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좀 조용해졌지만 한동안 한국에서 매일 같이 문제되었던 것이 애플 아이폰의 AS 시스템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의견과 해석이 충돌하고 있는 만큼 정확히 어떤 판단을 하기가 곤란한 부분도 있다. 아이폰이 취하고 있는 리퍼교환 시스템이 아주 생소한 방식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리퍼폰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결점 때문에 그런 것이다.



아이폰AS


리퍼 교환시스템은 간결하면서도 좋은 AS방식이다. 고장이 확인된 제품을 접수받으면 즉석에서 새로운 기기로 교환해주는 것이다. 단 새로운 기기는 완전한 새 제품이 아니고 고장난 제품을 모아 공장에서 다시 조립하고 작동을 확인한 제품이다. 그렇게 접수받은 고장 제품은 다시 공장으로 운송해서 새로운 리퍼 제품을 만드는 데 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쪽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수리를 기다리지 않아서 좋다. 또한 수리 받은 제품이 얼마안 가서 또 다른 곳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피할 수 있다. 제조사 쪽에서 보면 고급인력인 수리 기술자를 곳곳에 보유하고 유지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어디서든 균일한 AS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새 제품을 산 지 얼마 안되는 소비자는 사소한 고장을 겪고도 중고로 제품이 바뀌기에 기분이 나쁠 수 있다. 제조사에서 보아도 전반적으로 험하게 오래 쓴 제품을 작은 고장 하나로 리퍼 제품으로 교환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비용에서 손해가 생길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 AS방식으로 부품 수리 시스템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전면 리퍼 교환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출처)



아이폰AS


애플이 올해 가을부터 AS(사후서비스) 방식 중 하나인 리퍼폰 교체 대신 부품 수리를 확대한다고 IT전문 매체 애플인사이더가 5월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타라 번치 애플 부사장은 최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애플 스토어에서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이 고장나면 리퍼폰을 제공해주던 방식 대신 부품을 교체, 수리하는 방식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현재 2가지 AS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리퍼폰으로 교체해주거나 스피커, 수신기, 홈버튼, 진동모터, 배터리 등 일부 부품은 교체 수리해주는 방식이다. 다만 수리 부품이 제한적이고 쉽지 않아 대부분 리퍼폰으로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하반기부터 리퍼폰 교체 대신 부품 수리 방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AS방식 변경을 위해 애플은 6월까지 디스플레이, 7월에는 카메라, 잠자기/깨우기 버튼 등 수리 부품을 확대하기로 했다. 


애플이 AS방식을 변경하려는 것은 일부 소비자가 리퍼폰 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어서다. 새로운 제품으로 교환하면 환경설정 등을 다시 해야 한다. 특히 국내 사용자는 리퍼폰 교환보다 부품 수리에 익숙해져 있다. 


비용절감도 이유다. 번치 부사장은 "AS 방식 변경으로 애플은 연간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새로운 AS정책을 미국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에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았다. 그동안 애플에 대해서 수리 AS서비스를 요구한 사람들이 많은 만큼 적극적으로 애플이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수용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사를 전부 읽고 나자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아이폰AS


애플 AS정책 변경, 소비자도 이익일까?


문제는 기사 맨 아래에 있다. 정확히는 'AS 방식 변경으로 애플은 연간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있다.


제품 판매에 있어 소비자와 제조사의 이익이 일치하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혁신제품을 개발한다든가 혁신 기술을 개발하게 되면 그렇다. 예컨대 원가 20달러짜리를 생산해서 25달러에 팔던 회사가 획기적인 기술을 통해 같은 제품을 10달러에 생산해서 20달러에 팔면 어떻게 될까? 제조사와 소비자가 나란히 제품당 5달러의 이익을 보게 된다.


그러나 수리 서비스 등에서는 그렇지 않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AS에서의 고객만족도는 제조사가 거기에 들이는 비용에 비례한다. AS 비용을 절감할 수록 소비자의 불만이 올라가는 것이다.



아이폰AS


애플의 리퍼제도는 가벼운 고장에도 제품을 통째로 리퍼로 갈아주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반대로 교환처리 정도의 수준에 올라가기 전의 수리는 아예 거부당하기 쉽다. 그것을 수리해주게 되면 당연히 비용이 증가한다. 줄어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1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것은 AS기준을 높이고 수리비를 높이 부르지 않고 달성할 수 있을까? 


예전 소니의 수리 AS에서 보듯이 무상이 아닌 유상이 많고, 유상 수리를 받게 되었을 때 부품값과 기술료가 상당히 비싸도록 하면 분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나아가서 AS로도 흑자를 볼 수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고객만족도를 함께 올릴 수 있을까? 과연 애플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으로 바꿀 지 모르지만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보다 합리적인 AS정책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