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세상에 덜 찌들었을 무렵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 때이다. 나에게는 가장 이해되지 않는 역사의 한 단어가 있었다. 바로 '사략선'이다. 주로 대항해시대의 영국이 운영한 사략선은 상당히 특이한 형태의 군사력이다. 민간상선을 약탈하고 사람을 죽이거나 파괴하는 해적을 불러 국가에서 특별한 협정을 맺는다. 국가에서 그 존재를 인정하고 보호해주는 대신, 남의 나라 배에만 약탈행위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타국의 민간선박에 대해서는 무제한의 약탈을 허용하는 것이다.



구글탈세


어쨌든 해적이다. 죄없는 민간선박을 상대로 깡패처럼 다가가서 '짐을 내놓고 나에게 목숨을 맡겨라!'로 말하는 것은 중요한 범죄행위다. 하지만 이것을 내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만 하라고 말하며 국가에서 공인해주자 해적이 아닌 '해군' 에 준한 존재가 된다. 이것이 사략선이다. 실제로 사략선은 대부분 해적 출신이며 해군을 따로 만들 돈과 기간을 아끼기 위한 방법이다. 문제는 완전히 범죄인 약탈행위조차도 이렇게 되면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내 나라 선박이 당하는 게 아니라는 이유로.


전세계에 걸쳐서 인터넷 검색과 광고 사업으로 돈을 버는 회사 구글의 탈세논란이 한창이다. 구글은 과연 이미지만큼 선한 회사일까? 절세논란을 보면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우선 관련기사를 소개한다(출처)


우선 구글 탈세의 큰 고리부터 보자. 미 캘리포니아의 마운틴뷰에 본사를 둔 구글의 주수입원은 광고다. 각지의 본부나 지점이 광고영업을 한다. 구글은 법인세가 낮은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유럽본부 '구글 아일랜드'를 두고, 영국 등에 지사를 운영한다. 구글은 유럽 지역의 모든 광고 '판매' 책임이 구글 아일랜드에 있고, 지사는 '판촉' 지원만 할 뿐이라고 말한다. 2011년 회계공시에 따르면 더블린의 직원이 200명인 반면, 구글 영국에는 1300명이 근무하고, 이 가운데 720명이 광고 '판촉 서비스'를 제공한다. 판매직원보다 판촉직원이 더 많은 셈이다. 


각 지사에서 발생한 광고수익은 회계상 구글 아일랜드의 매출로 잡힌다. 지사는 구글 아일랜드에서 판촉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그래서 구글 지사들은 장부상으론 늘 적자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구글 아일랜드는 지사가 모아준 매출의 대부분을 조세도피처 버뮤다에 있는 서류상의 구글인 글로벌 본부로 이전한다. 


이런 방식으로 구글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구글은 2006~2011년 영국에서 180억 달러의 광고매출을 올리고도 세금은 1600만 달러만 냈다. 최소한 납부했어야 할 법인세 30억 달러의 0.5%도 안 낸 것이다. 독일에서도 같은 기간 170억 달러의 광고매출을 기록했지만, 법인세는 2478만 달러에 그쳤다. 2011년 프랑스 국세청은 역외탈세 혐의로 구글에 22억 달러를 추징하기도 했다. 



구글탈세


버긴 기자가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냈다. 지난 1일 로이터통신은 구글의 영국 지사가 광고 판촉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광고 판매를 한다는 사실을 다각도로 입증하는 버긴의 탐사보도를 내놓았다. 버긴은 구글의 공시자료를 뒤지고, 구글 영국의 전직 임직원, 영국의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관계자를 인터뷰했을 뿐 아니라, 구글 영국의 홈페이지와 네트워킹 서비스 링크트인에 올라온 구글 영국의 직원들 소개까지 샅샅이 훑었다. 


판촉과 판매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좁은 회색지대를 통해 세금을 탈루해온 구글의 첨단 탈세기법이 버긴의 탐사보도로 들통이 났다. 마거릿 호지 PAC 위원장은 브리틴의 증언과 버긴의 보도는 확연히 다르다며, 2차 청문회에서 구글과 회계법인의 위증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회 재정위원회의 피에르-알랭 뮈에 부위원장도 청문회를 다시 열 방침이고, 국세청도 2년 전의 실패를 만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연방 국세청을 두지 않고 있는 독일에선 녹색당 소속 슈벤 지골트 유럽의회 의원이 함부르크주 조세당국에 구글을 고발할 방침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구글의 악마가 모습을 드러내고 탈루세금에 대한 추징이 이뤄질지는 속단할 수 없다. 세금은 나라마다 정치와 경제, 제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구글과 같은 다국적기업의 세금 탈루 구멍을 막지 않고는 국민경제가 더 이상 지탱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오스트리아 국제조세법연구소의 제프리 오언스는 "지난 20년에 걸친 안정적인 법인세 징수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며 "우리는 티핑포인트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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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잘 읽어보면 상징하는 게 많다. IT소식이라기 보다는 비즈니스 소식에 가깝지만, 그러기에 보다 솔직하다. 좋은 기술을 무료로 개발하는 마음씨 좋은 회사로 보이는 것이 구글이다. 하지만 그 뒷면에는 가장 중요한 세금에 대해 철저하게 내지 않는 방법을 찾는 수전노 같은 면을 가지고 있다.



구글의 탈세논란, 무엇을 상징하는가?


여기서 중요한 점을 정리해보다.


1. 세계에는 세금을 덜 내거나 아예 내지 않아도 되는 조세피난처가 있다.

2. 인터넷은 국경을 아주 쉽게 넘어서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준다.

3. 구글은 형태가 없고, 원료생산을 할 필요없는 광고 매출에 근원을 둔 글로벌 회사이다.

4. 위의 세가지를 결합하면 구글은 세금을 내지 않거나 획기적으로 덜 내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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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점이다. 내가 예전 역사시간에 배운 사략선의 개념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사략선은 영국에게는 영웅이자 정식해군에 준하는 존재다. 내 나라 선박은 털지 않고 다른 나라 선박만 공격하니까 그렇다. 하지만 당하는 나라 입장에서는 적국의 지원을 받는 공인된 해적일 뿐이다. 군대가 아닌 탐욕에 찌든 약탈집단이다. 국경을 넘는 범죄행위를 어느 한 국가가 인정하고 지원해 준다면 법적으로는 떳떳할 지 몰라도 다른 나라에는 최악의 악마가 된다.


구글은 분명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 가장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나라에 가서 인정을 받았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거나 획기적으로 적게 냈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들은 분명 합법이다.


하지만 실제로 본다면 구글은 돈을 버는 나라의 세금으로 만든 인프라를 이용하고, 그 나라의 시스템이 주는 기회를 이용하고, 그 나라의 세금이 키워준 인재를 고용해서 이용하면서 그 대가로 내야하는 세금을 줄였다. 정당하게 그 나라가 받아야할 돈을 빼돌렸다는 점에서 일종의 지능적 약탈을 한 것이다.



구글탈세


이런 면에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이 구글을 포함한 글로벌 회사의 탈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혹자는 구글의 모토인 악마가 되지 말자. 를 되새기며 비꼬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악마냐 아니냐가 아니다.


구글, 스타벅스, 아마존, 애플 등등- 공교롭게도 모두가 미국 국적인 회사들은 적어도 미국에는 악마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자기가 있을 곳이 없으니까. 하지만 마치 사략선과 같이 다른 국가에는 악마도 될 수 있다. 그래봤자 사략선처럼 모국에서만 인정해준다면 그들은 해적과 달리 당당한 존재로 존경받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