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이제 절정기를 지나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폭발적인 성장이나 이익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에서 파생된 태블릿 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포스트PC를 향해 의욕적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힘이 강하지 못하다. 그러자 업계는 다른 곳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다음 혁신은 구글 글라스와 아이워치로 대표되는 웨어러블 컴퓨터 기기가 만들 거라는 예측이 많다.



갤럭시기어


그동안 전망으로만 나오던 스마트워치 시장이 마침내 열릴 것 같다. 아이워치에 대한 루머를 계속 만들어내는 애플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그런 가운데 간간히 소문이 흘러나오던 삼성의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가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낼 예정이다. (출처)



다음 달 초 열리는 세계 3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중 하나인 독일 국제가전박람회(IFA)가 국내 가전기업들의 '모바일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IFA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비밀병기'들도 베일을 벗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야심차게 준비했던 스마트 시계인 '갤럭시 기어'의 공개 무대를 IFA로 결정했다. 갤럭시 기어는 휘는 스크린(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대체 기기라기보다는 휴대폰과 연동해 통화, e메일, 메시지, 인터넷 등이 가능한 보조 기기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갤럭시기어


이 뉴스는 놀라운 일이지만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삼성이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워치를 만들고 시제품을 공개가능한 수준까지 만들어 냈다. 스마트폰 같은 컴퓨터 기기로 볼 때는 분명 놀랍다. 삼성은 이제까지 대기업의 특성상 의사결정이 느리고 제품개발도 빠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애플보다 빠른 행보를 보인 것이 놀랍다. 


반면에 삼성이 1위를 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의 경우를 보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다른 업체들이 신제품의 개발계획을 밝히거나 시제품을 간신히 발표했을 때, 삼성은 이미 그 과정을 전부 지나서 실제 양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하곤 했다. 일단 방향이 정해졌을 때, 삼성의 추진력은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그러니 갤럭시기어의 빠른 발표 역시 놀랄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의문은 남는다. 어째서 삼성은 이렇세 서둘러야 헸을까? 일반적으로 보자면 현재 주가와 이익률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애플이 아이워치를 발표할 즈음에 맞춰 맞불작전을 놓을 거란 예상이 많았다. 삼성이든 애플이든 연구소에서는 이미 프로토타입 시제품의 제작이 끝나고 본격적인 개량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삼성은 그걸 지금 공개하고, 애플은 비밀로서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갤럭시기어


갤럭시기어가 아이워치보다 빨리 나온 이유는?


주주들의 압박을 받은 애플의 CEO 팀쿡은 깜짝 놀랄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것이 스마트TV인 iTV가 될지, 스마트워치인 iWatch가 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애플의 특성상 양산을 넘어 실제 주문 가능한 수준까지 가야만 발표회에서 공개할 것이다. 그 이전에는 루머만 흘러나올 뿐이다.


삼성은 입장이 다르다. 삼성은 주주들의 압박을 받고 있지 않다. 계속 늘어가는 점유율과 이익은 자신감을 주고 있다. 압박을 받아 신제품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결국 갤럭시기어를 애플보다 빨리 발표하기로 했다. 어째서일까?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갤럭시기어


1.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둘러싼 긴 소송전에서 삼성은 주로 명분을 잃은 대신 실익을 챙겼다. 미국재판에서 많은 벌금과 함께 애플의 기술을 따라 한다는 카피캣의 이미지를 얻었다. 명분을 잃은 것이다. 하지만 벌금 액수 자체는 이익에 비하면 미미하며 그마저도 항소재판 등에서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애플에서 의식하는 유일한 경쟁자라는 긍정적인 홍보효과를 보고 있다. 실익을 얻은 것이다.


따라서 다음 단계는 세계시장을 향해 삼성이 더이상 남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서 제품을 만들고 혁신을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주어야 한다. 스마트워치는 그런 긍정적 이미지를 주기 알맞다. 따라서 빨리 발표하게 된 것이다.


2. 앞서도 말했듯이 애플이 만일 아이와치를 정식 발표한다면 그건 시제품 완성을 알리는 게 아니다. 양산을 넘어 당장 내일부터 구입가능하다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기다리고 있어서는 이미 늦다. 삼성은 기업구조와 판매전략상 애플과 같이 내일 판매 가능해질 때까지 제품을 숨기고 보안을 유지할 수 없다. 어차피 공개될 거라면 일찍 공개해서 화제를 모으는 편이 났다.


3. 확실히 해당분야로 치고 나가기 위해 삼성전자가 택한 전략이기도 하다. 삼성은 전자회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룹의 정책결정을 위한 전략과 예산이 결정되는 과정이 약간 복잡하다.


삼성전자로서는 미리 갤럭시기어를 통해 스마트와치 분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개발 결과물을 제시해야 한다. 그 결과물에 언론이 관심을 보이고 소비자가 반응을 보인다면 확실한 예산을 얻어낼 수 있다. 또한 차세대 혁신에도 신경쓰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어필할 수 있다.



갤럭시기어


삼성은 애플과 동일한 선상에서 같이 출발한다면 결코 이길 수 없다. 애플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최고수준으로 기민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있다. 삼성이 애플과 제대로 경쟁하는 방법은 먼저 출발하고 미리 준비하며 핵심기술을 확보하면서 시장의 변화에 더 빨리 대응할 역량을 키워놓는 것이다. 그것이 지난 스마트폰시장에서 아이폰에 겪얶던 굴욕을 반복하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