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통신 현안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그 어느 때 보다 첨예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우선 법과 원칙의 준수입니다.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는 융통성도 발휘해야 합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2014년 4월 8일, 방송통신위원회 4층 대강당에서 제 3기 방송통신위원 취임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새로 임명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원칙과 대화'를 강조했다. 애초에 방송통신쪽 경력이 없는 법관출신인 만큼 어떤 방향으로 방송통신 정책에 펼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그만큼 취임사를 통해 제시한 방통위의 비전이 관심을 끌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취임사를 통해 최성준 위원장이 밝힌 방통위 정책은 대립하는 두 가지 요소의 균형이었다. 눈을 가린 여신이 저울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이 추구하는 바와도 비슷하다.

 

예컨대 취임사 앞부분에서 위원장은 "방통위는 국민들이 통신 서비스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그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아 수행하고 있습니다" 라고 밝혔다. 보통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절차를 간편화할 수록 개인정보가 누출되거나 보안이 허술해질 위험이 늘어나는 데 이 둘을 같은 비중으로 중요시 하겠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에서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융통성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을 위해 최성준 위원장은 "방송, 통신 전문가와 현업 종사자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며, 대화와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법관 출신이기에 권위적인 리더쉽을 보일 수도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배려로 풀이된다.

 

방통위에 남아있는 핵심현안인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도 의지를 보였다. "방송의 공공성, 공영성을 위한 수신료 인상에 대해 국회에서 본격적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방통위도 국회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공영성 강화가 먼저고 수신료 인상이 나중이라는 야당의 입장이 아직 건재한 상태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취임사가 끝난 후, 새로 임명된 허원제 상임위원과 김재홍 상임위원이 나왔다. 야당 추천 위원 가운데 한 명인 고삼석 위원은 임명자격 논란으로 이날 나오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재홍 위원은 별도 취임사를 통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상강화를 주문했다.

 

김 위원은 "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합의제 의사결정기구라는 점입니다. 이는 최성준 위원장께서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합의제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거듭 확인한바 있습니다" 라고 확인한 후 "방통위는 국민 대표기구인 국회의 국정감사 감독을 받는 것 외에는 청와대나 어느 정부 부처로부터도 업무지침이나 통제를 받아선 안됩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방통위의 정책방향을 둘러싸고 보다 독립성을 지켜달라는 것으로 정치성이 강한 사안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취임사를 마친 최성준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방통위 직원들과 상견례를 갖고 출입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최 위원장의 취임사 마지막은 "우리 모두 함께 더 나은 방송·통신을 위해 열심히 뛰어 봅시다. 그래서 국민들께 행복을 안겨 드리는 방통위가 되도록 해 보십시다" 였다. 새로 출범하는 3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