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량용 운영체제가 주목 받고 있다. 애플이 2014년 3월 3일에 공개한 '카플레이'에 이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4월 6일,'윈도우 인 더 카'를 내놓았다. 엔비디아는 이전부터 테그라 K1 칩을 탑재한 '오토모티브 솔루션'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는 자사 차량에 독자 운영체제를 장착해서 출시하고 있다.


차량용 운영체제



이런 차량용 운영체제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 어떤 발전단계를 거쳐야 할까? 시중에 많이 나오는 제품에 비해 근본적인 부분에서 기계의 영역인 자동차와 전자의 영역인 컴퓨터, 소프트웨어 영역인 자동차가 결합되는 의미에 대한 고찰은 별로 없다. 이 글에서는 차량용 운영체제의 혁신을 위한 인문학적 분석과 미래 혁신 가능성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 차량용 운영체제란 무엇을 말하는 지 그것부터 정의할 필요가 있다. 아직 초창기 단계이기에 이런 부분에 대한 개념조차도 애매한 경우가 있다. 각 기업들은 추진하는 방향이 약간씩 다르지만 저마다 그것을 차량용 운영체제, 혹은 차량용 OS, 자동차 인포테이먼트 시스템 등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상품화를 위한 과장이나 세련된 문구를 떼어놓고 개념을 규정하면 크게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 : 카오디오, 네비게이션, 통화와 통신 등 운전자의 즐거움을 위한 장치를 통제한다.

2단계 : 차 안 조명, 도어락, 파워 윈도우 등 운전을 제외한 편의시설을 통제한다.

3단계 : 계기판, 엔진 상태 조절, 변속 등 가속기와 핸들 조작을 제외한 운전부분을 통제한다.

4단계 : 핸들, 가속기 같은 자동차 직접 운전 부분을 통제한다.


넓게 보면 이들 모두가 차량용 운영체제다. 보통 우리가 SF영화에서 보는 미래의 자동차는 1~4단계를 모두 포함하거나 적어도 1~3단계를 포함하고 있다. 운전자 없이 자동차가 알아서 도로 상태와 교통상황을 파악해 목적지까지 운행하거나 음성명령 하나로 자동차가 알아서 발신자 앞에 도착하는 자동차가 구현되려면 분명 위의 기능들이 모두 가능한 운영체제가 있어야 한다.



차량용 운영체제

하지만 현실은 SF와 많은 차이가 있다. 자동차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보수적이며 신뢰성과 안전성을 최우선을 놓고 있다. 따라서 발전은 느리고 크게 혁신이라고 불릴 만큼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1886년 칼 벤츠가 최초의 자동차를 만든 이후로 자동차는 엔진으로부터 물리적인 동력을 받아 바퀴에 전달해서 달렸다. 운전자는 물리적인 힘을 가해 막대나 핸들을 꺾어서 방향을 조정하고 역시 물리적인 힘을 가해 속도조절과 제동을 한다. 그것은 2014년인 대부분의 자동차가 철저히 지키고 있는 일종의 규칙이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분야를 보자. 전자분야에서는 진공관이 뜨겁게 열을 내서 신호를 증폭하던 시기를 지나 게르마늄 트랜지스터와 집적회로로 발전했다. 전력은 놀랄 만큼 적게 소모하면서도 천문학적인 숫자의 트랜지스터와 진공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연산능력은 수 십 년 전에 엄청난 열과 소음을 뿜어내며 넓은 방 하나를 꽉 채운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다.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는 더욱 혁신적이다. 전기배선을 연결해서 조작하던 컴퓨터는 카드천공기와 키보드를 거쳐서 직관적인 그래픽 화면을 마우스로 클릭해서 조작한다. 여기에 터치스크린으로 화면을 손가락으로 만지거나 목소리로 직접 명령하면 인식해서 동작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각각 다른 영역이었던 세 가지 기술을 하나로 묶어보자는 발상은 당연하다. 산업현장에서 쓰는 로봇은 기계를 전자적으로 조절한다. 공장에서 쓰는 자동화 생산기계는 운영체제를 이용해 조작한다. 각종 첨단무기에도 전자부품과 운영체제가 들어갔다. 따라서 자동차란 기계에 전자부품과 컴퓨터, 운영체제가 들어가는 건 기기의 발전단계로 보아서 매우 자연스러운 발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보는 현실은 매우 느리게 발전이 되어 이제야 차량용 운영체제의 도입이 논의되는 상황이다. 어째서 자동차와 컴퓨터 기술은 이렇게 천천히 결합되고 있을 걸까?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에 얽힌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빌 게이츠가 말하기를 “만약 GM(제너럴 모터스)사가 현재 컴퓨터 산업(마이크로소프트)과 같은 수준을 갖추게 된다면 우리는 1리터만으로 1,000킬로미터를 갈 수 있는 25달러짜리 차를 몰고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차량용 운영체제



이 발언에 대해 GM은 “여러분은 하루에 두 번 이상 멈춰버리는 차를 타고 싶습니까?”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GM은 MS윈도우를 만드는 기술로 자동차를 만든다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량용 운영체제



1. 당신은 도로에 선이 그어질 때마다 자동차도 새로 사거나,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2. 당신의 차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이유 없이 시동이 꺼질 것이다. 이때 당신은 사태를 그냥 받아들인 후 재시동해서 다시 몰고 가야 한다.

3. 차를 몰고 가다가 갑자기 멈춰버릴 수도 있다. 이럴 때 당신은 엔진을 재설치해야 하고, 마찬가지로 그러한 사태를 그냥 받아들이기만 해야 한다.

4. 오일 경고등, 연료 경고등, 발전기 경보 등은 ‘치명적 오류’라는 기분 나쁜 경고 하나로 대체될 것이다. 

5. 사고가 났을 때 에어백 시스템은 튀어나오기 전에 당신에게 '튀어나올까요?'라고 물어볼 것이다. 


주로 우스갯소리로 소개되는 이야기지만 여기에는 자동차라는 기계기술과 컴퓨터 운영체제라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결합되는 데 어려움이 되는 주요한 문제가 전부 드러나있다. 기업 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딱히 윈도우가 아니라면 저 자리에 애플의 운영체제나 리눅스를 가져다 놓는다고 해도 무리는 없다.


중요한 것은 혁신과 신뢰성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인간의 거의 모든 산업부분에서 부딪치고 있는 심각한 문제이며 이 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산업은 발전이 늦어진다. 반대로 어떻게든 이 부분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해당분야는 깜짝 놀랄 만큼 커다란 발전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특히 사람은 스스로의 안전과 관계된 분야에서는 매우 민감하다. 쉽게 말해서 누구도 혁신을 위해서 목숨을 건 모험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것이 상당히 작은 확률일지라도 말이다.



차량용 운영체제



사람이 느끼는 신뢰성은 일차적인 감각에 의존한다. 우리는 직접 눈으로 보는 것, 손으로 만져지는 것, 귀로 듣는 것을 믿는다. 사람에게는 자기 몸으로 직접 하는 것이 가장 안정감을 주며 물리적인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 그 다음이고, 전자장치가 대신하는 것은  더 불안하게 여긴다. 그 전자장치 위에서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라는 단계, 가상화라는 단계가 더 추가될 수록 불안감의 정도가 커진다.


예를 들어 내가 눈 앞에 있는 탁자를 살짝 밀어 몸에서 약간 떨어뜨리려고 한다. 손을 뻗어 밀어내는 것이 가장 직접적이며 안정적이다. 막대를 잡고 그것을 통해 밀어낸다면 약간 불안하다. 관절이 달린 복잡한 로봇 팔을 이용한다면 불안감의 정도가 커진다. 나아가서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면 전자동 로봇이 나 대신 밀어주는 정도라면 재미있을 지는 몰라도 그 기능을 안정적으로 믿기는 어렵다. 만일 눈앞의 탁자를 치우지 않으며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면 당신은 이 많은 선택 가운데 당장 손을 뻗어 스스로 믿어내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차량용 운영체제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사람의 신뢰문제가 가장 크다. 단계를 많이 거칠 수록, 물리적이 아닌 단계가 늘어날수록 반응속도는 느려지고 고장확률은 높아진다. 시속 200킬로미터 넘게 달리는 자동차로 카 레이싱을 하면서 운전대 대신 터치스크린과 음성명령을 쓰겠다는 드라이버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며 일반 운전자는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현재 의욕적으로 나오는 차량용 운영체제는 안전과 큰 상관이 없고 반응속도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요즘 주목 받고 있는 애플의 카플레이를 살펴보자.


애플 카플레이는 아이폰 사용자가 말이나 터치로 전화를 걸고, 지도 앱을 이용하고, 음악을 듣고,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자동차에 내장된 인터페이스를 이용하거나 핸들에 있는 음성명령 버튼을 길게 누르면 음성인식 시스템인 시리(Siri)가 작동한다. 


따라서 운전 중에 다른 곳을 보지 않고 카플레이를 제어할 수 있다. 즉 시리를 통한 음성통화와 메시지 확인, 네비게이션과 음악감상 등을 제공한다. 페라리,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BMW, 포드, GM, 혼다, 현대자동차 등 많은 업체들이 카플레이를 지원할 예정이다.


상세한 내역을 보면 결국 종래의 내비게이션과 카오디오에 스마트폰 기능을 통합해서 운전 중에 시선을 돌리지 않고도 쉽게 콘텐츠를 즐기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능이다. 운전이나 차량 조절 기능은 일체 없다. 차량용 운영체제에 대한 사용자의 신뢰성을 얻기 위해서 가장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차량용 운영체제라는 거창한 이름보다는 차량용 편의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차량용 운영체제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보다 진보된 단계로 나아갔다. 테슬라가 만든 전기자동차에는 앞좌석 중앙 센터페시아에 달린 17인치 디스플레이는 터치스크린이 달려있다. 차에는 창문을 여는 별도 버튼이나 스위치가 없다. 태블릿처럼 보이는 이 디스플레이를 손으로 터치해서 조절한다. 선루프를 개폐하고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등의 차량 조절기능을 이것으로 한다. 음악감상이나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차량의 각 부 상태와 주행정보까지 여기에 표시된다. 여기에는 테슬라가 독자적으로 도입한 차량 운영체제가 탑재되어 있다.


비록 전기차란 특성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혁신적인 진보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생긴 지 얼마 안되며 판매량도 많지 않은 테슬라의 주가는 GM가 맞먹을 만큼 올라갔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도 진지하게 차량 운영체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맞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전통의 운영체제 업체들이 제품을 발표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본격적인 자동차와 운영체제의 결합이 이뤄지면 마치 스마트폰이 가져다 준 혁명과도 같은 변화가 일어날 거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차량용 운영체제



차량용 운영체제는 과연 어떤 혁신을 만들어낼까? 구체적으로 어떤 미래의 자동차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까? 이에 대한 대답은 어렵지 않다. 앞서 말한 차량용 운영체제의 1단계부터 4단계까지의 모든 단계를 갖춘 자동차의 탄생이다. 기계적인 핸들이 아닌 보다 편리한 조작법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으며 인공지능을 가지고 스마트하게 움직이는 '전자동 로봇 자동차'가 되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자연스럽게 조작할 수 있다면 자동차 역시 그 정도로 쉬운 조작법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미래를 만들어낼 차량 운영체제 앞에 놓인 해결과제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신뢰성 확보다. 사용자의 지시에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하며 오랫동안 써도 동작이상이 없어야 한다. 기름을 태워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이런 점에서 상당한 한계가 있다. 이런 자동차는 엔진과 변속기를 비롯한 기계계통이 자동차를 움직이는 데 별도로 차량을 움직이는 전자계통이 있다.


ECU라고 부르는 전자제어장치가 이 둘을 연결한다. 투입되는 연료량과 점화타이밍 등 엔진 조절은 물론이고 각종 센서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받아 프로그래밍된 데이터를 가지고 최적의 상태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나아가 차량운전자의 습관까지 학습해서 효율적인 운전을 도와준다고도 한다. 이것 역시 작은 의미에서 운영체제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급발진 사고가 ECU 결함 때문이라는 미국의 문건에서 보듯이 이 정도 전자화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전자회로가 사용자의 명령 없이, 명령을 잘못 인식해서 오동작할 지 모른다는 공포를 해소시키지 못한다면 차량용 운영체제는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편의기능에서 발전을 멈출 것이다.


두 번째가 범용성 확립이다. 현재는 극히 일부 차량에만 이런 차량 운영체제가 도입되어 있다. 자동차 회사는 일부 라인업이나 일부 모델에만 차량용 운영체제를 적용하고 이것을 통해 제품 고급화와 고부가가치화를 노리고 있다. 아직은 미심쩍은 사용자의 시선을 의식한 행동이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많은 사람이 차량용 운영체제에 익숙해져야만 경험을 통한 신뢰성이 확보되고 오류를 빨리 바로 잡을 수 있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테슬라의 경우처럼 전기차의 특성을 이용한 전면적 도입이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


세 번째로 대량생산을 통해 경제성을 높여야 한다. 산업사회에서는 규모의 경제로 불리는 시스템이 대중화를 앞당긴다. 한 가지 모델을 정해노고 대량으로 만들면 비용도 적게 들면서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이런 경향이 매우 강해서 수요에 상관없이 개발비가 일정하다. 더 많은 차량용 운영체제 공급처가 확보된다면 운영체제와 시스템 구축비용은 크게 낮아진다. 이를 위해서 골프카트 등 제한된 용도의 자동차에서 먼저 전자시스템을 채택하면서 대량공급처를 만들어야 한다.



차량용 운영체제



넓게 보자면 차량용 운영체제는 점차 전기자동차의 비중이 늘어가면서 발전하는 종속관계일 수 있다. 내연기관을 채택한 기존 자동차에서 ECU의 개량만으로 얻을 수 있는 반응성과 신뢰성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완전히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전기모터를 제외하면 컴퓨터와 다를 바 없다. 플랫폼처럼 변한 차체는 배터리와 각 전자부품을 조립 PC처럼 얹어서 결합하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최근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각 부품의 모듈화를 추구하는 것도 경제성 이외의 다른 면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전기자동차에 차량용 운영체제를 얹어서 파는 시장이 열리고 있고 그런 혁신이 가져올 변화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마트폰 시대에 피처폰에 안주하다가 순식간에 가라앉은 세계적 휴대폰 기업을 이미 보았다. 차량용 운영체제가 가져올 미래의 혁신은 그래서 기업에게나 소비자에게나 중요하다. 과제를 해결하면서 새롭게 나오게 될 혁신적 미래 자동차를 기대한다.


* 이 글은 디지에코에 기고한 원고를 바탕으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