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황금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스마트폰이란 이름 자체로 더이상 주목받지도 못하고 기대를 모을 수도 없다. 개별 제품이 나름대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그것조차도 길게 가지 못한다.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은 다른 기기로 눈을 돌릴 것이고, 익숙함을 원하는 사람들은 브랜드에 집착하게 된다. 이것은 성숙기에 들어선 제품이 가지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갤럭시S4


이것이 새로 발표된 삼성 갤럭시S4를 둘러싸고 나온 일련의 뉴스와 반응에서 내가 느낀 점이다. 얼마전 주간경향의 기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갤럭시S4와 차세대 삼성의 전략에 대한 질문이 주된 내용이었다. 나는 비교적 차분하게 삼성이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나갔다. 그리고 얼마후 이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기사는 전체적으로는 분량이 많다. 기자는 아무래도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서 다양한 각도에서 보려고 했던 듯 싶다. 풍부한 내용이 있으므로 전체 원문을 다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 가운데 내가 말하려고 했던 부분을 간추렸다. (출처)


하지만 좀 더 유심히 뜯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강 위원의 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크게 나누면 두 시장이다. 스마트폰이 이미 대세가 된 성숙된 시장이 있고, 새로 떠오르는 이머징(emerging) 시장이 있다. 동남아나 인도, 중국 등이 후자다. 이머징 마켓에서 중요한 것은 기기의 퍼포먼스 능력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이다.” 


“전략폰이 발표되었을 때 하드웨어 경쟁에서는 어차피 우위를 3개월 이상 지속하기 힘들다. 부품 생산이 글로벌화해 있고, 기술은 다른 데서 다 따라가게 마련이다. 삼성이 다른 업체와 달리 갖는 강점은 독자적인 APU(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유닛) 생산라인을 갖췄다는 점이다.” IT평론가 안병도씨의 말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전 세계로부터 부품을 사들여 중국의 제조회사 폭스콘에서 조립된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특허 소송전을 하는 와중에도 애플에 부품을 공급했다.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에서 부품의 자체 조달률은 63%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갤럭시S4의 AP로 사용된 ‘옥타코어’는 모바일 프로세서로는 세계에서 최초로 채택된 것이다.



갤럭시S4


안병도씨는 “혁신이라는 것은 없는 기술이 새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기술의 진화를 반영 못한 장벽이 한꺼번에 허물어지면서 지체되었던 기술들이 한꺼번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이 처음 나올 때가 그랬다.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이 있었다. 삼성이나 LG도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었다. 아이폰이 나온 뒤 한참 뒤까지도 노키아와 RIM의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업계의 대표주자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아이폰이 담아낸 ‘혁신’이 시장 자체를 ‘재정의’하는 상황이 되었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을 못한 노키아와 블랙베리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삼성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스마트폰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스마트 혁신’의 중심에 있을까.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의 ‘아이폰5’가 실망을 준 데 이어 갤럭시S4도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혁신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혁신의 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렇다면 어디로? 


현재까지 유력한 기기는 두 가지다. 구글이 올해 안에 공식 발매할 구글 글래스(google glass)와 현재까지는 소문만 무성한 애플의 아이워치(iwatch)다. 구글은 현재 미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체험자를 선발, 약 1500달러(한화 160만원)를 내면 사용할 수 있도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한국에서 진행되는 테스트는 없다. 


안병도씨는 “애플의 아이워치가 나올 것은 확실하지 않지만, 나중에 루머가 사실로 확정되면 삼성이 먼저 ‘갤럭시 워치’를 내놓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패스트 팔로어’로서의 능력은 탁월하게 보여주겠지만, 애플과 구글의 스마트 혁신을 넘어서는 미래전략 비전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갤럭시S4


한 기사에 내 의견과 다른 사람의 의견이 나란히 실리는 것도 재미있다. 일치하는 점과 다른 점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최근 블로거나 일부 언론에서 보는 관점에 아쉬운 점이 있어서 그 점을 한번 논해 보고자 한다.


삼성과 갤럭시S4를 보는 올바른 방향은?


위의 기사 안에서 내가 제시한 갤럭시S4의 방향을 정리해보자.


1. 삼성은 현재 하드웨어의 우위를 위주로 안드로이드 선두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2. 하지만 하드웨어의 우위는 3개월 이상 가지 못한다. 

3. 삼성 자체 개발 APU는 고유한 경쟁력이다.

4. 앞으로 삼성이 혁신을 하려면 적용이 정체된 기술을 어디선가 가지고 와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5. 애플의 아이워치가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을 막으려면 결국 삼성도 빨리 갤럭시워치를 내놓아야 한다.



갤럭시S4


이런 내 의견이 반드시 모두 맞아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이나 갤럭시S4를 바라보는 방향에서 나는 올바르게 냉정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삼성에게는 혁신이 없다. 라든가 삼성이 사실 한국 회사가 아니라든가 하는 편견을 이미 적용한 상태에서 무리한 관점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나는 그런 선동적인 글이 평론을 가장하고 나오는 것을 반대한다. 단지 개인적인 감정의 글을 써서 올릴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개인적 감상으로서 나오는 것이 타당하다. 마치 스스로가 객관적인 시선인 것처럼 말하면서 반대로 다수의 사람들을 어리석고 무엇인가에 세뇌된 듯이 말하는 사람은 평론을 할 자격이 없다.



갤럭시S4


갤럭시S4를 보는 올바른 방향은 스마트폰의 한가지 발달과정으로서 보는 것이다. 삼성을 보는 올바른 방향은 패스트팔로워 전략의 성공을 믿는 하나의 전자기업으로서 보는 것이다. 그런 범주를 벗어난 감정섞인 관점은 더이상 비평의 영역이 아니라 그저 개인적 감상에 불과하다. 이것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