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점점 혁신적인 기기의 위치를 잃고 있다. 아직 세계시장이 포화된 것도 아니고, 판매량으로만 따지면 늘어날 가능성이 더 많다. 하지만 어떤 신제품이 나와도 사람들이 예전처럼 열광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분야 기업들을 불안하게 한다. 그래서 등장한 차세대 제품 가운데 웨어러블(입는) 컴퓨터가 있으며 가장 가능성을 인정받는 것은 시계 형태인 스마트워치다.



갤럭시기어



작년부터 애플이 스마트워치를 내놓을 거란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내놓지 않았고 오히려 스마트폰 라이벌 삼성이 갤럭시기어란 이름으로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제품을 출시했다. 제품스펙과 소개한 기능으로 보면 갤럭시기어는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워치 가운데 가장 진보한 제품이다.

하지만 직접 써본 사용자 경험은 어떨까? 특히 손목시계로서 갤럭시기어의 느낌이 중요하다. 컴퓨터의 발전역사를 살펴보면 중대형 컴퓨터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이르기까지 일치하는 흐름이 있다. 컴퓨터가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컴퓨터가 아닌 다른 어떤 생활기기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스마트워치는 비록 기능적으로 스마트기기라도, 형태적으로 완벽한 워치(시계)로서 생활 속에 녹아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갤럭시기어



◇ 단독으로 통화는 불가능
갤럭시기어는 엄밀히 말해서 독립적인 제품이 아니다. 갤럭시노트3라는 다른 제품과 연동시켜야만 모든 기능을 쓸 수 있다. 예전에 나왔던 ‘손목시계폰’은 단독으로 통화가 가능했다. 이에 비해 갤럭시기어는 블루투스를 통해 갤럭시노트3의 통화를 중계해주는 역할까지만 한다. 이 때문에 갤럭시노트에서 블루투스로 통신연결이 가능한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상당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갤럭시노트라는 모체기기에 대한 의존성이 강하다.

실제로 갤럭시노트3를 가방 안에 놓아둔 채 갤럭시기어만을 차고 잠시 다른 방으로 가거나 건물을 나서는 순간 연결이 끊어졌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 순간부터는 통화도 메시지수신도 되지 않는다. 결국 손목시계라서 간편한 게 아니라, 갤럭시기어를 차면서 갤럭시노트3도 같이 가지고 다녀야 한다. 짐이 오히려 더 늘어난다. 

◇ 저렴하거나, 오래 가거나
만일 이런 의존성 부분이 원가절감으로 인한 저렴한 가격책정이나 긴 배터리 시간 같은 다른 요소를 강화시켜주는 요소가 되었다면 별다른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갤럭시기어는 단독으로 구입할 때 정가 30만원 남짓이다. 이것은 중저가현재 한국의 스마트폰 실구입비와 맞먹으며 결코 싸지 않다.

또한 배터리 시간은 하루 정도로 일반적인 손목시계가 몇 달 이상을 가는 것에 비해서 너무 짧다. 심지어 피처폰이나 전자책 단말기보다 배터리 수명이 짧다. 충전할 여유가 없는 여행이나 비상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는 곳에 갈 때 손목시계로서 권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갤럭시어를 차고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배터리경보가 울리며 꺼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갤럭시기어



◇ 시계줄 카메라의 의미는?
시계줄에 달린 190만 화소 카메라는 중요한 순간을 부담 없이 기록하는 용도이다. 나름 편리하기도 하며 없는 것보다는 났다. 하지만 발전한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해 높아진 사람들의 눈을 생각하면 화질이 너무 열악하다. 요즘 사람들은 단지 중요한 장면을 ‘찍었다’는 자체로 만족하지 않는다. 얼마나 ‘잘 찍었는가?’라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화질이 떨어지더라도 그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면 상관없다. 늘 차고 다니는 가벼운 휴대성이 장점으로 빛난다. 하지만 갤럭시기어는 결국 갤럭시노트3와 같이 가지고 다녀야 하는 기기다. 여행 중 눈앞에 남기고 싶은 절경이 나타났다. 그렇지만 나는 특별한 장점도 없는 190만 화소로 기록하느니 약간 불편해도 갤럭시노트3를 꺼내서 찍는 편이 화질을 위해서 났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되니 시계줄 카메라의 편리함은 그 의미가 없어졌다.



갤럭시기어



◇ 본체를 안티하는 플라스틱 시계줄

갤럭시기어는 다섯 가지 색상의 컬러풀한 시계줄이 특색이다. 이 시계줄은 나름 미래적인 느낌을 가지고 견고해서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것이 클래식하고 금속느낌을 살린 고급스러운 시계본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형태의 시계를 주로 사는 남성고객은 품격을 중시한다. 본체의 디자인은 그럭저럭 품격을 만족시켰다. 그런데 시계줄이 난데없이 사이버틱한 SF영화에 어울릴 재질과 디자인을 하고 있다. 따로 떼어보면 별로 나쁘지 않는 시계와 시계줄이 한 개의 제품으로 이어놓으니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했다. 결과적으로 갤럭시기어에서는 품격도 미래지향적인 패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최소한 이 부분은 인조가죽이라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 의도하지 않게 야광팔찌로 변신

사용자편의를 위해서 손목을 올리면 멋지게 전원이 들어오며 시간이 표시된다. 이 부분은 갤럭시기어가 사용자를 위해 신경 쓴 대표적인 편의성이다. 그런데 이것이 가속도센서를 읽어서 실행되다보니 손목만 흔들면 무조건 반응한다.

예를 들어 갤럭시기어를 차고는 저녁공원에서 배트민턴을 즐긴다면? 갤럭시기어는 쉴새없이 켜지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된다. 칵테일바의 바텐더나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야광팔찌 기능이 저절로 생겼다며 기뻐할 수도 있겠지만 배터리가 쓸데없이 소모되며 원치 않는 주목까지 받게 되는 건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다.



갤럭시기어



◇ 방수기능 채택은 칭찬할 만 하다
물론 갤럭시기어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 스마트한 앱을 깔아서 활용도를 높일 수 있고 갤럭시노트3와 연동해서 시너지를 내는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방수기능으로 튀어오른 물방울이나 먼지유입을 막을 수 있는 점을 괜찮다. 손을 씻을 때 풀지는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갤럭시기어




전체적으로 손목시계란 관점에서 본 갤럭시기어는 아쉬운 점이 많다. 손목시계란 기본에 먼저 충실하고 스마트기능을 넣었다면 일단 생활도구로 쓸 사람이 늘지 않을까? 다소 부담스러운 크기와 무게는 갤럭시기어가 어째서 ‘와치(시계)’가 아닌 ‘기어’란 이름을 붙였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