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강조하는 것이지만 제목은 매우 중요하다.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기에 앞서 우리는 항상 제목을 먼저 읽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인 아이리버의 이야기를 다룬 책 제목은 강한 인상을 준다. 



아이리버


거인과 싸우는 법 - 이 책은 아이리버가 아이팟을 들고나온 애플에 어떻게 밀려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재기하려 몸부림쳤는지를 잘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그당시 상당히 잘나가던 벤처기업이자 세계에서도 인정받은 아이리버가 맞이한 '거인'이 애플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당시의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돌아와 간신히 부도위기를 면한 상태로서 가장 약했던 때라는 사실이다. 가장 약했을 때의 애플조차도 가장 강했을 때의 아이리버에게 거인이었던 셈이다. 


어쨌든 지금의 아이리버를 둘러싸고 과연 다시 재기할 수 있을 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재기한다면 그 방법은 어떤 것이 될 지도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매일경제신문 기자에게서 전화를 받았고 간단한 전화인터뷰를 했다. 기자는 아이리버의 회생방법을 특히 궁금해했는데 이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관련 기사가 나왔다. (출처)



아이리버



“스마트폰이 대세입니다. 단말기 종류를 늘려 중국과 동남아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때입니다.” 


“태블릿PC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태블릿이 노트북 점유율을 앞설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전자책 제조 경험을 살려 태블릿에 집중하는 게 어떨까요.” 


“고음질을 추구하는 수요는 있는데 기기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CD 음질보다 좋은 제품을 개발하면 MP3 플레이어 전문업체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지난 2011년 9월 서울 방배동 아이리버 7층 회의실에 아이리버 임원들과 개발팀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갓 취임한 박일환 대표(55)가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 아이리버를 회생시킬 회심의 역작에 대한 수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1년이 조금 더 지난 올해, 아이리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월 초 스마트폰을 내놓더니 2월에는 태블릿PC까지 선보였다. 조만간 일반 PC도 내놓는다. 


아이리버가 줄줄이 출시한 신제품들 반응이 나쁘지 않으면서 시장은 한때 ‘한국의 애플’로 불렸던 혁신기업 아이리버가 재기할 수 있을까에 시선이 쏠려 있다. 주가도 높진 않지만 계속 상승세다. 지난해 12월 27일 2285원이던 주가가 2월 26일 기준 2740원까지 올랐다. 


15만원대 저가형 스마트폰 ‘울랄라폰’은 하루 평균 50~60대씩 꾸준히 팔린다. 내놓은 지 1달여 만에 전체 판매량이 2000대를 넘었다. 10만원대로 기존 프리미엄 제품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점이 주효했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휴대폰 판로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옥션, 자사 홈페이지 등 온라인 판매를 통해 이 정도 물량을 팔아치운 건 기대 이상’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아이리버


IT 전문가들은 조심스레 아이리버의 회생 가능성을 점친다. 앞으로 사운드 쪽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따라붙는다. 애플 또한 지난해 고급 이어폰 ‘이어팟’을 내놓고 사운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만큼, 방향은 잘 잡았다는 평가다. 


안병도 IT평론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하드웨어 경쟁이 한계에 다다르자 제조사들이 사운드에서 차별화를 두려고 한다. 아이리버가 아스텔앤컨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품질 음향 칩 하나를 별도로 생산해 스마트폰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납품한다면 퀄컴 못지않은 기술 기반 회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낙관론을 폈다.



기자는 낙관론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낙관론이 아니다. 그나마 아이리버에게 남은 방법이 그것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리버가 과연 자기에게 패배를 안겨준 거인-애플에게 맞설 수 있을까? 어째서 이런 방법인가를 설명해본다.



아이리버


아이리버, 애플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스마트폰은 일상재로 접어들었다. 운영체제 시장의 경쟁도 마무리되어 간다. 이제와서 완전한 독자적인 스마트폰 완제품이나 전혀 다른 개념의 기기를 들고 나오기에 아이리버의 능력이 받쳐주지 않는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나 노키아 같은 다른 거인 조차도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판매부진에 빠져있다. 이런 거인들은 몸집이 크기에 어차피 완제품으로 도전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아이리버는 다르다. 아이리버의 출생을 생각해보면 음향기기로 시작했다. 그것도 하이파이 같은 아날로그적 영역이 아니라 디지털의 첨단을 달리는 인터넷 음악기기이다. 남들이 하지 않던 부분은 재빨리 착상해서 뛰어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리버가 새롭게 내놓은 아스텔앤컨 같은 고품질 음향기기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아이리버


이 제품은 70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이지만 애호가들 사이에서 좋은 평을 얻고 있다. 시중에 없는 카테고리의 고품질 음원 플레이어란 장르를 개척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고품질 음원시장을 대중화시키면서 아이리버를 다시 도약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스켈앤컨의 사용자경험을 축약한 하나의 하드웨어가 될 것이다. 다만 그것이 완제품인 스마트폰이 된다면 진입하기 어렵다. 오히려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가리지 않고 안에 별도로 장착해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 형태가 바람직하다. 퀄컴 같은 전문기술 기업에 도전하는 것이다.



아이리버


디지털 전자기기의 최고 장점은 기술에 따라 모든 번잡한 하드웨어를 줄여서 단 하나의 칩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칩컴퓨터라는 것도 있다. 초소형 컴퓨터인 라즈베리파이 같은 경우도 이런 사실을 증명해준다. 나는 아이리버가 다시 한번 고품질 음원칩을 통한 새로운 소리의 사용자 경험으로 돌아와서 애플이나 구글 같은 세계의 거인들과 맞설 수 있었으면 한다.