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IT업계에서 애플만큼 재미있는 위치의 기업은 드물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과 운영체제에 이르기까지 해당부분을 이끌어나가는 위치지만 프리미엄 제품이 많기에 막상 명성만큼 높은 점유율은 아니다.

‘맥북프로’라는 노트북도 마찬가지다. 사용하기 편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성능도 상당한 이 제품은 막상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는 없다. 실제로 세계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맥은 9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서 무시할 수 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맥북프로를 잘 살펴보면 주류인 윈도우 노트북의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맥북프로 레티나


인텔에서 새로 나온 CPU인 하스웰을 채택한 노트북 가운데 2013년형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애플이 만드는 작은 변화라도 그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노트북 전체의 트렌드이자 대세가 될 수 있다.

기자가 새로 나온 하스웰 맥북프로 13형을 써보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대부분의 윈도우 노트북도 재빨리 CPU를 하스웰로 바꾸고 윈도우 8.1을 채택하는 등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맥북프로 13인치를 통해 보다 넓은 의미에서 변화의 흐름을 맛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맥북프로 레티나


제품 외양부터 살펴보자. 디자인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이미 절정의 완성도를 보이는 알루미늄 유니바디는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맞물려 매끄럽고 단단한 느낌을 준다. 13형의 경우 두께는 1.8cm으로 이전 모델보다 약 1mm 얇아졌고 무게 역시 1.57Kg으로 미세하게 줄었다. 애플이 지속적으로 어떻게든 부피와 무게를 줄여서 휴대성을 높이려고 노력한다는 증거다.


맥북프로 레티나


성능도 더 좋아졌다. 13형 제품에는 4세대 듀얼 코어인 인텔 코어(Intel Core) i5 프로세서 2.6GH가 장착되어 있다. 여기에 통합된 인텔 아이리스(Intel Iris) 내장 그래픽의 성능이 상당하다. 스펙상으로는 이전 세대 맥북 프로 레티나가 쓴 HD4000 내장 그래픽 보다 90% 향상된 그래픽 성능이다.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로 이런 휴대성과 고성능은 상당히 쾌적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13형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쓸 수 있는 가장 작은 모델이라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었다.




맥북프로 레티나


가지고 다니면서 웹서핑으로 하고 글을 쓰거나 사진을 가공할 때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한 레티나 화면은 만족감을 크게 주었다. 15형이 보다 큰 화면과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긴 해도 빈번하게 가지고 다니기에는 크기와 무게에 무리가 있다. 13형 맥북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그런 면에서 ‘가지고 다니는 초고해상도 노트북’이란 컨셉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우선 새롭게 맥을 구입하는 사용자가 무료로 쓸 수 있는 아이워크(iWork)를 사용해보았다. 여기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진가를 발휘하는 데 키보드를 눌러 화면에 표시되는 글자가 굉장히 선명하다 보니 마치 종이에 인쇄된 글자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타이프라이터로 직접 종이에 글자를 찍어내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다.


맥북프로 레티나


빠르게 처리되는 고해상도 그래픽은 많은 부분에서 유익했다. 커다란 PDF파일을 금방 읽고는 넓은 폭에 담긴 내용을 스크롤 없이 한 화면에서 봐도 가독성이 충분했다. 이런 부분은 작업능률의 향상으로 직결되는 편리함이다.

고해상도 사진을 가공하는 작업에 있어서도 부족함 없는 성능을 보여주었다. 아이폰5S로 직은 6.3MB에 달하는 파노라마 사진을 가공하는 데 크기를 조절하거나 채도를 조절하는 등의 가공을 해도 별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맥북프로 레티나


새롭게 디자인 된 아이라이프(iLife)를 이용하기도 훨씬 좋아졌다. 아이무비로 영상을 가공할 때도 많은 렌더링 시간을 소요하지 않았다. 화질향상 옵션을 써서 즉석에서 영상을 바꾸면서 플레이 할 수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속도저하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 상당히 놀라웠다.



맥북프로 레티나



이렇듯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면서도 좋은 성능을 보인다면 그 다음으로 걱정되는 건 배터리다. 그렇지만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는 매우 긴 배터리의 수명을 제공한다. 13형 모델의 경우 이전 모델보다 2시간 늘어난 최대 9시간 배터리 사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사용했을 때도 배터리가 상당히 오래 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게임이나 플래시를 과격하게 쓰지 않는다면 10시간을 넘는 사용도 가능할 것 같다.

이것은 하스웰 자체가 전력을 보다 덜 먹는 CPU인데다가 맥의 새로운 운영체제가 채택한 전력관리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맥북프로 레티나



타이머 코얼레싱(Timer Coalescing)은 여러 저전력 작업을 지능적으로 묶어서 성능이나 반응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도 CPU를 저전력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앱 냅(App Nap) 기술은 사용자가 쓰지 않거나 다른 앱에 가려져 있는 앱을 일시정지시켜 전력소모를 줄인다. 특히 이런 기술은 사용자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훌륭하다.
 

맥북프로 레티나


다만 컴프레스드 메모리(Compressed Memory) 기술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 든다. 이것은 비활성 데이터를 자동으로 압축시켜 두는 것으로 물리적인 메모리를 아낄 수 있다. 따라서 보다 적은 메모리로 많은 용량의 앱을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무거운 앱 몇 개를 동시에 실행시켰을 때 경직현상이 발생했으며 앱이 느려지다가 종료되기도 했다.

메모리를 소프트웨어적으로 늘리는 방법은 새로운 게 아니다. 이제까지 많은 기술이 시장에 나왔지만 결국 시스템의 연상능력을 잡아먹는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메모리값이 나날이 싸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라리 램을 더 늘려주는 게 좋은 선택이 아닐까?

전체적으로 13형 맥북프로 레티나는 비슷한 크기와 무게의 노트북에서 최고의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애플의 전략은 ‘모바일화’다.



맥북프로 레티나



애플의 전략은 지속적으로 맥북프로를 아이패드 레티나처럼 만드는 것이다. 초고해상도를 넣고는 될 수 있는 대로 얇고 가볍게 한다. 배터리를 오래가게 만들고 메모리는 오히려 너무 많을 필요가 없도록 소프트웨어 기술로 효율을 올린다.

더구나 새로 나온 매버릭스부터는 전원버튼을 짧게 누르면 시스템 종료 메뉴가 뜨지 않는다. 아이패드처럼 대기모드로 꺼졌다가 다시 누르면 켜진다. 전원버튼을 길게 눌러야만 비로소 고전적인 종료와 재부팅 메뉴가 뜬다. 궁극적으로 애플이 맥북프로 레티나를 통해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는 지 알 수 있게 하는 변화다. 이것은 앞으로 윈도우 노트북을 포함한 모든 PC의 큰 흐름이 될 것이다.



맥북프로 레티나



13형 맥북프로 레티나는 ‘가지고 다니는 최고해상도 노트북’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모바일기기처럼 진화하려는 흐름의 최첨단에 서 있기도 하다. 휴대하면서 문서작성과 사진가공, 간단한 동영상 편집을 하려는 사람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