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더욱 빠른 네트워크 기기가 필요합니다. 티피링크는 지난 12년간의 노력 끝에 많은 성과를 이뤘습니다. IDC조사결과에 의하면 티피링크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점유율은 2위 업체의 3.4배에 이릅니다. 2013년에는 독일과 러시아에서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거침없는 기세다. 무선 공유기 기업 티피링크(TP-LINK)는 2월 19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 오키드룸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차세대 무선 규격인 IEEE 802.11ac 기술이 적용된 듀얼밴드 기가비트 유무선 공유기, N1750 아처 C7의 2.0 버전을 최초로 한국에서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티피링크의 저스틴 투 해외사업부 제품담당 이사는 한국 시장 진출에 강한 의욕을 내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시장에도 품질 좋은 자사제품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겠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장비인 공유기 시장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과거에는 한 가정에서 하나의 컴퓨터를 사용했다. 하지만 오늘날 각 가정에서는 스마트폰 울트라북, 노트북, 데스크톱 등 5개 이상의 네트워크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용도 역시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주로 웹서핑 위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용량 파일을 다운로드하며 온라인으로 게임도 즐기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티피링크는 2012년 고속전송규격인 802.11ac제품을 출시하면서 기가비트 무선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우수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아마존 USA페이지에서 티피링크는 세 번째로 인기 있는 제품에 올라있다. 아마존 독일에서는 1위에 올라있는 등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이처럼 티피링크는 전 세계를 합친 점유율에서 1위일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도 1위 회사다.

피티링크는 전통과 역사가 오래된 회사가 아니다. 1996년에 만들어졌지만 도전과 노력으로 전 세계 무선랜 시장에서 최고가 될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현재 연평균 성장률은 40퍼센트에 달한다. 많은 국가에서 충분한 실적을 쌓은 이 회사가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저스틴 이사는 한국시장에서 유통되는 주류 제품의 성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초고속 인터넷망이 가장 잘 보급된 나라입니다. 또한 사용자 기기에서 삼성 갤럭시노트를 비롯해 많은 제품이 최신 규격의 802.11ac를 탑재하고 있습니다"라고 전제하고는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가정용 무선 네트워크 시장은 다소 뒤쳐졌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제 한국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매장을 다녀봤는데 세계 최대 인터넷 국가란 명성에 맞지 않게 느린 규격의 제품이 많았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티피링크가 이번에 내놓은 신제품 아처 C7 2.0은 주목할 만 하다.

아처 C7 2.0은  퀄컴의 700MHz 지원 아데로스 CPU를 채택하고 DRAM 128M, FLASH 16M의 메모리를 탑재했다.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사용하는 지능형 홈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하다. 또한 칩 설계에서도 다르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제품들이 대부분 하나의 칩셋으로 유선과 무선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다. 티피링크의 아처 C7은 공유기 내부에 CPU와 Wi-Fi칩, 그리고 NAT 스위치 칩을 각각 분리했다. 따라서 유선과 무선을 동시에 사용하더라도 지나친 발열과 성능 저하가 발생하지 않아서 안정적이다.



5GHz를 지원하는 3개의 5dBi 외장형 안테나와 2.4GHz를 지원하는 3개의 4.5dBi 내장 안테나를 장착했다. 무선 신호 도달거리가 늘어났으며 채널당 더 큰 대역폭과 높은 출력을 보인다. 따라서 각종 방해물로 인한 데이터 손실을 최소화한다. 기존 2.4GHz 대역에서 450Mbps, 더 빠르고 신호 간섭이 적은 5Ghz 대역에서 1,300Mbps를 결합해 총 1,750Mbps의 빠르고 안정적인 무선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2개의 다용도 USB 포트가 있어 대용량 저장장치를 연결해 FTP, 윈도우 파일 공유로 업/다운로드와 공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미디어 서버/프린터 서버도 지원한다.

시중에 나온 공유기는 대부분 초기 보안설정이 안돼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티피링크는 각 제품마다 ‘사전 암호화(Pre-Encryption)’ 기능인 최초의 사용자 비밀번호를 부여했다. 티피링크의 제품을 연결하고 특별한 설정을 하지 않더라도 무선 연결 사용 시, 제품 바닥에 적혀있는 고유 PIN 번호를 입력하면 나만의 안전한 홈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사실 한국 공유기 시장은 티피링크가 들어오기에 그렇게 만만한 환경이 아니다. 아이피타임 공유기를 내세운 EFM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외국 업체인 디링크나 넷기어 등이 그다지 좋은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제이슨 쉬 아태지역 수석부사장은 한국 시장에 본격적인 경쟁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이런 시장상황의 원인은 한국 네트워크 시장이 아직 국제 경쟁을 하지 않고 기업의 국제감각이 떨어지거나 인센티브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면서 "단순히 한국 소비자가 국산제품만 선호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연구결과 한국소비자도 좋은 성능의 제품을 원했습니다. 이런 한국 소비자의 필요에 대해 저희는 자신이 있습니다"라고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제품 품질로 승부하면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자리에서 티피링크는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각인시키려 애썼다. '좋은 빵을 만들려면 좋은 밀가루가 필요하다'는 비유를 들면서  티피링크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회사의 부품을 쓰면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까다로운 품질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첨단연구개발 제조기술도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티피링크의 전략은 고성능 주력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저가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을 피하면서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의 최신 버전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려는 의도다.

제이슨 수석부사장은 "한국에 진출한 다른 기업들이 열의를 가지고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최첨단 제품이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티피링크는 한국 네트워크 시장의 변화를 끌어내고자 최신 제품을 한국에 도입하고자 합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리고는 아처7 2.0의 가격을 상당히 공격적으로 가져갔다.



현장에서 공개된 이 모델의 한국 판매가는 9만 9천원이다. 영국이 대략 17만 3천원, 호주가 13만 9천원이며 미국이 10만 6천원인데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이 정도면 오히려 한국을 통해 다른 나라에 역수입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라는 언급도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용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큰 크기와 묵직한 외형을 자랑했다. 소비자 가운데서도 전문가용 제품에 가깝다. 그렇다면 가격보다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활용성에서 좀더 차별화된 점이 강해야 전문가층에게 어필하지 않을까?



고성능 제품으로 국내 업체가 장악한 한국 시장의 문을 열어보겠다는 티피링크의 의지는 매우 확고해 보인다. 심지어 지속적인 투자의향을 보이며 전세계 31개 지사가 있는데 모두 이익을 보고 있으며 한국시장에서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5년 정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쯤 되면 수성해야 하는 국내업체도 긴장해야 할 듯 싶다. 강한 의욕을 보이는 티피링크의 2014년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