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보면 수단은 각자 다르지만 최종 목적은 일치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서 같이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주연들이 각자 다른 수단을 취한다든가 하는 경우다.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서로 다른 루트로 갈 수도 있다. 방법이야 어찌되었든 어차피 모두가 같은 목적을 향하고 있다.



데이터중심 요금제


이동통신사와 무선 네트워크 관련 기업에게 있어 미래는 무엇일까? 그 정답은 '데이터 중심' 이다. 기존의 음성통화 중심이 아니라 모든 것이 데이터로 처리되는 세상이 미래이다. 음성통화, 문자, 게임 등 사용자가 실제로 어떤 형태로 쓰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이 디지털 데이터로 취급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망중립성 논란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동통신사가 데이터중심이라는 미래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어차피 미래는 다가온다. 피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SK텔레콤이 제일 먼저 음성통화가 망내에서 전면 무료인 요금제를 내놓았다. 이것은 데이터중심 요금제를 받아들였다는 면에서 상당히 획기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출처)


SK텔레콤 가입 고객끼리 음성통화가 무제한 무료인 요금제(T끼리 요금제)로 인해 스마트폰 사용 요금이 줄어들까? 오히려 월 요금을 2250원씩 더 낼 이용자가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무제한 무료'라는 말로 요금이 대폭 내린 것 같지만, 실은 SK텔레콤에 이득이 되는 조치란 것이다.


T끼리 요금제가 SK텔레콤 수익에 유리한 이유는 스마트폰 요금을 결정할 때 통화량이 아닌 데이터 사용량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이다. 요금대별로 배정되는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 사용량은 기존 요금제와 같기 때문에 자신의 데이터 사용 패턴을 유지하려면 좀 더 싼 아랫 단계 요금제로 이동하는 게 힘들다는 얘기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24일 "최근 LTE 신규고객의 80% 이상이 월 기본료 6만 2000원에 통화 시간 350분과 데이터 5GB가 주어지는 요금제 'LTE 62'를 쓴다"면서 "이들이 데이터 5GB를 계속 쓰기 위해서는 이 요금제를 유지하는 방법과 SK텔레콤 간 무료 통화를 하는 대신 기본료가 3000원 더 비싼 'LTE T끼리 65'를 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24개월 약정을 맺어 기본료 추가할인을 받는 점을 감안해 'LTE 62'에서 'LTE T끼리 65' 요금제로 바꾸면 한 달에 2250원씩 더 내야 한다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데이터중심 요금제


앞서 SK텔레콤은 'LTE 62' 이용자가 'LTE T끼리 55'로 이동할 경우 한 달에 5250원씩 요금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증권가는 이런 식의 요금제 변동 가능성을 낮게 봤다. 김미송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국내 LTE 가입자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1.8GB로 2GB에 못 미치지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요금제 하향 이동 가능성이 낮다"고 잘라 말했다. 김 연구원은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나온다면 통화량에 따라 요금제를 택하겠지만, 주파수가 부족해 정부가 무제한 요금제를 인가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SK텔레콤 측은 "LTE 요금제 이용자들이 평균 37분의 음성통화 초과분에 대해 추가요금을 내고 있는데, 이들이 신규 요금제를 쓰면 이익이 된다"면서 "음성통화를 많이 쓰는 일반 휴대전화 이용자도 저렴한 LTE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위의 기사에서도 나왔듯이 SK텔레콤은 형태로서 데이터요금 중심이라는 미래만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로인한 매출 감소라는 부분은 어떻게든 받아들이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그 방법은 결국 허용되는 데이터량을 부족하게끔 몰아가면서 높은 요금제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의 패턴에 의한 것이다. 예전에 스마트폰이 있기 전에는 가족이나 연인 들 사이에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 음성통화와 문자 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쪽으로 수요가 몰렸다. 하지만 지금은 와이파이망도 상당히 보급된 상황에서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로 문자보다 나은 단문소통을 한다. 또한 보이스톡 같은 무료 통화 서비스로 음성 통화도 해결한다. 



데이터중심 요금제


따라서 이통사가 애써서 높은 요금을 받으려고 마련해놓은 음성통화 라인은 손님이 적어서 한산하고, 나름 저렴하게 마련한 데이터라인만 바빠지고 있다. 그래서 취하는 정책은 결국 한산한 음성통화 라인을 전면 무료화하고, 붐비는 데이터 라인을 통해 수익을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과연 이동통신사에게 좋은 미래가 올까? 페이스북 관련 뉴스 하나를 보자. (출처)


페이스북은 캐나다와 미국에 시범 운영하던 무료 통화 기능을 국내 이용자에게도 적용한다고 3월27일 밝혔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페이스북 ‘메신저’ 응용프로그램(앱)을 최신 버전으로 판올림하면 페이스북 이용자끼리 무료 통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 기능을 쓰려면 전화를 거는 쪽은 물론 받는 쪽도 최신 앱이 깔려 있어야 한다.


메신저 앱을 켜고 전화를 걸 상대방을 고른 뒤 채팅창 오른쪽 위에 보이는 ‘i’ 모양 단추를 누르면 ‘무료 통화’ 단추가 나타난다. 이 단추를 누르면 전화가 걸린다. 반갑지 않은 페이스북 친구가 전화를 걸면 알림을 끄면 된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전화 서비스에 비교하면 통화품질은 썩 좋지 않다. 하지만 페이스북 친구에게 굳이 전화번호를 묻지 않아도 되고 통화가 길어진다며 전화 요금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데이터중심 요금제


페이스북의 무료 통화는 스마트폰에서만 쓸 수 있다. 이동통신사의 음성통화와 달리 인터넷 망을 통해 제공되는 인터넷전화로, 사용 시 전화 요금에 포함되지는 않으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다. 비슷한 서비스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카이프나 애플의 페이스타임, 카카오의 보이스톡, NHN재팬의 라인 무료 통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마이피플 무료 통화 등이 있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이 가입자간 통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놓은 데 이어 KT와 LG U+도 가세했는데 이는 페이스북 무료 통화와는 다르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위에 언급한 인터넷 무료 통화는 이동통신회사와 요금제를 가리지 않는다. 그대신 같은 서비스를 쓰는 이용자끼리 전화선 대신 인터넷 망을 이용해 통화하는 기능이다.


페이스북이 무료 통화를 국내에도 적용하면서 지켜봐야할 포인트가 하나 있다. SK텔레콤을 비롯한 이동통신회사가 카카오 보이스톡에 이어 페이스북 무료 통화 품질도 낮출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


카카오톡에 이어서 이번에는 글로벌 앱인 페이스북에서 무료통화를 제공한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점점 절박하게 음성통화 중심 수익구조에 위기가 다가온 것이다. 물론 예전과 같이 통화품질을 떨어뜨리거나 차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그런 방법은 실제로 반발만 부르고 좋은 미래를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데이터중심 요금제, 어떤 것이 좋은 미래인가?



데이터중심 요금제


이통사에게 있어 좋은 미래는 데이터중심 요금제를 완전히 받아들이는 데 있다. 변화가 왔고 스스로가 가진 수익모델이 더이상 미래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SK텔레콤의 변화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데이터중심 요금제가 만드는 좋은 미래는 이통사가 앱 회사와 협력해서 서비스 자체를 상품화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단순히 데이터 몇 패킷을 수도물처럼 파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인 서비스의 이용을 놓고 앱 회사와 협력해서 원활하고 최적화된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한다. 그 대신 앱 회사와 이통사가 서로의 수익을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종 소비자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지만 결과적으로 공급자 간의 협력으로 더 좋은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만족할 수익도 나올 수 있다. 이것이 데이터중심 요금제의 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