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과 막상 자기가 잘 하고 있는 것 가운데서 많은 차이가 생길 때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런 문제가 기업에게 있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면 매우 진지한 고민이 시작된다. 그것은 애플에게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맥프로



매킨토시로 대표되는 애플의 슬로건은 '쉽고 편하게' 였다. 컴퓨터 기술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초보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매킨토시를 처음 발표했을 때 스티브 잡스는 이 컴퓨터를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기를 원했다. 그러니까 굳이 일반인과 특수 전문인 사이에서 택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일반인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매킨토시 판매와 이용자는 달랐다. 응용체제를 잘 이용할 만한 그럴듯한 소프트웨어가 없어서 일반 사용자에게는 장난감에 불과했다. 또한 비싼 가격은 그저 편하게 즐기는 용도로서 매킨토시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오히려 매킨토시는 어도비의 포스트스크립트 기술과 일본의 레이저 프린터 기술에 의해 데스크탑 출판 시장에서 제대로 성공했다. 



맥프로


쉽고 편한 출판이란 면에서는 이상과 일치하지만, 일반인보다는 오히려 출판이라는 일을 하는 전문가에게 먼저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통해 다시 돈을 벌 수 있기에 비산 매킨토시의 하드웨어와 전자출판 소프트웨어를 살 수 있었다. 


이후의 맥도 마찬가지다. PC와 호환이 되지 않고 비싸며, 소프트웨어도 부족한 맥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옹호하고 여전히 사주었던 것은 일반인이 아닌 전문 직업인 들이었다. 음악인, 미술인, 디자이너 가운데 맥을 고집하는 사람은 상당했다. 이것은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애플이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되었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금 이런 핵심지지층 가운데 애플의 행보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유일까? 한 기사에 소개된 내용을 잠깐 소개한다. (출처)



맥프로



요즘 아이폰 광고의 목소리 주인공을 만났다. 남궁연씨다. 그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애플 마니아다. 어떤 연유로 광고까지 등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십수년동안 맥을 써왔고 지금도 맥이 없으면 음악을 만들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애플의 제품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마침 애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둘만 나누기에는 아까운 이야기를 글로 옮긴다.


“애플이 변했어요.”

자리에 앉기 무섭게 그가 꺼낸 말이다. 뭔가 불만이 있는 눈치다. 애초 이런 이야기 하자고 만난 것 아니었나. 요지는 애플이 점점 대중화에만 만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게 아닌가였다.


“애플은 그간 전문가들을 주요 소비자로 끌어들여 왔습니다. 그런 애플이 아이폰의 성공 이후 달콤한 일반 소비자 위주의 성향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이 이렇게까지 시장의 중심이 되었던 게 언제 또 있었을까. 애플은 처음 잡스와 워즈니악 두 스티브가 창고에 모여 애플컴퓨터를 만들었을 때부터 세상을 놀래키기는 했지만 세상의 주류 혹은 넘어야 할 산 같은 존재였던 적은 없다. 그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소비자들, 특히 음악, 영상, 그래픽, 출판 전문가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그들이 벗어날 수 없는 작업 환경을 만들어 왔다는 설명이다. 맥의 점유율이 크게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았던 게 이런 이유다. 그러니까 오랫동안 맥을 써 온 사람들로서는 최근 애플의 행보는 낯설다는 게 남궁연씨 주장이다.


애플의 대중화는 과연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돌아보면 애플, 매킨토시는 개인용 컴퓨터라기보다 인쇄소나 음악, 사진 스튜디오에서 더 많이 보였다. 미국에서는 개인용 컴퓨터로도 많이 쓰이긴 하지만 전체 컴퓨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다. 하지만 여전히 출판, 인쇄, 음악, 그래픽에서는 맥이 절대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더 좋은 맥이 필요합니다. 맥북이 아니라 맥프로 말입니다.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하드웨어를 앞지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맥은 더 나은 하드웨어를 마련하고 소프트웨어들이 그에 따라 발전을 해 왔는데, 맥이 2년 넘게 멈춰 있는 동안 소프트웨어가 맥프로를 추월했습니다. 그리고 맥북과 iOS로 눈을 돌리는 게 현재 상황입니다.”


“애플이 방향성을 맥북과 아이맥 등 일반 이용자 시장으로 잡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듭니다. 이는 하드웨어 뿐 아니라 최근의 소프트웨어 정책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맥프로


남궁연씨는 최근 맥으로 나오는 킬러 소프트웨어들의 인터페이스가 간소하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조금 복잡하더라도 세세하게 조정하고 기능이 많았던 것이 특징이었는데, 오히려 소프트웨어는 단순해지고 가벼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 많은 것들을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처리한다. 화면 구성도 모니터보다 노트북의 디스플레이가 기준이 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직업을 위해 맥을 쓰는 이들에게 오히려 불편하게 다가온다고 한다.


그는 “더욱 걱정되는 것은 OS X과 iOS간의 통합에 대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애플에게 아이폰과 아이맥이 가져다주는 가치는 엄청나지만 예술가와 전문가들에게 주는 가치는 줄어들었습니다. 커피숍에서 맥을 쓰는 것이 여유와 멋을 상징하는 트렌드가 된 것은 인정합니다. 그런 제품들이 많이 팔리는 것도 애플에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간 애플과 함께 성장해 온 전문가들로서는 소외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올해 애플은 맥프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지난해 6월 맥프로 출시가 안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이어지자 팀 쿡도 2013년 새로운 맥프로를 내놓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맥프로의 냉각팬이 새 전기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유럽에서 판매를 중단하는 등 애플엔 지금 새 아이폰보다도 맥프로가 더 서둘러 준비돼야 할 상황이다.


애플이란 브랜드조차 어색하던 시기에도 굳건하게 매킨토시를 써오던 사람들이 오히려 애플의 전성기인 지금 불만을 토하는 이유는 이처럼 간단하다. 어떻게 보면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내왔던 조강지처인 전문가 계층을 무시하고 애플이 쉬운 초보자용 시장에만 집중하는 등 바람(?)이 났다는 것이다.

 


맥프로


맥프로의 방향, 애플의 결정은 무엇인가?


기업이 수익에 의해 움직인다고 볼 때 애플의 현재 모습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이전에 100원짜리 전문용 제품을 10명에게 팔아서 1천원을 벌었다면, 지금은 50원짜리 일반용 제품을 1000명에서 팔아서 5만원을 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비싸고 몇 대 안 팔리는 맥프로에 신경을 잘 못쓰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음악용 솔루션인 로직이나 영상용인 파이널 컷 같은 전문가용 툴이 인터페이스와 기능을 간소화해서 초보자 시장으로 내려오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세부 조절 기능을 떨어뜨리면서까지 말이다.  애플 마니아 남궁연씨가 말하는 아쉬움은 거기에 있다. 애플이 전문가층을 위한 제품에도 신경 좀 써달라는 것이다. 맥프로의 리프레쉬와 전문가용 솔루션의 변화방향은 전문가 소비자층을 대하는 애플의 결정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애플은 데스크탑인 아이맥조차도 상대적으로 아이패드나 아이폰, 맥북에 비하면 신경을 덜 쓴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다. 그나마 얼마전 성공적으로 선보인 아이맥으로 인해 그런 목소리가 다소 감소했다. 그러니 몇 년째 옛버전만 있는 전문가용 고성능 데스크탑인 맥프로는 오죽할 것인가?



맥프로


애플이 수익성을 향해서 움직이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본래 쉬운 하드웨어로 다수의 일반 사용자를 노리고 싶었던 창립이념도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애플의 어려운 시기를 지탱해주었던 전문가 소비자도 분명히 존중받을 가치는 있지 않을까? 새로 나오는 맥프로의 방향은 그런 계층에 대한 애플의 결정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것이다. 분명한 것이 하나 있는데 이들 전문가도 사실은 그런 작업을 어려운 PC로 하기 싫어서 맥을 고집한 '일반 사용자' 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