웨어러블 기기 개발 노력은 다양하다. 팔찌나 반지를 비롯해서 목걸이, 스마트 신발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으로 우리 몸에 착용하는 모든 기기를 이용해서 스마트 기기를 만들려는 노력이 이뤄진다. 이 가운데 생체인식 기술은 기본으로 탑재되는데 특히 심박동센서와 체온인식 센서등의 채용이 돋보인다.


그렇지만 이런 웨어러블 기기의 생체인식 기술 역시 아직 이렇다할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하드웨어인 스마트 기기와 함께 기본적인 활용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공급 되긴 하지만 독자규격이 많아 호환성이 떨어진다. 또한 관련 개발도구가 공개되지 않거나 불편해서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표준규격이 없어 회사가 다르면 서로 연동도 원활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역시 이 분야 역시 선순환이 일어나지 못하고 개별 제품이 활로를 찾기 위해 애쓰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서 상황을 정리해보자. 스마트기기 혁신을 위해 생체인식 기술이 도입됐다. 그런데 혁신은 일어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기기가 나오지만 서로 연결도 잘 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를 위한 개발비용까지 포함된 비싼 기기를 사도 막상 쓸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으며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조차 불투명하다. 그러다 보니 생체인식 기술을 도입한 효과가 적고 관련된 혁신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구체적 문제점과 해결책은 각 기업의 위치와 내놓은 제품 특성마다 조금씩 다르다.


팬택이 내놓은 제품은 우선 지문인식 센서 자체의 인식방법이 불편하고 정확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소프트웨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인식률을 향상시키면서 기본적인 개발도구 를 공개했어야 한다. 또한 지문인식 솔루션에 대한 업계 표준제정을 진행시키면서 소규모 개발사를 위한 창의적 앱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을 강구해 실행한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작더라도 돈이 도는 지문인식 솔루션 생태계를 만들어나간다면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팬택의 경우는 보급률이 작아 전체 업계로서의 위험성이 적은 만큼 게임 등에 지문인식을 이용하는 등 도전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


애플의 경우 생태계 형성 부분은 더욱 아쉽다. 물론 세계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이 미치는 영향력만큼 그것을 경계하는 업체들의 견제심리도 크다. 아이튠스가 성공해서 음악 시장을 크게 장악한 만큼, 영상이나 전자책 같은 다른 콘텐츠 업체들은 애플에 종속되 지 않기 위해 적극적 협력을 꺼리는 상황이다. 



생체인식



하지만 그만큼 애플은 이미 시장에 큰 영향력이 있다. 이미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와 아이튠스를 지문인식을 이용한 결제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나아가서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결제 등에도 지문인식을 본인 인증 수단 으로 사용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런 업체들과의 협력은 큰 영향을 미칠 테지만 그것만 기대하는 것이 문제다. 아이폰의 개발도구가 공개되고 생태계가 처음 만들어질 때 핵심이 된 것은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가 아니었다. 매력적인 수익 분배 구조를 보고 뛰어든 소규모 개발사였다.


애플이 이후에 내놓을 아이워치 역시 마찬가지다. 보안과 앱 품질 때문에 애플이 앱 개 발 조건을 통제해서 사용자경험을 늘리려는 움직임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개발에 필요한 API를 덜 공개하고 관련업계에 뻣뻣한 조건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생체인식 기술을 둘러싼 생태계는 만들어지기 힘들다. 애플은 생체인식 기술에 대해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생체인식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기기를 선도적으로 내놓고 있는 삼성의 경우는 이 부분에 대한 종합적인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갤럭시S5에 채택된 지문인식 센서는 트렌드에 맞춰가기 위해, 심박동센서는 혁신이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넣은 느낌이 강하다. 대표적인 두 생체인식 기술을 이용해서 무엇을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솔루션 제시나 움직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요소를 단지 특정 기기를 많이 팔 기 위한 홍보도구로 이용할 뿐, 장기적인 지원계획이나 생태계 형성 움직임이 없게 되면 결국 제품 전체가 실패하기 쉽다.


세계시장에서 독보적 점유율과 영향력을 가진 업체로서 삼성은 스마트폰의 지문인식, 심박동인식에 대한 이용표준을 제창하고 전자 상거래와 앱 활용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삼성은 충분히 그럴 위치와 능력이 있다. 기존에 나온 기술은 물론 앞으로 나올 기술에 대해서도 개별 회사의 규격을 넘어서 공통으로 호환되는 가상화 규격을 만들어 전세계 업체와 개발사가 편리하게 개발하고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면 자연스럽게 생체인식 기술이 혁신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생체인식 기술은 기본적으로 보안문제와 사생활 보호라는 측면에서 제약을 받는다. 기술적 요소가 너무 공개되어 해커가 뚫을 수 있으면 안되며, 데이터 암호화가 부족해서 유출될 위험이 있으면 안된다. 또한 지문 같은 중요 정보는 아예 저장할 수 없게 하라 는 요구가 많다. 이 때문에 발전이 느려지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위치정보 와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기존의 시스템을 잘 적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든 다른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든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활용성이다. 겨우 잠금 해제 하나를 안전하게 하거나 앱과 데이터 잠금 하나를 위해서 비싼 하드웨어 부품 값을 지불하고는 일부러 손가락을 올려놓고 자기 생체정보를 인식시키는 수고를 할 사용자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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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들이 바라는 것은 일상적으로 인증단계를 거치는 쇼핑, 앱구 입, 금융 등에서 생체인식 기술을 써서 편리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 혁신의 길이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책 주문, 배달앱 음식값 결제 등 소액결제에 지문 인식 하나로 결제된다면 매우 편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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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자면 생체인식 기술에 적용되는 앱 자체도 보다 생체에 친화된 형태여야 한다. 예를 들어 심박동센서를 쓰는 헬스앱에서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바라는 것은 실제 사람 같은 헬스 트레이너다. 그런데 앱에서는 그저 측정치나 예상수치만 단조롭게 텍스트로 표시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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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여기서 측정치를 음성인식 시스템과 결합해서 목소리로 결과를 알려주고는 인공 지능과 결합해서 농담을 던져가며 개인화된 운동량 제안을 한다면 사용자는 보다 혁신적인 헬스 시스템으로 느낄 것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과 융합하며 창의적 앱을 늘려나간다면 생체인식 기술은 스마트 기기에서 진정한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디지에코에 기고한 원고를 기초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