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가 성인이 되면서 늘 듣는 말이 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하든 네 자유다. 하지만 선택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이런 말이다. 보통 이 말은 그저 듣기싫은 잔소리 정도로 넘어가지만 실제로 심각한 상황이 오면 이 말은 뼈저리게 다가온다.


요즘 애플에 대한 소식에 마치 바늘 가는데 실 가는 것처럼 늘 따라가는 것이 삼성에 대한 언급이다. 의도적으로 이 둘을 라이벌로 만들려는 생각이 느껴지긴 하지만 점점 실제로 라이벌이 되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한창 서로를 의식하던 90년대 중반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관계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다.


아이폰6


어쨌든 애플은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 스티브 잡스는 이미 없지만 그 뒤를 이은 팀쿡은 삼성에 대한 잡스의 유지마저도 일부 계승하고 있다. 잡스는 생전에 팀쿡에게 말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지 마라. 옳다고 믿는 일을 해라.' 라고 말이다. 쿠퍼티노의 요리사는 아마도 삼성에 대한 애플의 과도한 견제마저도 옳다고 믿고 있는 게 아닐까. 


2년전부터 언급되어 오던 애플과 삼성의 결별설은 그래서 아직도 흥미롭다. 애플이 아이폰6부터 삼성부품을 완전히 배제할 것이란 뉴스와 저가 아이폰이 나올 거란 예상이 나왔다. (출처) 


아이폰6



애플이 2014년 출시가 예정된 아이폰6부터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공급선에서 삼성전자를 전면 배제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IT 전문지 디지타임스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 애플이 삼성전자 대신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로부터 차세대 AP 칩 전량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5월 4일 전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 선보이는 아이폰5S까지는 삼성전자의 칩을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애플에 차세대 AP 칩을 공급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4월 대만 남부 과학산업단지에 12인치 웨이퍼 제조공장을 착공했다. 


한편 애플은 올 하반기 신흥시장을 겨냥한 저가 스마프폰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타임스는 애플이 분기당 250만∼300만대 규모로 소량 생산을 시작해 시장의 반응을 살펴볼 것이라고 소개했다.


저가 스마트폰은 4인치 저온폴리실리콘(LTPS) 패널과 플라스틱 몸체를 채택할 예정이다. 생산은 애플의 기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팍스콘과 페가트론이 맡는다.


예상이란 건 반드시 맞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채로운 점이 있다. 애플을 좋아하는 팬들이 은근히 바라는 것이 삼성과의 결별이다. 동시에 애플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믿는 팬들이 매우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 저가아이폰이다. 이 두 예상이 한 매체에서 한꺼번에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아이폰6


어쨌든 이런 예측이 일단 사실이라고 간주하면 어떤 일이 생길 수 있을까? 그 점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자. 위에 언급한 어른의 선택처럼 애플도 분명 무슨 선택이든 스스로 옳다고 믿는 길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그 책임도 온전히 스스로 져야 한다.


애플이 아이폰6부터 삼성과 결별한다면?


1. TSMC는 현재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다. 따라서 이 선택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만일 애플이 아이폰6에서 채용할 차기 AP칩이 첨단 공정을 이용해서 수율이 높지 않는 칩이라면 문제가 크다. 


TSMC는 이미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PC그래픽 칩에서 어려운 공정의 칩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그때는 그저 PC유저 가운데 엔비디아칩을 원하는 적은 숫자의 소비자만 물량부족과 가격폭등이란 곤란을 겪었다. 하지만 다수의 아이폰6 구입희망자가 같은 일을 겪게 된다면 문제는 재앙수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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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애플의 선택은 현재 세계 부품 시장의 상황에서 제대로 대체 공급자를 찾지 못하면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스스로 부품을 생산할 것이 아니라면 비록 최종 주문자라고 할 지라도 마음대로 공급업체를 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출처)


애플이 지난해 삼성에 대한 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삼성 이외의 업체에 부품을 조달하려고 시도했고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아마존의 태블릿 PC 출시 등에 맞춰 공급선 다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5월 5일,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패드용 디스플레이의 구매처에서 샤프를 제외시키는 대신 삼성디스플레이 물량을 크게 늘렸다.


애플의 부품 다변화 전략은 일본의 샤프가 경영난에 허덕이고 애플이 급기야 안정적 패널 공급이 가능한 삼성디스플레이에 주문을 하면서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3. 다른 기사에서는 이런 뉴스는 삼성보다는 오히려 같은 미국 업체인 인텔에 안좋은 뉴스라고 언급했다. 어째서일까? 


그것은 인텔이 아이패드용 ARM칩을 생산해주는 대신 미래 아이폰에 인텔의 X86칩을 채택해달라는 제안을 했었기 때문이다. 만일 저 뉴스가 사실이라면 인텔의 제안을 보기좋게 거절한 셈이다. 설령 물량이 모자라는 한이 있어도 인텔의 손을 빌리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미국 제조업체끼리 협력하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 역시 빗나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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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애플이든 삼성이든 현실적인 이익과 소비자들에게 비치는 라이벌 구도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관계는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성장하거나 몰락하기 전까지는 한동안 유지될 듯 싶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언급해볼 점이 있다. 만일 저가 아이폰이 나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애플이 새롭게 도약하든가 혹은 크게 실패할 모험이 된다는 것이다. 과연 애플이 그런 운명의 주사위를 던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